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코리아] "일은 일부, 삶이 먼저예요"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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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라이프 트렌드 '웰빙'이 일에 스며들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워라밸'이 각광받는 것. 워라밸세대는 일도 중요하지만 삶이 소중하다. 근로시간을 주 35시간까지 단축하거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워라밸세대의 소비 증가로 유통가는 미소를 짓는다. <머니S>가 새해를 맞아 국내에 부는 워라밸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워라밸). 우리 사회 신조어로 떠오르며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방법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회사의 근무시스템이 크게 좌우함을 부정할 수 없다. 직장인들은 워라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일주일에 한번 퇴근 후 독서모임을 갖는 ‘동네-BOOK’ 모임을 찾아 그들이 생각하는 워라밸을 들어봤다.

◆본인 노력 있다면 ‘워라밸쯤이야’

동네북은 일주일에 한권의 책을 읽고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모임이다. 운동 모임처럼 활동이 많지 않아 퇴근 후 부담없이 타인과 교류를 원하는 직장인의 가입이 이어진다. 꼭 ‘특정’ 활동을 해야만 워라밸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모임활동은 삶에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 이런 독서모임도 워라밸의 한 단면인 것 같다.
▶김상기씨(30·남·프리랜서) = 일에 치이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대신 이곳에서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만나면서 삶의 여유를 찾는다.

▶정수현씨(32·남·프리랜서·동네북 모임장) = 책 읽는 습관이 생겨 좋다. 모임에 나오려면 무조건 책 한권은 읽어야 한다.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점이다. 타인을 대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여러모로 배울 게 많다. 내게는 삶의 윤활유 같은 모임이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9인 중 일부는 워라밸이란 단어를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란 간단한 개념을 설명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퇴근 후 독서모임 외에도 운동, 공연관람, 온라인게임, 등산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긴다.

동네북 회원 모습./사진=김정훈 기자

- 야근을 하면 모임 참석은 어렵겠다.
▶정씨 = 참석자 대부분이 직장인이어서 퇴근시간을 고려해 저녁 7시30분에 모임을 진행한다. 물론 야근이 있는 회원은 오기 어렵다. 그래서 전체 회원수는 50~60명인데 정모날 참석이 가능한 사람은 10명 내외다.

- 업무량과 워라밸은 비례한다고 보나.
▶곽상민씨(31·남·회사원) = 다행히 우리 회사는 야근이 적다. 업무 때 지인과 카카오톡을 많이 해 야근 위험이 올 때도 있다.(웃음) 그래도 제시간에 일을 끝내는 편이다. 내가 모임에 나올 수 있는 이유도 퇴근에 맞춰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해서다.

▶최수현씨(28·여·회사원) = 저 역시 업무시간 안에 최대한 일을 끝내려 노력한다. 8시간의 근무시간이 적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정씨 = 개인별로 추구하는 워라밸에 대한 가치가 다르지 않나. 내가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집에 가서 그냥 쉬고 싶은 사람도 있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픈 사람도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근무환경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스스로 근무시간을 관리하고 조절하면 못할 것이 없다.

◆멀리 있지 않은 워라밸

# 출근과 함께 모닝변(?)으로 하루를 시작. 커피 한잔과 함께 ‘담배타임’을 가지고 적당히 오전을 보내니 점심. 오후에 ‘깨톡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오후 2시. 이후 김 과장은 밤 10시까지 8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운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닌 글 ‘김 과장의 하루’다. 야근이 일상화된 국내 회사의 비효율적인 업무풍토를 풍자한 글이다. 과장이 섞인 글이지만 마냥 웃어 넘기기 힘든 이유는 많은 회사의 풍경과 다르지 않아서다. 워라밸이 신조어로 떠오르지만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 ‘선진국 얘기’ 정도로 치부되는 건 여전히 이런 근무마인드를 지닌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 회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뭔가.
▶서 훈씨(34·남·유통업) = 태국 물류 유통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다. 태국은 6시 정시 퇴근이라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다. 이후 한국에 왔지만 퇴근이 저녁 6시는커녕 7시인 곳도 찾기 힘들었다. 현재 들어온 회사에서는 이직도 고려 중이다. 연봉보다는 정시퇴근이 내겐 중요하다. 일은 삶이란 커다란 영역에 속한 일부분일 뿐이다. 삶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민현정씨(35·여·영양사) = 영양사는 업무 특성상 회사 소속이 아니라 위탁업체에 소속돼 계약이 끝나면 이직한다. 위탁업체 선정에 있어서 연봉도 중요하지만 근무환경을 많이 따진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근하거나 위탁업체의 업무시스템 등을 본다.

▶조성희씨(30·여·회사원) = 연봉을 무시 못했다. 특별히 복지나 근무유연성을 그때부터 유심히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대부분 취업 때는 가리는 게 없지 않나.(웃음) 일단 들어가고 봐야지.

▶구지성씨(28·여·회사원) =  ‘복지포인트’ 존재 여부? 포인트로 정말 할 게 많다.(웃음) 나중에 애를 낳을 것에 대비해 육아휴직이 확실히 보장되는지도 봤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됐지만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부실한 곳도 많더라.

육아휴직 얘기가 나온 후 남성들의 표정을 살폈다. 육아휴직 존재 여부를 물으니 복잡 미묘한 표정과 함께 침묵이 이어지다 한탄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곽씨 = 육아휴직? 쓸 순 있다. 근데 쓰면 책상이 없어진다.(웃음) 저희팀에 애가 생긴 남성분이 있는데 육아휴직 고작 한달 쓴다고 얘기했다가 ‘책상 없어질 생각하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이 회사에 재직하는 한 언젠간 육아부담을 지게 될텐데 웃지는 못하겠더라.

▶이진호씨(29·남·회사원) = 여성 육아휴직은 모르겠지만 남성은 회사마다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젊은층의 생각이 변한다. 현실적인 답변도 있었지만 과거 세대처럼 일에 찌든 삶, 연봉에 갇힌 삶을 원하지 않았다. 워라밸이란 단어로 포장됐지만 일과 삶의 균형은 이미 많은 근로자의 일상과 사상에 스며들어있다. 우리는 이미 워라밸 세대지만 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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