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혁명] 전면 급여화, 문제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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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2018년은 대한민국 의료복지에 혁명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명명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비급여 항목 대부분이 급여화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국민적 지지를 뜨겁게 받는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당장 건강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의료계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머니S>가 올 4월 문재인케어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을 진단했다. 또 의료계의 입장과 '계륵'이 될 위기에 처한 실손의료보험업계의 미래, 해외의 '건보 갈등' 사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나는 나라, 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함께 고통 받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닙니다.”

지난해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며 ‘문재인케어’의 밑그림을 펼쳐보였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다. 국민 의료비 상승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전면 보장해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케어에 대다수 국민은 환호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지난달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의사 수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왜 문재인케어를 반대하고 나섰을까. 문재인케어가 첫발을 떼기도 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비급여의 급여화 '문재인케어' 


아플 때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만큼 서러운 일은 없다. 비급여라는 덫을 피하기 위해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현실이다. 국가중증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은 중병이라도 걸리면 집안 자체가 풍비박산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진료를 말한다. 민간의료보험마저 없으면 환자는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급여는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사실 그간 일부 의사들이 무분별한 검사 등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 유도로 수익을 챙겨온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복지정책 중 하나가 문재인케어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는 미용∙성형을 제외한 MRI(자기공명영상촬영)∙항암제 등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항목을 단계별로 건강보험에 적용, 63.4%(2015년 기준)인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5년간 30조600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환우들과 대화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관건은 재정… 건보료 인상 불가피

문제는 재정이다. 건강보험 진료비가 치솟는 가운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64조5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사용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5조918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0%에 달했다. 통계청은 2015년 13.1%인 65세 노인인구가 2020년에는 20.1%, 2030년 24.3%, 2060년에는 40.1%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추가 재정을 통해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밝힌 재원 조달 방안은 ▲건보료 인상분 15조원 ▲건강보험 누적 흑자 10조원 ▲국고 지원금 5조원 등이다.

당장 이달부터 건강보험료가 2.04% 오른다.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 평균 보험료는 10만276원에서 10만2242원으로,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8만9933원에서 9만1786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저소득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최하위소득인 소득 1분위는 연간 122만원에서 80만원으로, 소득 2∼3분위는 연간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소득 4∼5분위는 연간 20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앞으로 건강보험료는 더 오를 전망이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연간 3.2%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예산을 30조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현실적인 건강보험 재정확보 방안 없이 문재인케어를 졸속으로 추진한다고 비판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예산 30조원만으로 문재인케어를 감당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이 예산을 보험료 인상 없이 확보하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의-정 이견' 시행시기 불투명

문재인케어 시행 일정도 가늠할 수 없다. 아직 세부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말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발표를 늦췄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16개 대정부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급여 급여화, 수가 정상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편 등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의협 비대위의 요구안을 놓고 의·정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안에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케어 세부 실행 로드맵 확정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2022년까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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