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없는 여성·장애인] '효자손'이 된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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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선진화됐는지 궁금하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수준을 보면 된다. 노인·아동·여성·장애인 등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경제적으로 약자일 뿐 아니라 제도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유례없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 노후빈곤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여성·장애인의 노후빈곤’ 문제를 파헤쳤다. 여성·장애인의 길 위의 삶부터 성범죄와 임금착취의 현실을 살펴보고 새정부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봤다. 또 전문가를 만나 해법도 들어봤다.<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여성빈곤층과 장애인은 사회·경제적 최하위계층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그렇게 만들었다. 여성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제약 정도를 의미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한국은 24점으로 OECD 평균(60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조사대상인 29개 회원국 중 꼴찌다.

여기에 장애까지 겹친다면 삶은 더 고달프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10년 전 제정됐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북 익산시 주택과 주택문화창의센터 관계자가 샷시창호 시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익산 시청

◆전북 익산, 주거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주력

# 전북 익산에 거주하는 기초수급자 전모씨(54·여)는 지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집안관리를 하기 힘든 처지다. 창문과 출입문은 망가진 지 오래고 전등도 고장나 실내는 캄캄한 동굴과 같다. 바닥과 벽 곳곳은 오물투성이어서 위생상태가 최악이다. 전씨의 주거환경은 관할 주민센터 정모 계장의 방문 이후 달라졌다. 정 계장이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 전담조직인 주택문화창의센터에 전씨의 상황을 전달하면서다. 센터는 전씨의 집 창문, 출입문, 전등 등을 교체하고 도배와 쓰레기수거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다.

전북 익산시는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실태를 조사한 뒤 주거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협업행정을 추진 중이다. 유선 접수 등 소극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관련 부서 및 봉사단체와의 협업으로 지원 대상자를 적극 찾아내고 방문하는 선제적·능동적 주택유지관리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익산시의 목표는 주거복지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는 것. 이를 위해 기초생활과, 복지청소년과, 보건소 등이 참가하는 협의회를 주 단위 또는 수시로 개최하고 통·이장 대상 주기적 설명회로 해당 사업내용을 홍보해 정보접근능력이 부족한 노인빈곤층의 주거복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청양군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이 노후주택 도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충남 청양군청

◆충남 청양, 찾아가는 효자손 민원처리방 운영

충남 청양군은 2015년 전국 최초로 민원처리방 조례를 제정해 ‘찾아가는 효자손 민원처리방’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청양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매년 인구가 줄고(지난해 기준 인구 3만2700여명) 초고령화가 심화(노인인구 31%)된 상황이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과 여성, 장애인을 찾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전구, 수도꼭지 교체 등 소소한 가사 도움부터 보일러 수리 및 전기시설 점검·교체와 같은 굵직한 불편사항 등 총 780건을 신속히 처리해 호응을 얻었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담당공무원, 마을 이장, 민간봉사단체(다솜애) 등에서 현장답사로 문제를 인지하면 가급적 당일에 바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기초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65세 이상 독거노인 등은 무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청양군 관계자는 “올 초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해 보다 신속하게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정부를 구현하고 있다”며 “수혜대상을 상대로 사후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 한전과 행복천사 메신저사업 진행

경남 하동군은 한국전력공사와 손잡고 행복천사 메신저사업을 진행한다. 하동군은 2015년 4월 한전과 손잡고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를 찾아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한전 하동지사 전기검침원이 전기검침 중 발견한 소외계층의 위기사항을 하동군 무한돌보미센터에 제보하면 군에서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한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도 철저히 진행해 주민의 만족도가 높다.

일례로 하동군 적량면에 사는 기초수급자 정모씨(63)는 지적장애인 아내와 18세 미만인 자녀 4명과 함께 70년 전 건축된 농가에서 생활 중이었다. 주택은 노후화돼 곰팡이가 가득했고 붕괴될 위험이 높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전검침원은 무한돌보미센터로 즉각 제보했고 긴급회의를 거쳐 초록우산과 지역사회자원연계를 통해 7000만원을 마련, 76㎡ 규모의 주택을 신축하고 가재도구 일체를 지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민·관 협업으로 장기간 결식, 노후주택, 한겨울 난방상태, 심각한 건강상태, 학대, 폭력 등 여러 생명위협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며 “한전검침원이 제보한 세대는 신속한 현장확인 및 조사 후 민간자원과 연계해 위기상황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 선제적 일자리 매칭서비스 실시

경기도 남양주시는 여성빈곤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호평받는다. 남양주시는 일자리·자립서비스 제공을 위해 취업 및 실업에 관한 8개 카테고리 16개 분석모델을 기초로 선제적 일자리 매칭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국민연금공단 빅데이터와 남양주시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수혜자의 니즈를 반영한 대상자 발굴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 시행 6개월 만에 일자리가 없던 여성빈곤층과 장애인 100여명이 신규취업에 성공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맞춤형 복지시스템 구축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행정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며 “이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다른 지자체로 공유·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 지자체 최초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소

인천광역시는 지난 8월24일 지자체 중 최초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 기관에선 지난 1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을 기반으로 장애인 인권상담, 서비스 연계 등 소극적 지원뿐 아니라 학대·신고·접수, 현장조사, 응급조치 등 장애인 피해 관련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관계자는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이 시설 위주에서 자립생활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지자체는 의식주 문제뿐 아니라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장애 관련 예산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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