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조업] 꺼져가는 '성장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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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선진국이 고부가 제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동안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탓이다.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한국 제조업을 긴급 진단했다. 제조업의 위기상황을 들여다보고 해법과 함께 희망 찾기에 나섰다.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강소기업을 찾아보고 제조업의 뿌리인 소공인들의 새로운 시도를 조명했다. 전문가를 만나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들어봤다.<편집자주>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고부가 제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동안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탓이다. 그 결과 2010년 18.5%였던 국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역성장(-3.0%)했고 이 기간 글로벌 제조경쟁력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영업이익률도 5% 수준에서 정체됐다. 몇년 전부터 건설·조선·철강·해운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성장엔진 꺼져가는 제조업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23일 발표한 ‘국내 제조업의 신진대사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신생률은 현상을 유지하다 2015년 급격히 저하됐고 소멸률은 2012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진입 기업은 줄고 기존 기업은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특히 고성장 제조업체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현재 사업구조를 유지하려는 제조업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신생률 하락세와 함께 최근 3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20% 이상인 고성장 기업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2011~2015년 한국의 제조업 신생률과 소멸률을 합한 교체율은 25.0%로 미국(46.9%), 독일(53.8%) 등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계 일각에선 대체산업 진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업황 변동으로 실적이 부진해지면 국내 제조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7 포브스 글로벌 2000 순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00년 이후 국내 신설 제조업체 중 글로벌업체로 올라선 곳은 2개사에 불과해 미국(22개), 일본(11개)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국내 제조업체가 시장에 최초로 내놓는 제품도 급속히 줄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한국기업혁신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경쟁자보다 앞서 시장에 최초로 출시한 한국제품 비중은 35.4%였으나 2013~2015년에는 22.8%로 12.6%포인트 하락했다.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업부문 재편은 저조하다. ‘포춘 글로벌 500’에 속한 한국 제조업체 9개사 중 2011~2016년 새로 만들거나 철수한 사업부문은 4개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제조업체는 21개사에서 29개, 일본은 20개사에서 43개 사업부문을 재편했다.

제조업체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률(누적기준)을 비교하면 한국은 5% 이하에 속한 사업부문 비중이 67%, 15% 이하인 비중이 96%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5% 이하가 32%, 15% 이하가 54%에 그쳐 활발한 사업재편을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고부가 제조업인 첨단제조업(반도체·컴퓨터 및 사무기기·통신기기·제약·과학측정기기·항공우주) 연평균 부가가치 증감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4.7%로 미국(1.9%), 영국(2.1%), 대만(4.5%), 독일(5.7%), 중국(15.3%) 등 주요국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점점 경쟁력이 약해지는 한국 첨단제조업의 주력부문을 재활성화하고 미래 고부가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인수합병(M&A) 전략이 효율적이지만 이마저도 미진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진=뉴스1 문요한 기자

◆M&A 활황 속 나홀로 주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당면과제인 새로운 사업역량을 확보하려면 내부역량 확충보다 M&A와 같은 외부역량에 기반한 비유기적 성장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M&A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제조업 M&A는 2014~2016년에 이전 3년간 대비 115% 증가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2014~2016년 M&A거래금액은 이전 3개년에 비해 29% 증가하는 데 그쳐 독일(307%), 중국(257%), 미국(107%) 등 주요국에 한참 못미쳤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조업의 융합·서비스화 추세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제조업체 내부에서 개발해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별기업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국내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을 직접 M&A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제조업 M&A는 구조조정 기업 또는 규모 경제성 강화 측면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화 추구, 차세대 제조업 모델 구축에 목표를 두는 M&A를 촉진하는 맞춤형 M&A정책이 필요하다”며 “M&A를 활용해 산업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금융 및 세제지원, 규제완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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