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두 얼굴'] 공정위 전수조사, 실효 거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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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환원, 사회공헌 등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의 재단법인. 이들 공익재단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 앞에 섰다. 공정위는 다음달부터 재벌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배경이 공익사업을 위한 것인지, 오너 일가의 상속을 위한 통로인지 따져보겠다는 것. 이에 <머니S>가 기업 공익재단의 두 얼굴을 파헤쳐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 1호 조치로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면서 뚫으려는 창(공정위)과 뚫리지 않으려는 방패(기업) 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는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제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친다.

따라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정위가 대기업 공익재단을 전수조사하기 이전에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월권행위”… 공정위 “협조받을 것”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다음달부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자산·수익구조·사업현황 등 전반적인 운영실태 조사에 착수한다.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20곳 소속 39개 공익재단(79개 계열사 지분 보유)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2일 “대기업의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재벌개혁 의지를 본격화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 제재 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 금지’나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일감 몰아주기) 조항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피하고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이용하는 등 경영권 승계통로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공익재단이 설립취지와 달리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의 통로로 활용되는 건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대표적 사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삼성전자 1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각각 2.18%, 4.68% 보유했다. 공익재단을 통해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일정요건이 충족되면 공익재단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데 과연 공익재단의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직권조사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당분간 기업들의 이익환원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기업 공익재단법인 관계자는 “공익재단을 활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일부 기업 때문에 재단 본연의 기능을 하는 곳까지 기부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지만 (공정위가) 기업을 마치 잠재적 범법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공정위는 공익재단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는데 사실상 권한영역을 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권한 밖이라는 얘기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14조·감독)에 따르면 공익재단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은 공정위가 아닌 공익재단의 설립을 허가한 주무관청에 있다.

이에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기업의 동의와 협조를 받아 공익재단과 지주회사에 대한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물론 협조 여부는 개별 기업들의 판단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제재를 가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로서는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수와 규모 등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어서 말 그대로 서면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 공익재단 현황을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공익재단 실태조사를 내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 부족… 관련법 개정 시급

문제는 공정위가 전수조사를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세습 정황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계열사 주식 공익재단 출자(기부)→상속·증여세 면제 및 의결권 행사→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의 고리를 제재할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부당지원 또는 사익편취가 성립되려면 특정 ‘거래’를 통한 이익이 계열사나 총수 일가로 이전됐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대기업과 공익재단 간 유일한 거래는 계열사 주식출자뿐이어서 이를 토대로 제재를 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의 공익재단과 계열사 간 거래는 지분보유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6월 박영선·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의 공익법인이 소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의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상호출자제한집단) 공익법인의 국내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단, 법 시행 이전에 100%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경우 의결권을 인정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공익재단이 보유한 자사 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돼 공익재단이 재벌 경영권 승계에 활용되는 악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제도개선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유통∙재계 담당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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