[J노믹스, 임대료를 잡아라] 압구정로데오·경리단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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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은행이자도 물가상승률보다 낮지만 부동산임대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탓이다. 이런 부동산임대료에 문재인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반시장적 규제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가 오히려 임대료를 폭등시킨 해외사례도 들먹인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세입자 보호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편집자주>


오를 땐 빠르지만 내릴 땐 한없이 느리다. 주요 상권의 임대료 등락 추이를 살펴보면 이런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압구정로데오거리 등 강남의 전통상권은 비싼 땅값에 비싼 임대료가 자존심처럼 굳어져 상권이 몰락한 현재도 임대료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용산구 경리단길과 마포구 연남동은 최근 급등한 임대료에 임차인이 몸살을 앓는 대표 지역이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상권 침체가 우려되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사진=김창성 기자

◆‘임대료=자존심’- 압구정로데오

오랜만에 찾은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는 한산했다. 근처에 상주하는 일부 직장인 무리와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의 방문객이 전부였다.

2012년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돼 침체된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여전히 이 지역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당시 상권 부활을 위해 역명을 두고 인근 청담동 주민과 갈등도 불사할 만큼 사활을 걸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군데군데 늘어난 빈 점포 유리벽에 붙은 임대 안내문구가 현재 압구정로데오거리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렇듯 상권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압구정로데오거리 1층 248㎡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 600만원의 임대료와 6000만원의 권리금이 형성됐다. 권리금이 없는 3층 264㎡ 점포는 보증금 2억원에 월 800만원의 임대료가 책정된 데다 관리비 50만원도 추가된다. 1층 330㎡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3억원에 월 2000만원의 임대료가 매겨진 곳도 있다. 인기상권인 인근 가로수길과 비슷한 수준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에 보증금 1500만~2000만원, 월 150만~200만원가량의 매물도 있지만 대체로 시세가 비싼 편”이라며 “상권 현실과 다르게 임대료가 꺾이지 않으니 임차인들이 얼마 못 버티고 나가는 데다 새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리단길. /사진=김창성 기자

◆인기상권의 허울- 경리단길

최근 몇년 새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로 거듭난 용산구 경리단길. 가장 주목받는 곳인 만큼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은 평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20m가량 긴 대기줄이 이어졌고 외국인관광객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끊이지 않는 방문객 발길에 걱정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리단길 점포 임차인들은 속앓이 중이다.

“장사가 잘 돼서 매출은 올랐지만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임차인 B씨
“매출은 제자린데 인기상권이라 임대료 상승 걱정을 안할 수가 없어요.” 임차인 C씨

경리단길은 겉보기에 인기상권의 영광을 누리는 것 같지만 임차인들은 대체로 임대료 상승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구경만 하다 가는 사람도 많아 매출이 적은 곳도 상당한데 모든 점포의 장사가 잘 된다는 오해를 사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입장.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경리단길 상권 보증금은 1000만~8000만원, 월 임대료는 150만~550만원으로 폭넓게 형성됐다. 대부분 아기자기한 점포인 데다 언덕길에 위치해 다른 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지만 최근 몇년간 임대료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해 임차인의 시름이 깊다.

임차인 D씨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월 임대료가 80만~9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배 이상 뛰었다”며 “문제는 매출이 줄었음에도 인기상권이라는 이유로 임대료만 폭등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남동. /사진=김창성 기자


◆낮은 객단가, 높은 임대료- 연남동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옛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하며 ‘연트럴파크’라는 별칭까지 생긴 신흥 명소다. 경리단길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다세대주택과 빌라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 등이 가득 찼고 평지라 상대적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연남동이 뜨자 인근 번화가인 홍대상권은 점차 활기를 잃었다.

신흥상권으로 자리매김한 연남동 주택가 골목은 리모델링 열풍이 뜨겁다. 다세대주택 1층을 리모델링해 점포 임대를 내놓는가 하면 단독주택을 통째로 리모델링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새로 짓는 빌라는 아예 점포 임대공간을 염두에 둔 채 짓고 있었다. 


연남동 주택가가 너도나도 리모델링에 나서며 늘어난 유동인구 맞이에 여념이 없지만 이곳 임차인 역시 치솟은 임대료 걱정에 끙끙 앓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연남동 일대 상권은 보증금 2000만~8000만원, 월 임대료는 150만~600만원으로 다양하다. 홍대입구역과 가깝거나 주도로인 경의선숲길 주변일수록 시세가 높게 형성됐고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와야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낮은 편이다. 신흥상권이라 유동인구가 풍부하지만 임차인들은 낮은 객 단가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울상이다.

임차인 E씨는 “식당이나 카페 크기가 크지 않은데 손님 대부분이 긴 시간 앉아있다 나가는 편이라 회전율이 떨어지고 자연스레 객 단가도 낮다”며 “낮은 객 단가로 이곳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자니 버겁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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