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인사적폐’ 공공채용비리 뿌리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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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근 일부 공공기관의 인사·채용비리가 심각한 수준인 게 드러나며 논란이 거세게 일자 범정부 차원에서 채용비리 척결에 나서기로 한 것. 이에 대해 이견은 거의 없다. 다만 각 부처가 내놓은 대책으로 채용비리가 근절될 수 있을지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범정부 차원 채용비리 전면전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다.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해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 반칙과 특권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나라로 정의롭게 혁신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현행법으로도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적발해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니 의지를 갖고 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재차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지자 정부 각 부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회의를 열고 “취업준비생과 그들의 부모, 가족의 심정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관계장관회의 직후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무관용 원칙 엄정 대응 ▲비리 관련자 지휘고하 막론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도입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정부 합동특별대책본부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안도 발표됐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이달 말까지 지난 5년간의 공공기관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비리가 적발될 경우 감사원 감사와 함께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대검 반부패 수사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지난 1일 올 연말까지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정부·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공직유관단체 포함 공공기관 1100여곳의 채용비리 관련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학교 및 학교법인, 기업체에 대한 단속도 병행해 공공·민간분야 채용비리를 척결할 방침이다.

경찰 특별단속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국민권익위원회는 ‘채용비리 통합신고센터’를 가동해 330개 공공기관 및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1089개의 최근 5년간 인사·채용업무 관련 비리를 제보받는다. 신고자에게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접수된 신고는 권익위 전담조사관의 사실 확인을 거쳐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에 감사나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필요한 경우 주무부처에 넘겨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계부처 공조 하에 신고처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로텐더홀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인력부족·내부고발 유인책 미비

이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에 나섰지만 곳곳에 구멍이 존재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2012년부터 올 2분기까지 신규채용한 인원은 약 12만명이다. 이들의 채용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는 각 주무부처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별점검반에서 1차적으로 맡는데 인력의 한계상 최근 5년간 신규 입사한 이들의 채용서류를 면밀히 검토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낙하산 인사, 청탁에 의한 부정입사자를 잡아내기도 어렵다. 

특히 그간 채용비리를 적발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침묵했던 감사실 관계자 위주로 구성된 특별점검반이 제한된 기간 내 이뤄지는 특별감찰에서 적극적으로 비리를 규명할지도 의문이다. 경찰 특별단속의 경우에도 각 경찰서 관할 내 위주 단속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내 관계자가 비리에 관련됐다면 규명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조사에 나서는 정부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내부자의 제보나 인사청탁 사실을 기록한 비밀문건이 나오지 않으면 채용비리 적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결국 공공기관 비리척결을 위해선 내부자의 적극적 제보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인책은 미비하다. 정부는 내부고발자의 신변보호와 함께 사안의 경중에 따라 포상금도 지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정도로 내부고발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한국사회에서는 내부고발에 의해 특정 집단의 비리가 확인될 경우 해당 집단이 내부고발자 색출에 총력을 기울여 내부고발자로 의심되는 이들을 조직적으로 왕따시키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돼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금지하고 구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실은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심각한 보복행위에 시달리거나 구조금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공익신고 관련 구조금 지급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구조금제도 시행 후 올 2월까지 공익신고자가 구조금 지급을 신청한 경우는 10건에 불과하며 이 중 4건만 지급이 이뤄졌다. 총지급액은 102만4800원으로 1건당 지급액은 평균 25만원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내부자의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구조금제도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구조금 지급요건이 지나치게 협소해 내부고발자들이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공공기관 인사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선 내부고발이 매우 중요한데 제보자의 신변보호와 보상이 미흡하다”며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확고한 내부고발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고발자에게 승진가점 제공 등 별도의 유인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만연한 인사비리를 척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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