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내비게이션] 내비기업 눈독 들이는 완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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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단말기만 있으면 모르는 곳도 척척 찾아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화면 속 전자지도는 진화를 거듭했고 2D에서 3D를 넘어 AR(증강현실)이 접목되는 추세다. <머니S>가 운전자의 발을 넘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내비게이션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서비스의 핵심인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또 최근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비교 체험해봤다.<편집자주>

스마트폰 보급으로 내비게이션 단말기사업은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차가 주목받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세계 ICT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내비게이션업체에 주목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변화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스마트카산업이 미래의 첨단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찾아왔다.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잘 인식하기 위해선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외에 ‘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해서다.


히어 고정밀지도 이미지. /사진제공=히어

◆모두 탐내는 고정밀지도

최근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밀지도업체 히어(HERE)의 지분을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반발로 무산됐다. CFIUS가 반대하는 명분은 안보문제지만 ‘산업경쟁력 지키기’가 더 큰 이유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히어는 1985년 창업한 미국 내비게이션회사 나브텍(Navtec)을 핀란드 노키아가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 내비게이션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2015년 노키아가 통신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이 회사의 매각의사를 밝히자 수많은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의 바이두와 미국의 우버,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히어는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독일 고급차 3사(다임러·BMW·아우디)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전세계에서 완성차업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기업 중 최대규모다.

독일 완성차 3사가 나란히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회사를 인수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3사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히어의 시스템을 사용해온 고객사다. 경쟁사에 매각되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서비스되는 시스템만 본 것은 아니다. 독일 완성차 3사의 투자는 ‘미래’를 향한다. 자율주행차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외주업체로부터 공급받던 영역의 기술이 핵심기술로 떠오른 것.

이들이 주목한 것은 히어의 고정밀지도 제작기술 및 데이터다. 고정밀지도란 각종 교통표지, 신호기의 위치 등 도로 주변의 3차원 위치정보를 모두 포함하며 도로 경사·곡률, 차선 폭 등 다양한 데이터를 오차없이 구현한 지도를 말한다.



고정밀지도가 중요한 이유는 차선과 앞차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상용화 중인 2~3단계 자율주행을 넘어서기 어려워서다. 완전자율주행단계로 일컬어지는 4단계 이상으로 진입하려면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이를 읽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고정밀지도 구축에 가장 앞선 내비게이션업계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완성차업체 외에도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가진 회사라면 모두 지도데이터를 보유한 내비게이션회사와 협업하거나 이들을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히어는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자율주행분야 최고의 핵심기술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이스라엘기업 모빌아이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모회사인 인텔도 히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드론분야 최강자인 중국의 DJI와도 긴밀히 협업 하는 상황이다. 무인드론기술에도 높은 수준의 지도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최대부품업체인 보쉬는 중국업체들과 손잡았다. 보쉬가 최근 시작한 중국 자율주행 프로젝트에는 바이두뿐 아니라 오토내비, 나브인포 등 내비게이션업체가 참여한다.

이미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애플은 2015년 내비게이션 스타트업인 코히어런트내비게이션을 인수했다. 애플은 앞서 히어의 라이벌격인 네덜란드 톰톰과도 긴밀히 협업했다.


현대엠엔소프트 고정밀지도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엠엔소프트
현대엠엔소프트 고정밀지도 구축차량. /사진제공=현대엠엔소프트

◆한국, 고정밀지도 본격화… 표준화 관건

내비게이션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 세미나에서 강형진 만도중앙연구소 상무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시장에서 핵심경쟁력은 고정밀지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내비게이션업계 역시 고정밀지도에 공을 들인다. 내비게이션 전문업체들은 스마트카시대를 대비,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는 2015년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 하드웨어사업을 정리하고 고정밀지도 등 스마트카 소프트웨어개발회사로 거듭났다. 제네시스 EQ900에 고정밀지도를 적용한 내비게이션을 처음으로 탑재했고 지난 1월에는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라스베이거스 정밀지도를 만들어 현대차에 제공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의 주야간 시범운행에 성공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현재 전국 2차선 이상 주요 도로에 대한 고정밀지도 구축도 완료한 상태다. 파인디지털과 팅크웨어 등도 고정밀지도 데이터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태다.

하상태 현대엠엔소프트 정밀지도개발팀 수석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국내 기술개발 수준이나 진척도가 해외와 비교해 미진한 편”이라며 “기업은 이 분야에 기술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고정밀지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인 만큼 ‘표준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고정밀지도 표준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자율주행차 개발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국제적으로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협의 수준이다. 현재 고정밀지도의 양대 축인 히어와 톰톰은 데이터 구축방식이 서로 다르다. 기존업체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고가의 측량장비와 복잡한 제작과정 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고정밀지도 만들기를 시도 중이어서 표준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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