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코리아] '가심비', 경제지형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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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라이프 트렌드 '웰빙'이 일에 스며들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워라밸'이 각광받는 것. 워라밸세대는 일도 중요하지만 삶이 소중하다. 근로시간을 주 35시간까지 단축하거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워라밸세대의 소비 증가로 유통가는 미소를 짓는다. <머니S>가 새해를 맞아 국내에 부는 워라밸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 직장인 이주연씨(31)는 퇴근 후에 필라테스 수업을 받는다. 일정한 호흡으로 몸을 스트레칭하면 하루에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필라테스 비용은 월 32만원, 개인레슨까지 받으면 한달에 60만원이 넘지만 만족도가 높아 꾸준히 다닐 계획이다.

#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승현씨(35)는 동료들보다 1시간 더 일찍 출근한다. 야간 대학원에 가기 위해 오후 5시에 퇴근하기 때문. 올 초 김씨는 글로벌 유통법률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고 학기당 600만원의 수업료를 낸다.

‘워라밸’ 열풍이 분다.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를 위해 지갑을 연다.

유통업계도 워라밸세대에 주목한다. 사회에 진입한 워라벨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늘린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새해 소비시장을 이끌 신소비계층으로 지목될 정도다.

워라밸세대의 소비는 상품·서비스 구입을 넘어 경험소비로 확대된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학업이나 운동, 취미생활 등을 하는 데 돈을 쓰고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부도 직장인의 워라밸 확산을 위해 ‘일·생활균형 국민 참여 캠페인’을 진행한다. 직장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노동생산성 상승… 일본은 3조원 소비↑

워라밸이 불러올 경제효과는 얼마나 될까. 경제전문가들은 적어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먼저 워라밸의 필수조건인 직장인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개인이 직접 소비에 나서지 않아도 정부와 기업의 자본투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4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후 국내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 넘게 늘었다.

노동생산성 증대 효과는 근로시간이 길었던 업체일수록 두드러졌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했던 음식료품, 가죽·가방·신발, 석유제품 등 기업체는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2.1% 증가했다. 근로시간 40시간 미만 기업체에서는 0.4% 늘었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은 마이너스 상관관계임이 드러났다”며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고 보상받는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근로단축에 따른 노동생산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의 여가생활은 직접적인 소비진작 효과도 나타낸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여가활동에 쓰는 비용은 월 평균 15만2000원으로 국민 평균비용(13만6000원)보다 1만6000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연구원은 직장인의 조기 퇴근으로 연간 2조5757억원의 직접 지출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5조2481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2조11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에선 일본이 워라밸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프리미엄 금요일’로 불리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에 직장인이 퇴근할 경우다. 기업 정규직의 10%가 여행을 간다고 가정하면 약 2000억~3000억엔(약 2조87억~3조131억원)의 소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대부분이 근로자 전원을 오후 3시 퇴근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루 1230억엔(약 1조2500억원)의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박한 행복, 오늘을 보상하는 휴식


물론 직장인의 워라밸생활이 반드시 경제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은 심리적 안정을 주는 플라시보(위약)소비에 나선다. 경제활동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동이다.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쉼을 갖거나 잠을 자는 직장인도 많다. 한 리서치회사가 조사한 직장인의 여가활동 비중에선 TV 시청이 9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터넷 검색·SNS(70.4%), 음주(65.7%), 잡담·통화하기(65.4%), 산책 및 걷기(61.3%)도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퇴사를 위해 공부’하는 것도 특징이다. 워라밸세대에게 직업은 경력을 만드는 수단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퇴사 후 삶을 계획하는 직장인을 위한 퇴사학교가 생겨났고 퇴사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직장생활연구소도 인기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성장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한 소속감, 과도한 경쟁 등으로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한 소소한 소비가 이어진다”며 “자존감이야말로 새해 소비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직장인의 보상적 소비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워라밸, 어디서 즐기나요?

워라밸은 신용카드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오른다.

야외활동이나 취미생활에 지갑을 여는 직장인이 늘면서 관련 카드 결제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카드금액은 4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사용액(41억8000만 달러)보다 4.9% 늘어난 것으로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면세점과 주유소, 대중교통, 여행사 및 렌터카에서의 사용액도 1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골프장과 레저시설·레저용품에 대한 결제액 역시 7~9%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유흥과 사치업의 카드 결제액은 8.8% 줄었다. 직장인의 회식 코스인 노래방 결제액도 2.1% 감소했다. 워라밸이 확산되면서 밤늦게까지 술 먹는 회식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마음을 위로하는 ‘플라시보 소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카드 사용처도 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직장인의 여가생활을 돕는 신용카드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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