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총수’가 된 벤처 1세대

CEO In & Out / 이해진 네이버 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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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lobal Investment Officer, GIO)가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이 GIO를 ‘동일인’(총수)으로 지목해서다. 공정위 발표를 앞두고 이 GIO가 직접 공정위를 찾아 “총수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네이버는 잣대에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나섰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GIO와 그가 만든 네이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네이버 창업주, 재벌총수 되다

지난 1일 공정위는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10조원)으로 신규 지정하고 이 GIO를 총수로 지목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 라인게임즈, 라인플러스 등 71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다. 자산총액 6조6140억원, 연매출 4조9890억원, 당기순이익은 6220억원이다.

준대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총수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이 금지되고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이 GIO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의 상장·비상장기업 관련 자료를 매년 공시해야 하며 기업집단 내 일감몰아주기나 부당한 금전거래가 금지된다.

이 GIO의 네이버 보유지분은 4.31%(지난 8일 종가기준 지분가치 1조33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민연금(10.61%), 해외기관투자자(에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5.04%,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 5.03%)를 제외하면 최다 출자자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는 1% 미만 소수주주 지분이 50%에 달해 이 GIO가 적은 지분으로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고 대주주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며 “지분율, 경영활동, 임원선임 영향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계열사 중 이 GIO의 친인척과 관련이 있는 곳은 지음, 영풍항공여행사, 화음 3곳이다. 지음은 이 GIO가 사재를 출연해 2011년 11월 설립한 100% 개인회사로 일본과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642억원이다. 영풍항공여행사는 1992년 설립된 회사로 이 GIO 6촌의 배우자(조태숙씨)가 대표이며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화음은 2008년 설립된 회사로 이 GIO의 사촌(이해경씨)이 대표이며 지분 50%를 보유했다.

공정위 발표가 나오자마자 네이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GIO가 총수로 지목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앞으로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해진 GIO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사회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그런 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는 창업자가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인척의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이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계를 확립했다”며 “이 GIO의 총수 지정 건이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미 있는 성장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는 계기가 되기 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공정위 결정을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재량권에 대한 행정처분을 둘러싼 소송에서 기업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가 없어서다.

IT업계 일각에선 이 GIO가 네이버 총수로 지정되며 재벌 이미지를 갖게 돼 해외사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IT업계의 논리라면 삼성, 현대차도 투자활동이 안돼야 한다”며 “당장 삼성에서는 동일인이 없어지면 오히려 해외 바이어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GIO 이상의 역할 불가피

이 GIO는 이번에 함께 재벌총수로 지정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와 함께 국내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IT 거물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7년 사내벤처 웹글라이더를 만든 뒤 이듬해 1월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선보였다. 인터넷 검색서비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직감한 그는 1999년 회사를 나와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했다. 이어 2000년 서울대, 삼성SDS 동기인 김범수 의장이 세운 한게임과 합병해 2001년 9월 NHN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NHN은 2002년 ‘지식in 서비스’가 대박을 치며 승승장구했다. 2013년 8월 한게임과 분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이 GIO는 같은 해 4월부터 라인 회장, 8월부터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라인 회장직은 아직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유럽과 북미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에서는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이 GIO의 네이버그룹 내 역할은 다시 한번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프로필

▲1967년생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 ▲네이버 창업(사장) ▲NHN 공동대표(사장) ▲NHN 최고전략책임자 ▲NHN 이사회 의장 ▲NHN 일본 이사 ▲NHN 일본 회장 ▲라인 회장 ▲네이버 이사회 의장 ▲네이버 등기이사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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