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없는 여성·장애인] "장애등급제 하루빨리 폐지"

인터뷰 /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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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선진화됐는지 궁금하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수준을 보면 된다. 노인·아동·여성·장애인 등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경제적으로 약자일 뿐 아니라 제도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유례없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 노후빈곤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 문제를 파헤쳤다. 여성·장애인의 길 위의 삶부터 성범죄와 임금착취의 현실을 살펴보고 새정부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봤다. 또 전문가를 만나 해법도 들어봤다.<편집자주>

“장애인정책?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장애인 지원정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장애인 관련 정책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 노후에 맞닥뜨리는 고민은 빈곤보다 더 근본적인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정된 장애인 예산… 해법은 예산조정

비장애인은 국민연금·개인연금 등으로 노후에 대비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연금을 활용한 노후대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일자리를 얻는 일이 더욱 시급해서다. 국민연금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면 가입이 쉽지 않아 장애인들에게는 언감생심일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5월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은 244만1166명이며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는 94만1051명이다. 이 중 88만90명(38.5%)이 경제활동에 참여 중이고 실업자는 6만961명이다. 고용률은 36.1%이며 실업률은 6.5%다. 장애인 고용률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고용률(61%)의 절반 수준이며 실업률도 전체 인구(3.7%)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다.

“현재 국내 장애인 고용상황을 보면 경증장애인은 각 기업체의 의무채용정책에 의지하고 중증장애인은 직업재활시설 등을 통해 채용수요를 해소하는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기본생활 자체가 힘든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사진=김정훈 기자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의 평균 월급은 150만~16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부분의 장애인이 고수익직군이 아닌 단순노무업종에서 일하는 요인이 크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 종사자’가 26.7%로 가장 많았고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가 15.0%,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가 14.1% 를 차지했다. 

평균 월급은 젊은 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의 평균치를 빼면 더욱 낮아진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은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 노후대비는커녕 기본생활도 힘든 상황이다.

이 실장은 그나마 장애인들이 기댈 수 있는 장애인연금 액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문재인정부는 내년까지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를 현재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중증장애인(장애1·2급, 3급 중복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한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은 현행 20만6050원에서 내년 4월 25만원으로 인상되고 2021년부터는 30만원으로 오른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생활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2014년 통계를 보면 이 비용이 16만원으로 조사됐어요. 하지만 이 비용도 평균치죠.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에 비해 생활비용이 더 듭니다. 장애인연금도 1~3급 중증장애인만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단계적 인상이 결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금액 책정이 아쉽습니다.”

지난해 기준 보건복지부에 편성된 장애인예산은 1조9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했다. 한정된 예산으로모든 장애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넉넉한 금액이 아니다. 이 실장은 결국 예산을 조정해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등급제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등급제는 장애인을 중증(1~3급)과 경증(4~6급)으로 나눠 등급을 매긴 제도다. 당연히 급수별로 장애인 지원서비스가 다르다. 이 실장은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서비스 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개별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급수별로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예컨대 청소도움서비스의 경우 정작 이 서비스를 받아야 할 4급 지체장애인은 받지 못하고 직접 청소를 할 수 있는 2급 장애인에게는 제공되는 식이죠. 우리도 영국이나 독일처럼 일대일 맞춤형 필요서비스를 제공해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고령장애인 급증 “일자리 확보 절실”

이 실장은 앞으로 장애인의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50대 이후 세대에서 나타나는 장애출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여서다. 전체 인구의 장애출현율이 5.47%인 반면 50대 8.13%, 60대 15.67%, 70대 이상 19.22%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고령장애인의 경제활동비율은 24.5%로 비장애인(41.8%)의 절반에 그쳤다. 노후대비가 부실한 사람이 50대 이후 장애인이 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단 얘기다.

“수입원 구조를 보면 고령장애인은 전체 노인에 비해 노인연금이나 장애인연금 등의 비중이 높고 사적인 소득비중은 매우 낮은 실정입니다. ‘일을 통한 소득보장’이라는 국내 장애인복지정책 방향에 맞춰 고령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고용정책을 수립하고 고용과 복지부문을 연계해주는 중간일자리 창출을 확대지원해야 합니다.”

그는 정부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용 예산책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과 관련된 추경(11조2000억원) 역시 장애인 예산은 총 3건, 471억53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이번 추경이 청년 일자리정책 위주로 편성된 점을 감안해도 장애인 예산은 억지로 끼워넣은 인상이 강합니다. 생색내기용 예산으로는 제대로된 정책이 실현되기 힘듭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장애인 관련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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