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오너의 '셀프 등판', 본심은?

CEO In & Out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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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최근 만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2012년 10월 건설경기 불황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한라건설(현 한라)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며 만도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로 글로벌 자동차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 속에서 오너 책임경영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만도의 호실적을 견인한 CEO 성일모 사장을 밀어내고 등판한 오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사진제공=한라그룹


◆핵심계열사 직접경영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단행된 한라그룹 ‘2017 정기 임원인사’에서 만도 대표로 재선임됐다. 대신 2012년부터 만도를 이끈 성일모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CEO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이 그룹의 두 축인 한라와 만도 대표직을 겸임하며 경영일선에서 주요사업을 직접 관리하게 된 셈이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탄탄하게 토양을 다져 만도를 재도약시키기 위해 정몽원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한라해운과 만도기계(현 만도)에서 경영수업을 받다 1986년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만도기계·한라건설 사장, 한라그룹 부회장 등을 거쳐 1997년 한라그룹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취임 1년도 안돼 IMF 외환위기가 터지며 무리하게 투자했던 한라중공업(현 삼호현대중공업)이 휘청거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다 그룹 전체가 흔들렸고 결국 한라만 남기고 그룹이 해체됐다. 

그룹 경영권을 잡자마자 최대 위기를 맞은 정 회장은 한라를 기반으로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가의 도움을 받아 그룹재건에 나서 2008년 심장격인 만도를 되찾았다. 2010년대 실적부진에 빠진 한라(2012~2015년 순손실 9269억원)를 살리기 위해 매진한 그는 만도 등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흑자전환(101억원)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도 23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정상화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2012년부터 만도 대표를 맡았던 성 사장은 무난하게 만도를 이끌었다. 성 사장은 만도가 사업회사로 분리된 첫해인 2015년 매출 5조2991억원, 영업이익 2656억원, 당기순이익 1295억원의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매출 5조8663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 당기순이익 2100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만도를 성장시켰다. 올 상반기에도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역풍 속에서도 매출 2조8236억원, 영업이익 1156억원, 당기순이익 711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일각에서 일을 잘하는 CEO를 정 회장이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 회장이 만도 경영권을 다시 가져왔지만 앞날은 순탄치 않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은 만도 근로자 42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짝수달에 지급된 상여금은 정기적으로 지급된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명절 상여금은 고정성 결여를 이유로 제외시킨 것. 

이번 판결로 만도는 근로자들이 청구한 21억원 가운데 1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전 근로자 4203명(6월 말 기준)에 확대 적용하면 사측은 최대 2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2100억원)의 76%에 달하는 금액으로 당장 4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훈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만도는 올 4분기 9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2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이 발생해 849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도는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50% 이상이어서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으로 현대·기아차가 어려움에 빠지자 덩달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5%, 17.4% 줄었다.

최근 한중 해빙기류가 형성되며 사드발 경영위기는 해소될 조짐이지만 통상임금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난 정 회장의 첫 경영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적자 불가피… 지배구조개편 '난제'

정 회장은 미완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한라그룹은 2014년 9월 옛 만도를 한라홀딩스(존속)와 사업사 만도(신설)로 분할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지주사로 전환한 한라홀딩스는 이듬해 7월 종속회사인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해 사업지주사로 전환했으며 같은 해 12월 한라로부터 그룹 IT센터를 영업양수하고 지난해 8월 계열사인 한라아이앤씨를 흡수합병해 지주사체제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형식의 지배구조는 한라홀딩스를 정점으로 만도·한라·만도헬라 등 자회사 6개, 만도브로제·만도차이나홀딩스·한라개발 등 손자회사 11개, 증손회사 1개(대한산업) 포함 국내 19개 계열사와 해외 39개 계열사 등 총 57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34위 그룹(9월 기준, 금융그룹 제외)으로 탈바꿈했다.

정 회장은 한라홀딩스 지분 23.38%를 갖고 있으며 주력사 중 한곳인 한라 지분 18.17%도 보유 중이다. 문제는 한라홀딩스가 소유한 한라 지분이 16.88%에 그친다는 것.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는 40%) 소유해야 한다. 지주사체제 전환에 따른 지분 매입 유예기간(2년)과 우리사주조합 배정 유예기간(1년)도 끝나 한라그룹의 지주사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한라 지분 3.12% 이상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재계 안팎에선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만도에 대한 정 회장의 애착은 이해가 가지만 국내외 안팎의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복귀시점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핵심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는 오너는 기업이 잘되면 모든 공을 독차지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무리한 욕심으로 기업을 망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 회장의 만도 복귀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라해운 입사 ▲만도기계 부장·전무 ▲한라공조 사장 ▲만도기계 사장 ▲한라건설 사장 ▲한라그룹 부회장 ▲한라그룹 회장 ▲만도 회장 ▲한라건설 회장 ▲한라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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