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2017] '공정 사회' 이루려면… "촛불, 꺼져선 안됩니다"

[인터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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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난 1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사상 초유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조기대선을 치러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지켜내며 어긋난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로잡는 중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머니S>는 문재인정부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공정한 미래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봤다. <편집자주>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 청렴치 못한 국가에 대한 아우성, 지난해 말 광장을 메운 촛불은 그간 쌓이고 쌓인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이제 끊어야 한다는 시민의 열망이다. ‘공’(公)을 실현해내는 일은 촛불이 우리에게 남긴 책무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6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촛불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13·14대 국회의원, 단국대·성균관대 석좌교수와 단국대 이사장을 역임한 사회 원로다. 박 이사장에게 그간 우리나라가 겪은 변화와 ‘포스트 대한민국’을 위한 과제를 물었다.

◆중립적 가치관의 부재, 불공정 낳는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를 가진 1시간 내내 ‘공정’을 강조했다. 공정성이 담보돼야 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혁명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민의 투쟁이었지만 그 시작은 ‘불공정함에 대한 반대’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 말 ‘촛불 시민’이 요구했던 것 역시 불공정한 사회의 정상화였다.

시민은 우라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가치관으로 ‘공정성’을 꼽는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공정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26.0%에 불과했다. 자유(76.0%)와 민주(66.4%)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공정성이 무너진 배경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중립적 가치관의 부재’라고 봤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에선 각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고 사사로운 이익에 따른다는 것이다.

“모든 사안엔 ‘시’(是·옳은 것)와 ‘비’(非·그른 것)가 있죠. 그러나 때론 ‘양시’(兩是)나 ‘양비’(兩非)인 경우도 있어요. 모두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단 얘기죠. 이럴 땐 서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게 정치예요. 하지만 우리 현대사를 보세요.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배척합니다. 좌파·종북·친북으로 몰아요. 이런 환경에서 객관적인 사고가 가능하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그런(중립적) 가치관보다는 사사로움만 좇다 탄핵된 겁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사진=서대웅 기자

◆촛불혁명은 ‘미완의 혁명’

1700만명. 지난해 말~올 초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의 숫자다. 시민은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했고 정권을 끌어내렸다. 그 과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었다. 가장 평화적인 수단(촛불)으로 법과 원칙(국회 탄핵소추 가결→헌재 탄핵 결정)에 따라 정권을 교체시켰다. 그럼에도 박 이사장은 “촛불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촛불혁명은 우리나라의 과거 혁명과 비교해 성공적인 면이 있습니다. 새 정권을 창출해낸 첫 혁명이기 때문이죠.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려도 새 정권을 세우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촛불혁명이 완성된 혁명이라고는 아직 볼 수 없습니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이에요. 시민이 요구한 건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닙니다. 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었어요. 더 근본적인 문제죠.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끊어야 한다는 게 촛불이 우리에게 남긴 책무입니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이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5월 출범 후 적폐청산을 제1공약으로 내세우고 대대적인 실행에 옮기는 문재인정부에 일부 보수권에선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박 이사장은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비난하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적폐를 청산해 이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고질적 병폐를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 촛불혁명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19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할 때라는 그의 생각도 여기서 비롯된다. 6·10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법을 새로 제정했지만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구조의 변화가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는 지금의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동양 정치사상의 기본

경제민주화.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까지 경제민주화를 외쳤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경제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뜻했다. 박 이사장은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대거 폐기했지만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날인 지난 5일 밤 ‘부자증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인세 명목세율을 최고 25%로 올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1991년 이후 26년 만이다. 재계는 외국의 경우 기업의 세부담을 줄이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간다고 반발한다. 박 이사장의 생각은 어떨까.

“손상익하(損上益下). 주역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윗사람의 재산을 덜어 아랫사람의 이익에 보탠다는 뜻이죠. 이는 동양의 기본 경제원리이자 정치사상이기도 했어요. 여기에 다산 정약용은 ‘손부익빈’(損富益貧)을 말했습니다. 부자의 것을 덜어 가난한 사람에게 주자는 얘기죠. 오늘날 경제사상도 이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봐요. 신자본주의의 방향으론 극대화된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또 재벌들이 과연 공정하게 돈을 벌고 있는지, 경영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박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산의 목민심서 주제는 ‘공’(公)과 ‘렴’(廉)입니다.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는 거예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도 이것입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프로필
-1942년 전남 무안 출생
-전남대 법대 및 동대학원
-13·14대 국회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518기념문화재단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단국대·성균관대 석좌교수
-한국고전번역원장
-(현)다산연구소 이사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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