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차의 '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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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만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올해 글로벌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자동차 대수다. 지난해 판매목표(825만대)보다 70만대나 줄였다.

현대·기아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당초 목표보다 100만대나 부족한 725만대를 파는 데 그쳤다. 판매목표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달성률이다. 지난해 중국발 사드보복과 미국 자동차시장 경쟁심화 등 G2 시장에서 가중된 어려움이 판매량을 줄어들게 한 원인이라고 현대·기아차는 분석한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지난해는 그룹 출범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고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G2 시장에서의 어려움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수에서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노사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자칫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 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판매목표를 대폭 줄인 데서 현대·기아차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무리한 판매회복이 아니라 내실 다지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자인한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차 한 직원은 “외연이 성장하던 시기에 회사는 고리타분하고 정체된 느낌이 있었는데 위기에 직면하자 오히려 생동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메시지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말하기보다는 혁신과 책임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사는 판매가 줄었지만 연구개발(R&D)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올해 그룹 임원승진이 대폭 줄었음에도 R&D 부문 승진자는 오히려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본격적인 미래 먹거리 창출도 추진하고있다. 글로벌 거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기반으로 개방형 혁신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9년 전에도 목표를 전년 대비 60만대 낮춰 잡았다가 오히려 반등한 적이 있다. 2009년 회사는 판매목표를 420만대로 설정했는데 예기치 않게 463만대나 팔아치웠다. 토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큰 손들의 위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잡지도 못했을 터, 2000년대 들어 진행한 ‘품질경영’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현재의 위기 역시 현대·기아차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2009년 처럼 당장에 기회가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변화속도를 고려하면 수년안에 기회가 찾아 올 것은 자명하다. 최근 창립 50주년을 넘긴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절치부심해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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