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없는 여성·장애인] 문재인정부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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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선진화됐는지 궁금하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수준을 보면 된다. 노인·아동·여성·장애인 등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경제적으로 약자일 뿐 아니라 제도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유례없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 노후빈곤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 문제를 파헤쳤다. 여성·장애인의 길 위의 삶부터 성범죄와 임금착취의 현실을 살펴보고 새정부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봤다. 또 전문가를 만나 해법도 들어봤다.<편집자주>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수용시설정책 폐지’. 장애인인권단체가 최근 5년간 외쳐온 구호다. 광화문역을 오갈 때면 이들 단체의 농성장과 마주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28개 장애인인권·시민단체 주최로 2012년부터 시작된 이 농성은 8월21일부로 5년째를 맞았다. 

지난 5월 새정부가 출범하자 장애인단체는 환호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두번 바뀔 정도로 오랜 시간과 싸워온 장애인들은 이미 노인이 됐다. 그들은 울적한 무기력에 점령당한 채 절벽 앞에 서 있다.


장애인들과 인사하는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이제 와서 단계적 폐지라니…”

“장애인 인권보장과 복지는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실은 너무 참담합니다. 장애인도 사람대접 받는 세상, 장애인도 일터와 가정이 있는 세상, 장애인도 건강하게 문화를 누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겠다며 한 말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나의 몸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행정편의적 방식을 끝내겠다”며 장애인등급제 및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정책을 약속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장애인복지정책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한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을 현행 20만6050원에서 내년 4월 25만원까지 올린다는 내용이다. 2021년부터는 30만원으로 상향된다.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도 발표했다. ‘부양의무제’는 말 그대로 부모나 자식 등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제도다. 생계가 어렵고 고정수입이 없는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가족이 있다면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양을 받지 못하는 데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복지사각지대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2018년 10월부터 폐지하고 생계·의료급여는 중증장애인·노인 포함 가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단계적 폐지가 아닌 전면폐지를 촉구한다.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다른 사람의 부양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것은 바라던 바지만 이들이 누군가의 부양에 기대야 한다는 점은 변화가 없어서다. 이를테면 60세인 비장애인 부모는 30세 중증장애인 자식을 여전히 부양해야 하고 30세의 비장애인 자식 역시 60세의 중증장애인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식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진료 접근성 낮춰

또 올해 말부터 시행될 중증장애인 대상의 주치의제도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1~3급 중증장애인이 거주지역 또는 이용하던 병원 의사를 주치의로 선택해 만성질환이나 장애관련 건강상태를 계속 관리받는 제도다.

하지만 방문진료부문과 장애인의 케어를 담당할 건강코디네이터 등이 포함되지 않아 의료계에서는 중증장애인의 건강권 보호와 진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학회 한 관계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가 도입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장애인들은 건강상담이나 영양상담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거동이 어려운 1~3급 중증장애인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문진료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점 역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광화문 장애인 단체 농성장. /사진=박효선 기자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마의 65세’

일각에서는 정작 메스를 대야 할 제도에는 정부가 손을 놓았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현재 만 6세부터 65세까지만 적용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인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만 65세를 넘기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된다. 65세까지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통해 방문요양서비스를 받아온 장애인이 66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 급여서비스로 전환돼 지원받는 혜택이 대폭 줄어드는 식(것)이다. 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되면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66세부터 생활패턴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서비스 급여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셈)이다.

특히 만 65세 이후 장애인이 된 경우에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노인성 질환이 아닌 경우 지원되지 않는다. 만 65세가 넘은 뒤 노인성 질환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에게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모두 무용지물인 셈이다.

따라서 65세 이상 장애인이 활동지원제도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법률안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윤소하 의원(정의당)과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65세 이후에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복지부에 건의한 바 있다.

이처럼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장애인 관련 정책의 허점이 문재인정부에서 재논의될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유통∙재계 담당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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