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특수학교가 집값 떨어뜨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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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설 특수학교(서진학교)를 두고 인근 주민의 반발이 극심하다. 지난 5일 주민토론회가 열린 서울 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키운 장모씨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학교를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처럼 여기는 주민들은 “쇼하지 말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등의 고성과 야유를 쏟아냈다.

주민들은 폐교 자리에 국립한방의료원 유치를 요구했지만 학교용지여서 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또 서울시 25개구 중 8개구에 특수학교가 없는데 이미 특수학교(교남학교)가 있는 강서구에 또 설립하는건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강남구, 노원구, 구로구, 동작구, 강동구에서 특수학교가 2개씩 운영되고 있으며 종로구와 강북구에는 3개가 있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장애아동은 200명에 달하지만 강서구 교남학교 정원은 104명에 불과하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장애학생 100명여명은 구로구 특수학교까지 힘들게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만2929명이다. 하지만 특수학교 수용인원은 4496명으로 전체수용인원의 34.7%에 불과하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특수학교를 지어야 함에도 지역 주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어진 것은 올 초 강북구에 문을 연 효정초등학교다. 이는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설립된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범죄가능성 더 높다? 근거 없는 편견

일반적으로 혐오시설을 지을 때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다. 그런데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에 앞서 주민동의를 받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장애인학교를 국가적으로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로 취급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은 혐오시설이지만 장애인은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신체적 능력이 뒤처지므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낮다고 봄이 타당하다.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 등의 사건을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10분의1밖에 안된다. 사이코패스는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이 결여된 ‘반사회적인격장애’에 해당하며 지적장애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즉 어떤 각도로 봐도 장애인은 기피 대상이 아니므로 장애인이 드나드는 장소나 교육받는 곳은 혐오시설이 될 수 없다. 장애인은 자기 스스로 살아가기가 불편하고 힘들 뿐이다. 정상적으로 태어나 큰 사고도 당하지 않고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운이 좋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고 운 나쁘게 태어났거나 큰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어야 정상이다.

'동냥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교육받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어서야 될 일인가 싶다.



◆집값 영향 없었다… 더 오른 곳이 수두룩

옛 공진초 부지 인근 주민들은 "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한다. 누구나 자신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바라지만 집값 하락이 걱정된다고 해서 장애인 교육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반대할 명분도 권리를 내세울 법적인 근거도 없다.

더욱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기우이며 사실과도 다르다. 부산시교육청에서 특수학교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인접 지역 집값과 땅값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큰 차이 없었다. 되레 특수학교가 들어선 곳 인근의 집값이 더 오른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서울에서 특수학교에 인접한 아파트단지와 특수학교에서 떨어진 아파트단지의 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특수학교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매매가는 ‘네이버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했다(전용면적 표시가 없으면 84㎡를 기준으로 함).

한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에는 특수학교가 2개 있다. 삼성동에서 2000년 5월 개교한 정애학교는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통합된 공립 특수학교다. 이 학교 100m 거리에 있는 삼성동힐스테이트 2차(2009.01, 926세대)는 14억3000만원이다.

500m 떨어진 삼성동힐스테이트 1차(2009년 01월, 1144세대)는 14억5000만원, 800m 떨어진 롯데캐슬프레미어(2007.03, 713세대)와 삼성래미안2차(2007.3, 275세대)는 각각 13억5000만원과 13억원이다. 이 모든 아파트는 더블역세권으로 기타 주거 여건도 비슷하다. 따라서 특수학교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원동의 밀알학교와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에 위치한 수서목련타운(1993.9, 650세대)은 99.79㎡가 12억원이다. 학교로부터 550m 떨어진 청솔빌리지(1993.12, 291세대)는 59.75㎡가 8억원 수준이다. 평형을 감안하면 청솔빌리지가 좀 더 비싼데 이는 3층 저층단지로서 대지지분이 25평이나 되는 점이 시세에 반영돼서다.

3호선 지하철(일원역→수서역)역에서 한 정거장 먼 지역의 한아름(1993.11, 498세대)은 97.6㎡가 9억7000만원으로 밀알학교 인근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싸다. 이는 일원동에서 수서동으로 바뀌면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특수학교가 아닌 다른 요소가 시세에 반영된 것이다.

노원구도 마찬가지다. 하계동에 있는 동천학교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다. 이 학교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하계현대2차(1997.07, 730세대)는 시세가 5억5000만원이며 500m 떨어진 하계청구1차(1997.06, 700세대)는 5억4500만원이다. 지체장애 및 중도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하계동의 정민학교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청솔아파트(1989.10, 1192세대)는 60㎡ 시세가 3억1500만원이다(84㎡ 없음). 같은 평형의 시세를 비교하면 300m 떨어진 하계장미6단지(1990.07, 1880)가 3억3500만원, 700m 떨어진 공릉동동신아파트(1999.12, 452세대)가 3억1500만원이다. 노원구에서도 아파트 시세와 특수학교가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무조건 장애인이 싫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다른 데로 이사를 가면 된다.

구로구 궁동의 특수학교 정진학교와 40m 거리인 온수힐스테이트(2009.10, 999세대)는 시세가 4억9000만원이며 1.4㎞ 떨어진 오류금강수목원(2003.10, 620세대)은 4억7500만원이다. 관악구 봉천동 새롬학교와 담장이 붙어있는 보라매삼성(1996.04, 710세대)은 투베이(2-bay) 구조로 5억1500만원이고 보라매삼성 옆 단지인 보라매E편한세상(2010.07, 386세대)은 시세가 6억3500만원으로 더 높다. 특수학교에서 아파트단지 하나만큼 더 멀어져서가 아니고 14년 뒤 신형 쓰리베이(3-bay) 구조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내 자녀 장애인 만드는 어른들


학교에서 1.1㎞ 떨어진 상도동 쌍용스윗닷홈(2003.11, 389세대)은 5억7500만원이다. 동작구 상도동에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설립된 삼성학교에서 250m거리의 상도동더샵(2007.09, 1122세대)이 7억원인 반면 1.2㎞나 멀리 있는 신동아리버파크(2001.02, 1696세대)는 5억6000만원으로 오히려 더 싸다.

마포구 중동의 한국우진학교는 중증지체장애 학생들이 다닌다. 학교로부터 90m 거리에 있는 중동월드컵참누리(2006.05, 499세대)는 6억3000만원인 반면 450m 떨어진 현대홈타운2차(2000.12, 282세대)는 5억1000만원, 600m 떨어진 성산월드타운대림(2004.08, 795세대)은 5억7000만원이다. 특수학교와 가까이 있는 아파트가 더 비싼 것이다.

게다가 한국우진학교와 아예 담장이 붙어 있는 성산대우(1986.06, 1330세대)는 소형 단일 평형으로 50.54㎡가 4억9000만원이다. 실질적으로 가장 비싼 셈이다. 앞서 언급한 아파트들이 25층 규모인데 성산대우는 14층이어서 미래 재건축 시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점이 집값에 반영됐다.

송파구 장지동의 한국육영학교는 정서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다. 학교 정문 맞은편 있는 송파파인타운6단지(2008.08, 564세대)는 7억6000만원이다. 300m 떨어진 송파파인타운7단지(2008.01, 537세대)와 송파파인타운3단지(2008.08, 625세대)는 각 7억7000만원과 7억원이다. 특수학교에서 700m 멀어진 송파파인타운1단지(2009.12, 221세대)가 6억7000만원으로 가격이 더 낮다. 역시 아파트시세가 특수학교와 무관함을 알 수 있다.

강동구 고덕동에 청각장애 및 지적장애 학생을 위해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 한국구화학교 바로 앞에는 고덕그라시움이 2019년 9월 입주 예정으로 건설 중이다. 분양가보다 5000만~8000만원 높게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고 일부는 최대 1억원 웃돈이 붙었다. 특수학교 앞에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에 비싼 웃돈까지 지불하면서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수학교는 인접한 아파트 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편견으로 하는 말이 확산되고 언론에서도 이를 인용하면서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시세에 집착해 혐오시설도 아닌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가 바람직한 인성을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누구나 나와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으며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고방식을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아이가 장애를 가질 수 있다.

경쟁사회를 헤쳐나가는 길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와도 잘 협력하는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만 융합의 시대가 아니다. 사람도 융합의 시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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