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뱅커' 하영구, 36년 마침표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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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로 36년간 한우물만 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임기 만료 두어달을 앞두고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은행장과 금융노조의 임금협상 관련 산별교섭을 은행연합회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노조는 “2010년부터 해온 산별교섭을 복원하자고 세차례나 요구했으나 은행연합회가 거부하고 있다”며 하 회장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금융노조 산별교섭 촉구 현장. /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노동친화적인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금융노조의 입김이 세진 상황이어서 하 회장의 임기 말 행로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산별교섭결렬, 총파업까지 거론

은행권 산별교섭 복원은 지난달 말 주요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폐지로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됐으니 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에 재가입해 예전처럼 사용자 대표(은행장)와 노동자 대표(금융노조)가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성과연봉제를 폐지한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과 일부 민간기업 16곳이 사용자협의회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17개 금융사는 불참했다.

사용자협의회장인 하영구 회장은 난색을 표한다. 하 회장은 “(산별교섭을 개최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하 회장은 “호봉제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떨어트려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사용자협의회 역시 산림조합중앙회 등 비은행금융회사가 같은 조건으로 임금을 정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단체교섭 자체가 임금과 근로조건을 논의하는 것인데 (은행연합회가) TF 구성이라는 또 다른 제안을 내세워 교섭 자체에 불응하고 있다”며 “이는 하 회장이 아직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의 대립은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10만명 금융노동자의 총파업으로 번질 태세다. 금융노조는 은행연합회와 사측에 노동쟁의 발생을 통보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오는 16일 중노위가 결정을 내리면 금노는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23일 파업 이후 1년 만에 은행이 또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33개 금융회사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기 때문에 먼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임금협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금융노조가 법적 소송과 총파업을 거론하고 있으나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 금융계 재취업 창구 논란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의 갈등은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방송계에선 MBC와 KBS가 경영진이 노조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여서 이 같은 움직임이 금융권에도 번질까 관심이 고조된다.

또한 금융노조는 은행연합회의 노동법 위반을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로 포진된 시스템의 한계’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은행연합회의 관치금융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 하 회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년간 70명이 넘는 금융당국 인사가 금융기관과 협회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취업한 금융당국 출신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연합회와 금융연구원이 각각 7명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으로 은행 회원비로 운영되지만 금융연구원장 선임부터 주요 임원인사를 결정하는 권한이 은행연합회에 있다. 금융연구원 정관에도 ‘은행연합회장이 연구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원장을 추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은행연합회장이 되면 금융연구원장의 인사권을 쥐는 셈이다.

물론 금융연구원장 선임에는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여권의 조직이던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이며 역대 금융연구원장인 윤창현·김태준·이동걸 교수도 당시 친정부 인사로 꼽힌 인물이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임원 인사는 다르다. 금융연구원의 비상임연구위원, 초빙연구위원으로 불린 인사들은 은행연합회가 선임한다.

올해 금융연구원은 현오석 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서근우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초빙연구위원과 비상임연구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들의 임기는 1년으로 금융연구원의 경영자문단 역할을 한다. 이밖에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최공필 전 우리금융 전무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경제·금융계 전직 거물들이 은퇴 후 은행연합회 유관기관인 금융연구원에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연구원이 퇴직인사의 재취업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수억원의 은행 회비가 개인의 재취업 수단으로 쓰이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퇴임 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회장 역시 퇴임 후 금융연구원 요직에 앉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윤경 의원실 측은 “금융연구원을 비롯해 금융협회 유관기관이 금융회사가 낸 회비로 특정 인사의 재취업을 돕는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며 “새정부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를 적폐청산으로 지목한 만큼 국감에서 금융협회의 인사 투명성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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