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털어라] '양과 질' 모두 악화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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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은 지 20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전방위 대출압박에 나섰다. 총 주택대출규모를 줄이는 신 DTI와 신용대출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DSR을 도입해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원천차단할 계획이다. <머니S>는 제2의 경제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가계부채 상황을 살펴보고 달라진 대출제도에 따른 부동산투자 및 대출전략을 알아봤다. 또 금융·채권전문가에게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기준금리 전망도 들어봤다.<편집자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한국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고 크게 휘청였다. 그로부터 20년. 한국경제는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엔 가계부채발 위기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면서 경제근간을 이루는 가계가 시름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 일본의 장기불황 등 선진국 경제위기의 근원이 가계부채였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경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위기는 기업부채 증가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20년 전 외환위기와 닮았다. 한국경제는 과거의 경제위기 사태를 답습하게 될까.

/사진=이미지투데이

◆1400조원 가계부채, 제2의 경제위기 오나
 

지표로만 보면 최근의 경제상황은 분명 20년 전보다 나아졌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외환보유액은 332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00억달러에 육박한다. 기업의 가계부채비율도 1997년 말 425%에 달했는데 현재는 100%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기업의 전반적인 기초체력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해진 것. 그때처럼 외환 곳간이 비는 사태는 없을 거란 얘기다.

문제는 부채다. 20년 전에는 기업부채가 화근이었지만 지금은 1400조원으로 뛴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은 1343조원이다. 이는 가계대출을 포함해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판매금액(판매신용) 등을 합친 통계다. 가계부채 규모는 올 2분기 기준 1388조원을 넘어섰고 올 연말에는 14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97년 가계부채가 221조2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20년 동안 1200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먼저 시계를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려보자. 당시만 해도 금융회사 대출은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은행의 대출자산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40%를 넘었다. 하지만 기업대출은 1997년 37.1%로 떨어지더니 2001년 24.6%로 급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 은행은 규모가 큰 기업대출에 열을 올렸다. 당시 금융회사에서 가계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였다”며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가능성을 인지한 은행이 가계 쪽으로 눈을 돌렸다. 가계대출은 규모가 작고 분산된 만큼 부도 위험이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비중은 1995년 27.1%에서 2001년 44.1%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설상가상 1999년 이후 우리경제가 호조세를 보였고 부동산투자시장이 열리면서 가계부채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그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무려 11.3%였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민간소비 역시 크게 늘어나 신용카드사 가계대출이 폭증했다. 부동산투자 과열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빚을 내 집을 사기 시작한 때가 부동산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0년대 초반이다. 

결국 담보가치가 상승하면서 연쇄적으로 부채가 늘어났다. 눈여겨볼 점은 그 사이 중산층의 소득이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돈을 빌려 쓰기 쉬운 환경이 가계부채를 늘린 셈이다. 

2014년엔 정부가 가계부채 상승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었다. 그해 8월 정부가 부동산대출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질’ 안좋아 더 심각한 가계부채

20년 전보다 가계부채는 양뿐만 아니라 질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가계부채와 20년 전의 부채를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폭등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가처분소득은 국민소득 중 가계부문이 임의대로 소비와 저축을 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소득에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세금이나 은행이자 등을 뺀 것이 가처분소득이다. 이 가처분소득과 대비해 부채비율이 높으면 가계경제가 악화됐음을 뜻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처분소득 성장세를 상회하면서 2014년 이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7년 141%에서 지난해 말 169%로 증가했다. 가계소득이 100만원이면 가계부채가 169만원으로 69만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133%)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1997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61%로 20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할 만큼 가계경제가 악화됐다. 

더 심각한 건 금리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를 때다. 미국이 올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은행 주담대 금리는 1년 새 평균 0.5%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이 연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금리는 더 상승할 것이다. 결국 이자부담이 늘어나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제주대 교수는 "담보대출자의 경우 상환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저신용자나 영세자영업자의 생계형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경우 부채는 늘고 소득은 줄고 있는 형편"이라며 "다만 20년 전에는 기업부채나 경제위기상황을 정부가 숨기는 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이런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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