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조업] ‘롤모델’ 독일, ‘반면교사’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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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선진국이 고부가 제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동안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탓이다.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한국 제조업을 긴급 진단했다. 제조업의 위기상황을 들여다보고 해법과 함께 희망 찾기에 나섰다.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강소기업을 찾아보고 제조업의 뿌리인 소공인들의 새로운 시도를 조명했다. 전문가를 만나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들어봤다.<편집자주>

국내 제조업이 위기다. 제조업은 한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수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형성장과 경쟁력 확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급선무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미래 성장의 기회로 반전시킬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독일·일본 등 전통 제조업 강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잠시 주춤했지만 곧바로 떨쳐 일어났다. 중국의 거센 추격 역시 우리에겐 큰 자극제다. 이들 나라가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했는지를 살펴보자.

◆독일, ICT 융합으로 제조업 혁신

제조업 강국 독일의 위기의식과 대처는 훌륭한 벤치마킹모델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이 세계 제조업시장을 강타했다. 각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곤두박질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팽배한 위기속에서 독일은 당장의 수익성을 배제한 채 장기적인 생존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꾀했다. 또 한계를 인정하고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로드맵을 구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테크전략(HTS) 2020’이고 이 중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가 민관 공동의 제조업 혁신전략으로 평가받는 ‘인더스트리 4.0’이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관계자들이 독일 렘고에 위치한 프라운호퍼연구소 스마트데모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스마트폰이 촉발시킨 정보통신기술(ICT) 대중화시대에 걸맞게 사물인터넷(IoT) 등을 제조업과 융합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스마트공장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미래 경쟁력 강화에 안성맞춤이라고 평가받는다.

인더스트리 4.0은 시행 초기엔 힘이 실리지 못했다. 기업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한 데다 ICT융합의 약점으로 지적된 정보노출 위험성 등의 우려가 컸기 때문.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3%나 되는 독일의 위기의식과 절박함은 결국 그들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 관련 기업의 매출이 크게 올랐고 앞으로 더 상승할 기세다.

독일디지털산업협회(BITCOM) 자료에 따르면 인더스트리 4.0 솔루션 관련 ICT기업의 매출이 2015년 40억6100만유로(5조5017억원)에서 2016년 48억5800만유로(6조5815억원)로 늘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58억유로(7조8577억원)·71억유로(9조6189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더 크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2020년까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독일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계장치와 자동차 등에 걸쳐 총 1530억유로(약 202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위기의식을 넘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한 독일 제조업은 우리의 롤모델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본, 위기 현재진행형

등락을 거듭한 일본 제조업의 경험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일본 제조업의 주요 과제 평가와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2012년 0.1% 성장에 그쳤던 일본 제조업은 2015년 6.7% 성장하며 정체상황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글로벌 제조업경쟁력지수도 2012년 10위까지 추락했다가 2015년 4위로 뛰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일본의 제조업은 위기를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쇠약해진 일본 제조업은 이른바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았지만 실패를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이 2010년 250개에서 2015년 175개로 줄어든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 제조업의 가장 큰 실책은 높은 기술력을 글로벌시장의 주력 상품화로 연결하지 못한 점이다. 글로벌시장 흐름과 배치되는 ‘갈라파고스화’ 현상을 방치한 결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했다. 외부와의 협력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연구개발(R&D) 풍토, 쓸 만한 벤처기업이 탄생해도 인수합병(M&A)을 꺼리는 기업문화 등도 미래먹거리 발굴을 가로막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 결과 일본 제조업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전략을 참고하기보단 그들이 처했던 위기와 실패를 짚어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 이빨 드러낸 제조강국 야심

독일과 일본이 전통의 제조업 강국이라면 중국은 미래 제조업을 이끌 리딩 국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도 위기의식을 느낀다. LG경제연구원의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중국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 제조업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했지만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기술력보다는 노동력과 자본력에 의존한 성장이어서 미래 지속가능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임금경쟁력이 아닌 기술도약으로 진정한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차지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 제조 인프라 강화, 소재·부품역량 제고 등 저변에서부터 힘을 비축하고 있다.

중국은 비축된 힘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세계 제조업의 문을 두드려 존재감을 알린 뒤 2035년까지는 세계 주요제조업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2045년에는 세계 제조업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었다. 중국의 계획에는 IoT·로봇·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자동차 등 분야별 미래먹거리가 즐비하다.

이처럼 중국은 세계 제조업 정복을 향한 이빨을 드러냈다. 반면 우리의 위기의식과 미래먹거리 계획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중국을 투자대상으로 바라보던 과거에서 벗어나 경쟁 관계로 인식하고 협력과 기술진보를 향한 로드맵을 재조정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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