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2017] '미래 적폐' 고리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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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난 1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사상 초유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조기대선을 치러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지켜내며 어긋난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로잡는 중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머니S>는 문재인정부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공정한 미래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봤다. <편집자주>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적폐의 사전적 의미다. 적폐란 단어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올해 유독 자주 언급됐다. 특히 지난해 말 촉발된 국정농단사건으로 적폐는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고 동시에 청산해야 할 존재로 인식됐다. 새 정부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첫번째로 내건 공약도 ‘적폐청산’이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적폐가 드러나는 대한민국은 '적폐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청산 없이 新로드맵 없다

대한민국이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2개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완성한 100대 국정과제 중 첫번째는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과거부터 쌓인 폐단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로드맵 추진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별도의 적폐청산기구를 설치하는 대신 각 부처별 개혁과제를 통해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적폐청산작업의 진행 방침을 정하고 이전 부처의 불공정행위를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조사 중이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은 청와대·검찰·국정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 정권이 답습한 비리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깊숙이 개입된 국정원의 댓글공작,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지 않아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이 대표적인 비리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진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보복 논란에 대해 “내가 주장하는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라 불공정 특권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적폐청산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올해 안에 적폐청산 관련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민생사건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지만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생각보다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외풍이 심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시민과 함께하는 이명박 수사 및 구속 축구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결국 문 총장은 이 발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열심히 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적폐청산 수사가 애매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어떨까.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27~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적폐청산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10명 중 7명이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가 진행 중인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국가정보원·군 등에 대한 적폐 조사·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 26.9%, ‘대체로 잘하고 있다’가 41.2%로 70%에 가까운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이밖에 타 조사기관에서 나온 결과도 정부의 적폐청산을 지지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적어도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국민의 설득을 얻지 못한다.

문제는 적폐청산 이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불공정한 구조를 개선할 것이냐다.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275곳의 과거 5년(2013~2017년)간 채용업무과정에서 무려 2234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이번 조사결과가 중간발표임을 감안하면 최종결과 때는 위반된 내용과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 때 받은 부처 건의와 신고·제보된 사안을 토대로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선 방안의 단순 발표만으로는 적폐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개선방안의 세부내용 및 감시체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대안은 과거에도 발표됐지만 말 그대로 대안에 그쳤다. 적폐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적폐청산은 현재의 적폐 사안이 무엇이고 적폐에 대한 책임, 적폐 개선을 어떻게 제도로 정착시킬지 로드맵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문재인정부가 진정한 적폐청산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적폐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화 추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02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사진=뉴시스 DB

◆무분별 ‘적폐 외침’의 위험성

적폐청산을 좁은 범위에서 보면 관행처럼 묵인되던 권력층의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 잡는 일이다. 이에 정부를 비롯한 교육계, 종교계 등 각계에서 적폐청산은 열풍처럼 이뤄지고 있다.

올해 취임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사학혁신위원회’를 출범했고 조계종계는 ‘2기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만들어 종교계에 만연한 폭행, 인권유린, 매관매직, 언론탄압 등의 폐단을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장기 파업을 벌이던 MBC는 최근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며 구조개혁에 나섰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기업과 단체, 사회커뮤니티 등에서 적폐청산 열풍이 불었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적폐란 단어를 유행어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적폐청산 외침이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청와대, 국정원 등 특정 타깃을 세운 것과 달리 적폐의 개념이 광범위한 사회에서는 누구나 적폐로 몰릴 수 있고 ‘나는 맞고 너는 그르다’는 인식은 사회양극화를 가져올 여지가 있어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적폐라는 말은 개인과 구조를 뭉뚱그려 문제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었는지 가리는 효과가 있다. 서로를 적폐라 부르면 그 이후는 나의 절멸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을 ‘청산’하자는 구호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난 정부의 과오에서 무조건 적폐청산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려면 보다 냉철한 분석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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