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곤 없는 선진국]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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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 한국. 전체 노인의 과반가량이 빈곤에 시달리고 행복한 노후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고령사회를 겪은 선진국 중에선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평가받는 나라도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머니S>가 노후 선진국의 특별한 노하우를 살펴봤다. 독일과 일본을 찾아 행복한 노후의 비결을 들었다. 또 전문가를 만나 이상적인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길을 물었다.<편집자주>


한국은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다. 노인빈곤율이 4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12.1%)보다 4배가량 높은 압도적 1위다. 네덜란드, 프랑스, 캐나다 등의 노인빈곤율이 10%도 안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행복수명’ 기대치도 낮다.

지난 10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일본·미국·독일·영국의 ‘행복수명 국제비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이 77.6세로 1위를 차지했고 영국·미국(76.6세), 일본(75.3세), 한국(74.6세)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선진국에는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어떻게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됐을까.

◆차세대 부담 덜고 차등 지원

최근 노후 선진국은 차세대의 노인부양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와 개인,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편적 복지가 트렌드였지만 이제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게 된 노인들이 스스로 보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OECD 선진국은 2010년대 들어 공적연금지급연령의 표준을 65세에서 67세로 변경했다. 프랑스와 호주는 각각 2016년, 2017년부터 지급연령 상향조정에 돌입했고 미국·독일·영국은 2027~2028년까지 점차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탈리아·덴마크·핀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는 기대수명 상승에 맞춰 자동으로 70세 전후까지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적연금으로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채우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경우 공적연금 지급 비중을 줄이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공적연금 가입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리스터연금제도를 통해 공사혼합 연금체계를 만들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의 낮은 실질 소득대체율(24%·월 52만원)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가입률이 17%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인 노후 소득보장조차 어려운 반면 선진국은 노인의 소득보장은 물론 사회참여와 여가생활까지 지원한다. 미국은 인력개발 및 훈련법을 제정해 고령자 자원활동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며 병약한 노인을 돌봐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노인들은 취업활동에서 물러난 ‘퇴물’이 아니라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으로 다양한 취업활동과 봉사활동 등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선진국들은 의료보장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나라별 보장 형태가 다양하지만 기본은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 최소한도의 의료보호를 사회가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영국노인은 거주지역에 있는 병원에 등록만 하면 언제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미국노인은 노인의료보험을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의료비가 높아 일반 사기업에서 제공하는 퇴직자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해 장기간의 의료보호가 필요할 때 보장을 받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득보장은 기본, 사회활동도 지원

선진국들은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거대책도 마련했다. 나이가 들어 심신기능이 약화되고 일상생활능력이 저하되면 이에 대한 주거환경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노인주택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호주에서는 노인이 계속 자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수리, 정원관리, 시장이나 병원에 가는 교통편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웨덴은 노인이 집을 개조해서 노후에 알맞게 살 수 있도록 수리비를 지원하며 각 지역에 서비스홈을 설치해 병약한 노인에게는 필요한 보조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지방정부와 민간기관이 경영하는 노인보호주택을 개발해 노인의 건강수준에 따라 생활하기에 편리한 주택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노인주택 관리인은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 가정보호서비스를 주선한다.

미국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영주택과 노인보호주택, 종교단체나 민간운영의 평생보호주택, 하숙주택, 노인집합주택 등 다양한 주택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서비스는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독거노인이나 자녀와 같이 살면서 장기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건강보호지원, 사회적지원서비스, 접근·원조서비스 등의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약하거나 돌봐줄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시설에 입소시켜 돌본다.

독일·네덜란드·호주·스웨덴 등은 병약한 노인을 집에서 돌봐주는 가족보호자에게 보호수준에 따라 현금을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공·사적연금체계 통합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노인들의 건강, 소득 상태 등에 따라 선별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재정 마련을 위해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공적연금(기초연금·국민연금), 준공적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농지연금) 등 공적 노인부양체계와 개인연금 등 사적 노인부양체계를 통합해 다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근로의욕이나 능력이 있는 노인은 양질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고용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원활한 사회활동 참여를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미래연구원 관계자는 “복지지출 증대에 따른 재원확보책은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증세 논의를 회피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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