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환율 시대] ②원화강세 충격파,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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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국내 경제에 환율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 종가 기준으로 1100원선을 하회한 이후 수개월째 원화강세(원화가치 상승)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환율이 자꾸 떨어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반면 내수경기에는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원/달러, 1010원까지 내려갈 수도

지난해 말부터 외환전문가 사이에서는 원화강세가 올해 심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원화강세가 가팔라지자 전문가들은 상반기 원/달러 환율 지지선을 당초 제시한 1050원보다 낮추는 등 전망치를 서둘러 수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장중 한때 1060.2원까지 내려간 원/달러 환율이 8일에는 3년2개월 만에 장중 1060원선이 깨져 1058.8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하회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연저점은 1050원 안팎으로 전망한다”며 “올 1분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1분기가 지나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와 엔화 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 트럼프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엄포로 정부의 시장개입 의지가 줄어든 만큼 어느 때보다 원화강세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이하로 하락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보다 가파른 원화강세를 예상하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연저점은 1010원 안팎으로 올 1~2분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는 4월 발표될 미국 환율보고서가 원/달러 환율 방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원화강세가 달러화 강세로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오는 3월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이미 예견된 인상인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조가 공격적이지 않아 시장에 선반영될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환율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산업 비상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업 입장에 따라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유발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호재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는 악재다. 문제는 국내 주요 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원화강세가 한국경제에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원화강세는 한국산 제품을 해외에 팔 때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0.05%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박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떨어지면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이 원화강세를 경계하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은 1183.9원”이라며 “원화강세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거래 통화를 다변화해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따른 외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 말고는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부진을 거듭하는 국내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큰 충격이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환율 마지노선은 1달러당 1050원이다. 그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도 손해가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가치가 엔화가치보다 더 올라가면서 도요타,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시장 경쟁사인 일본 업체에 비해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 역시 원화강세에 따른 손실이 예상된다. 반도체가 슈퍼사이클 호황기라 자동차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지만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환율이 10%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2~3%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원화강세는 반도체업계에도 치명적이다.

특히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원화강세는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과거와 달리 금리는 물론 국제유가 인상과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달러화 채무가 많거나 수입물량이 많은 기업은 떨어진 환율만큼 부담이 줄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원화강세가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공급 주문에 따라 그때그때 물량을 맞춰야 하는데 환율 변동폭이 클수록 주문량도 크게 변해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다”며 “국내 경제지표상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환율이 더 급락하면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질구매력 증가… 가계경제에 ‘우호적’

원화강세는 물가안정과 서민·중산층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외환전문가들도 원화강세가 내수경기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업의 부를 가계와 소비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지만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증가해서다. 또한 원화강세는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구매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내수를 기반으로 한 소득주도 성장론’인 점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아 가계부문에는 호재가 예상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강세의 순기능 중 하나는 내수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내수경기에 방점을 둔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에 저환율이라는 재료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원화강세는 자녀 유학비 송금이 잦은 기러기 아빠와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 해외직구(직접구매)를 즐기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가계부문의 부실화 가능성 등 위기 요인도 상존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는 데다 미국이 올해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저환율을 감내할 만큼의 가계경제 펀더멘털이 형성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원화강세에 웃는 '기러기 아빠'

# 어느덧 9년차 ‘기러기 아빠’가 된 김시우씨(54)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숨통이 트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유학길에 오른 딸 나영씨(22)가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서다. 나영씨가 중·고등학교를 중국에서 다닐 때는 환율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대학입학 후에는 부담이 컸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2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60원대로 떨어지니 1달러당 140원, 1만달러당 140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딱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처럼 자녀가 유학을 떠나 해외에 장기체류 중이라 학비나 용돈을 보내야 하는 경우 환율이 오를 것을 대비해 원화강세가 나타날 때는 외화를 많이 사두는 게 유리하다. 다만 가파른 원화강세 흐름으로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꺼번에 환전하기보다는 환율이 5~10원 떨어질 때마다 여러번 나눠 환전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외화예금과 적금을 적절히 이용하면 환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정 superb@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김수정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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