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사정 칼날'에 떠는 금융권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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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사정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사법당국은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CEO(최고경영자) 연임 설문조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금융권의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CEO에 직접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대대적인 사정바람은 결국 CEO 물갈이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제기된 관치금융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채용비리·설문조사 조작 의혹 ‘한파’

금융감독원은 14개 은행에 이달 말까지 채용추천제도를 점검하고 실태를 파악한 후 개선방안을 내놓도록 지시했다. 우리은행과 유사한 사례가 발견될 경우 엄정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행원 공채 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간부, VIP고객, 우리은행 임원 등의 청탁으로 친인척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우리은행 본점 은행장실과 인사부 사무실, 전산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다수의 컴퓨터를 확보했고 인사·채용 데이터도 분석 중이다.

청와대 공공기관 인사비리 척결과제를 맡은 대검 반부패수사부는 우리은행 채용비리조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외부청탁자와 연루된 임직원은 물론 이광구 행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측근이던 수출입은행 전 부행장 아들의 채용을 금감원에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김 회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에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함에 따라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설문조사 조작의혹에 휘말렸다. 경찰은 지난 3일 KB금융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HR본부 임직원을 참고인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윤 회장은 지난 9월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됐지만 이달 2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야 최종 연임이 확정된다. 주총 이전에 설문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 역시 노사갈등으로 시끄럽다. 노조는 현재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 최순실과 친분이 있고 정유라에게 특혜대출해준 의혹을 받는 이상화 전 본부장을 특혜 승진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과 함 행장의 특혜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금융당국에 제재를 요청한 상태다.

지방은행에선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성세환 전 BNK금융그룹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금융권의 사정한파는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을 넘어 금융공기업과 금융유관기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공기업 7곳과 5개 유관기관에 채용비리 점검을 착수했다.

최근 검찰은 금감원 채용비리를 이유로 이병삼 전 부원장을 구속했고 이번 금융공기업의 채용비리 점검에서도 비슷한 비위행위가 적발되면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인사·조직문화 혁신TF(태스크포스)에서 채용비리 쇄신안을 마련해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부정청탁 등 직무관련 3대 비위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릴 것”이라며 “금융회사, 금융공기업에 불거진 채용비리를 청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독립성 보장, 비리척결 ‘투트랙’ 필요

이처럼 금융권을 향한 사법당국의 수사가 계속되자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과 금융개혁을 명분으로 인적 물갈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발탁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분류된다. 금융공공기관장 중에서도 전 정부 때 발탁됐거나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못한 인사들이 물갈이 대상에 지목됐다는 관측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금융 CEO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정부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 사퇴압박을 가할 수 있어서다. 그 자리는 낙하산 인사가 올 것이란 내정설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많은 금융사 CEO가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 정부에서 임명되거나 연임에 성공한 인사들을 물갈이하려는 포석 아니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권의 관심은 우리은행장 선임작업에 쏠린다. 은행권은 차기행장 선임작업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이 새 행장 인선 공모자격을 외부에 공개할지 주목한다.

외부공개로 행장을 인선하면 정부의 의중을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9월 BNK금융지주도 부산은행장직을 분리해 공모자격을 외부인으로 확대하면서 김지완 회장이 단독후보로 낙점됐고 결국 회장에 선임됐다.

우리은행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민영화 당시 정부가 약속한 우리은행 자율경영보장 취지를 유지하는 것이 정부와 은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예보 측 비상임이사가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행장 인선에 의견을 낼 수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채용비리 척결’과 ‘독립성 보장’은 성격이 다른 만큼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폐청산과 금융개혁을 이유로 관치금융의 그림자를 드리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년도 안된 상황이어서 은행장 인선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은행 주가는 민영화 성공 이후 2만원까지 올랐으나 정부의 은행장 인선 개입이 제기된 지난 8일 1만565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1일 종가가 1만67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 새 1050원(6.2%) 급락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가 정부 입김으로 구축될 경우 과점주주 매각취지가 훼손되고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도 어려워진다”며 “정부의 철학을 반영하는 국책은행과 달리 민간은행은 CEO 인선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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