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한국 경제에 진짜 악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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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난 1월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208.0원이었으나 연중 하락세를 기록하다 지난달 심리적 저항선인 1100원선마저 깨졌다.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6원 내린 1076.8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5년 4월30일(1072.4원)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저수준이다.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이 전해졌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색할 정도로 원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나아가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의 저점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원화 강세 이유, 경기호조·대외여건 완화

외환전문가들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가장 먼저 국내 경기상황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동기대비 3.6%로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3.2%로 상향조정했다.

한·중 관계가 회복되는 점도 원화 강세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개편안 통과가 지연되고 한·캐나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점 역시 원화가 강세를 띠는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저환율 기조가 과거 노무현정부 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해 눈길을 끈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2004년 기준금리 인상으로 약달러 반전 ▲신흥국 경기 상승세 확산 ▲신흥국으로 투자자금 유입 등의 이유로 저환율 기조가 나타난 바 있다.

특히 노무현정부 후반기(2006년 1월~2008년 4월) 국내 경기회복세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27개월 동안 900원대에 머무르기도 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규제 완화로 미국의 해외투자확대가 약달러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내년 외환시장 환경이 2006년과 매우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달러 기조 연장으로 원화 강세압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악영향 우려 vs 소비자 구매력 확대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수출이다. 원화 강세는 한국산 제품을 해외에 팔 때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0.05%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박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현대차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에서 환율하락을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은 1183.9원”이라며 “원화 강세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예상만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무역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당장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게 없다는 논리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 하락이 내수경기에는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몇달간 이어진 원화 강세에도 국내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환율보다 글로벌경기 사이클이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리스크 완화로 중국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국내 수출경기에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구매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내수를 기반으로 한 소득주도 성장론’인 점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강세의 순기능 중 하나는 내수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내수에 방점을 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저환율이라는 재료까지 갖춰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문일 현대차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럼프정책이 달러화 약세를 추구하기 때문에 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원화 강세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며 “원화 강세 속에서도 한국이 꾸준히 수출 호재를 보이는 점은 과거보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미미함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원/달러 환율, 평균 1080원 안팎 예상

외환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간 전망보고서에서 “완만한 달러화 약세와 경기 펀더멘털 개선을 고려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1090원)와 2분기(1080원), 3분기(1060원)까지 내려갔다가 4분기(1090원)에 오를 것”이라며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80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올 4분기(1130원)와 내년 1분기(1115원), 2분기(1095원)에 이어 3분기(1080원)에 저점을 찍고 4분기(1090원)에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의 신중한 금리인상 행보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국내의 양호한 외환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의 하락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1095원)·2분기(1090원)에 떨어졌다가 3분기(1095원)와 4분기(1100원)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환율하락은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지만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경우 환투기세력이 가세해 원/달러 환율의 저점이 시장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정 superb@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김수정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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