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혁명] 병·의원 득실 따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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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2018년은 대한민국 의료복지에 혁명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명명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비급여 항목 대부분이 급여화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국민적 지지를 뜨겁게 받는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당장 건강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의료계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머니S>가 올 4월 문재인케어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을 진단했다. 또 의료계의 입장과 '계륵'이 될 위기에 처한 실손의료보험업계의 미래, 해외의 '건보 갈등' 사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문재인케어’ 추진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이 정책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핵심이다. 이는 의료서비스 가격과 질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뒤늦게 정부가 적정수가(진료비용) 보장을 약속하고 의료계와 대화에 나섰지만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여기에는 재원 확보 및 활용 문제와 대형병원, 중·소병원, 의원, 전공의 등 각각 다른 위치에 따른 미묘한 입장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의료전달체계 위치 따라 이해 상충
 
지난해 12월10일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사 3만여명(대한의사협회 추산)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 후 의료계와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는 적극적인 대화로 방향을 틀었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병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건보 보장성 강화 의-정 실무협의체’를 꾸리고 합의점 찾기에 나섰다.

지난 5일까지 4차례 실무협의체 논의가 이뤄졌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문재인케어는 국민과 의료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며 “정부정책이 현실화되려면 지난 40년간 이어진 저수가 정책을 수정해 적정수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9일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왼쪽) 등 보건복지부 실무진과 조원일 부위원장(오른쪽) 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 위원들이 의-정 실무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DB

문제는 적정수가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의료계 내부 의견이 달라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 당장 선택진료·상급병실료·간병비로 이뤄진 3대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돌릴 경우 의원, 중·소병원, 대형병원에 미치는 영향이 모두 다르다. 병원이 클수록 피해가 커지는 구조지만 동네 의원과 대형병원의 진료비가 같아지면서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의료수가도 개원의사들이 주축인 대한의원협회와 병원 운영자들이 모인 대한병원협회의 입장이 달라 그간 정부와 협상도 따로 진행해 왔다. 의-정 실무협의체 구성 과정에서도 대한병원협회는 비대위를 통해 의료계 단일 목소리를 내는 대신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투쟁이 아닌 협상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며 독자 참여를 관철시켰다.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가장 다급한 쪽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의원 측이다. 송한승 대한의원협회 회장은 “정부가 말로는 1차 의료기관 살리기라고 하는데 실제 내용은 죽이기”라며 “‘동그란 네모’와 같은 모순된 표현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재원 마련 및 재정 지원책 없이 한개의 파이 나누기 식으로 쉬운 진료의 수가는 낮추고 어려운 진료 수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하면 동네의원은 생존이 어렵고 의료전달체계도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송 회장은 “문재인케어는 부족한 재원을 제시하면서 (의료) 공급자만 쥐어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는 의료공급체계의 균열과 의료계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결국에는 건강보험의 영속성과 지속성도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검사·방사선료 10% 삭감 등 추가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직원 해고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이 기반을 잃게 되면 국민 불편도 커질 수 있다. 감기와 같은 간단한 진료를 멀리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의원을 살리기 위해선 원래 목적대로 의원은 외래진료를 보고 상급병원은 외래를 보지 않아야 하지만 이 문제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정한 만큼 아프지 않다" 
 
젊은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다른 의료계 단체와 큰 틀에서의 입장은 같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다.

당초 전공의협의회는 문재인케어에 대해 “한계에 다다른 저부담·저급여 의료시스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이라며 “환자는 국가가 미리 정해둔 비용, 기간, 재료만큼만 아픈 존재가 아니고 비급여는 급여만으로 할 수 없는 검사와 치료를 가능케 하는 통로로도 사용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의료계에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동시에 국민에게는 비용부담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바람직한 의료환경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권익이 충돌하지 않는다. 잘못된 정책 추진 결과는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환자와 의사를 멀어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12월26일 비대위가 대한병원협회 요구를 100% 수용해 의정 협의체에 동수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정책 발표 후 의료계가 비대위를 중심으로 ‘최선의 진료환경’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대한병원협회의 참여는 없었다”며 “문재인케어가 (대한병원협회 측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이들이 의료계 대다수의 반대에 힘을 보탤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비대위 위원)은 “지금은 내부 다툼을 벌일 시기가 아니지만 의료계의 위치에 따라 이번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만큼 통일된 주장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비대위에서 최대한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어느 정도 가시적 결과가 나오면 내용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어 “정책이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면 왜곡이 일어난다”며 “단순히 특정한 진료과의 수가를 올리고 내리는 선의 조정으로는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계 내부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한편 급여 평가, 의료전달체계, 불공정한 심사평가 구조개선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문재인케어 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의료계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인력과 수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정 협의 과정에서 수가인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과 제약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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