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혁명] '계륵 위기' 실손보험,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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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2018년은 대한민국 의료복지에 혁명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명명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비급여 항목 대부분이 급여화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국민적 지지를 뜨겁게 받는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당장 건강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의료계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머니S>가 올 4월 문재인케어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을 진단했다. 또 의료계의 입장과 '계륵'이 될 위기에 처한 실손의료보험업계의 미래, 해외의 '건보 갈등' 사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3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실손의료보험이 '계륵'이 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정부가 올해 도입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의 후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당국도 실손보험을 수술대에 올린 상태다.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보험료 수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의 기능과 보험료 부문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거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전국민 의료비 경감에 큰 역할을 담당하던 실손보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고가 치료비 보장 수단으로 변화"

문재인케어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가 주 목적이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2022년까지 70%로 확대키로 하고 본인부담 의료비는 37%에서 30%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본인부담 100%인 비급여항목을 2022년까지 급여화하고 올해부터 선택진료비 폐지 및 상급병실 건강보험 확대 적용 등에 나설 예정이다. 급여화되는 비급여항목은 무려 3800여개에 이른다.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의료비를 따로 지급하던 치료항목 대부분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3400만명의 가입자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실손보험은 국내 의료시장에서 단순한 보험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라 실손보험의 효용성은 낮아진다. 국가가 의료비를 보장하는 치료에 가입자가 별도의 보험료를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지만 실손보험만 보장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기에 상품이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의료비 지출비중이 높은 MRI·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2022년까지 모두 급여화되지만 높은 가격에 비해 얻는 효과가 불분명한 비급여치료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최대 90%로 높이는 '예비급여'로 분류된다. 바로 이 예비급여에서 실손보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예비급여는 환자 본인부담률이 높은 항목으로 의료비의 추가보장이 필요하다"며 "고가의 항암제 치료 및 로봇수술 등을 보장할 실손보험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도 "앞으로 실손보험은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고급의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이 급여화되지 않은 고가의 치료비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능적 변화를 떠나 논쟁이 되는 부분은 실손보험료다. 정부는 실손보험 감리에 나서며 보험사를 압박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24개 생명·손해보험사가 2008년 5월 이후 판매한 실손보험상품을 대상으로 감리를 진행해 12개 보험사에 가입된 40만6000명의 보험료를 213억원 더 걷었다고 밝혔다. 당시 보험사들이 자체 환급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하의 당위성을 주장할 명분이 됐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정부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건강보험 확대정책으로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의료비 69조4000억원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의료비 규모는 13조5000억원이다. 문재인케어를 도입할 경우 이 중 8조7000억원(64%)이 급여의료비로 전환돼 비급여의료비가 4조8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감소한다. 2016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은 65%, 실손보험의 비급여보장률은 80%다. 전체 비급여 의료비 중 10조8000억원(비급여보장률 80% 감안 시)이 이에 해당된다. 이 금액에서 실손보험 가입률 65%를 적용하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금액은 6조3000억원이다. 결국 보험사는 전체 10조8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을 뺀 4조5000억원만큼 보험금 지급부담을 덜 수 있다. 
 
◆'문케어' 실손보험 체계 바꿀 기회?

이처럼 손해율과 보험금 지급액이 감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이미 100%를 넘어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를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케어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얻을 반사이익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보건복지부 내 공·사의료보험연계심의위원회 구성이다. 심의위원회가 보험사 실손보험료 산정과 보장범위 등을 꾸준히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은 보험료 조정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의료계의 반대와 건강보험 재정 문제 등에 부딪혀 문재인케어가 정상적으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며 "도입 후의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 무작정 보험료를 내리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보험료 인하 후 쌓이는 적자를 국가가 책임질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현행 실손보험 체계가 과잉진료를 방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케어 도입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진 데는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요인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내 26개 생·손보사의 지난해 실손보험 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가입자 3330만명 중 937만명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전체 보험료 납입액보다 6364억원 많은 6조9723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무려 131.3%에 달했지만 이에 따른 실손보험료 인상률 18.4%는 전체 가입자가 부담했다. 일부 가입자는 연간 수백건의 진료를 받고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김 의원은 "현행 실손보험 체계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체 가입자가 피해를 입는 현상이 계속된다"며 "인위적인 보험료 인하 개입보다 과다·허위청구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개선을 통해 보험료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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