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①'사금융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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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24%시대가 열린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회사와 대부업체는 다음달 부터 연 24% 이하 금리로 대출상품을 판매한다. 정부는 대출금리를 낮춰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 대출자를 구제할 방침이다. 정부의 통 큰 금리인하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서민금융 지원책이 효과를 내려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고 불법사금융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머니S>는 최고금리 24%시대를 맞아 서민금융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편집자주>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저축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아 퇴짜를 맞았고 결국 사채업자에게 매일 12만원씩 100일 동안 상환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빌렸다. 사채업자는 강제로 미용실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담보로 미용실 열쇠를 가져갔다. 사체업자는 “경찰이 불법사금융 조사를 요청해도 대응하지 말라”고 엄포도 늘어놨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 136.2%의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

#카센터 직원 B씨는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빌렸다. 몇차례 사업실패로 빚이 늘어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해서다. B씨는 선이자 30만원을 내고 65일간 하루에 10만원씩 상환(대출금리 276.9%)하는 대출계약을 맺었다. 이마저도 빌려주는 곳이 없어 B씨는 대부업체를 자주 이용한다.

서민들이 빚 수렁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4.0%로 내리는 서민금융 정책을 시행하지만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3.9%포인트 인하된다. 최대 293만명의 이자부담이 연간 최대 1조1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저신용자가 최소 34만8000명에서 최대 16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금융회사에서 퇴짜 맞아 불법사금융에 몰리는 '풍선효과'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한 저신용자 비중은 2014년 1월 70.2%에서 지난해 10월 49.8%로 급감했다. 이 기간 7~10등급 대출자는 83만5727명에서 73만9422명으로 줄었다. 금리인하 혜택을 받는 수만큼 음지로 몰리는 서민도 늘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스1 DB

◆불법사금융에 몰린 서민


대부업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용구조가 열악한 소규모 대부업자들은 폐업해 음성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부업체는 2016년 6월 말 8980개에서 지난해 6월 말 8075개로 감소했다. 개인 대부업자 감소 폭(7010개→5700개)은 더 컸다. 

반면 대부업체 대출액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대부업 대출액은 15조4000억원으로 2016년말 대비 8000억원 늘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금융회사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자가 몰린 수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인하는 저신용자에게 ‘독’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들의 대출이용 범위가 줄어 빚의 굴레가 더 깊어진다는 우려다.

최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러시앤캐시, 산와대부, 웰컴론 등 신용대출 취급 대부업체 35곳을 대상으로 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대출 축소’ 의견을 낸 곳은 19곳, ‘대출 중단’은 9곳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 28곳(80%)가량이 대출을 제한한다고 밝혀 서민금융의 질이 악화될 우려가 커졌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대출받는 저신용자는 대부분 급하게 융통할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그 수요를 해소해주지 않는 이상 최고금리 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 금리인하…후폭풍 우려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란에도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6년5개월 만에 인상했고 올해 두차례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준금리가 올라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부터 시작됐다. 연 66%에 달하던 금리는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9%까지 내렸다. 금리를 내릴 때 마다 반발이 심했지만 저금리 환경에 조달금리가 낮은 만큼 대출이자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오랜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인상기에 들어섰지만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은 일관되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법정 최고금리는 20%대로 우리나라보다 4%포인트 이상 낮다. 일본은 1983년 대금업법 제정 당시 73%였던 금리상한을 2000년 29.2%, 2010년 6월 20%로 인하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법정 최고금리는 이자 상한제도를 가진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서민의 빚 부담을 줄이고 가계부채가 국가 신용리스크로 번지지 않으려면 최고금리를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찮다. 일본은 2006년 3월 20조9000억엔(약 201조원)에 달하던 대부업계 대출규모가 2014년 3월 6조2000억엔(약 59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불법사금융 피해자 수는 2008년 46만명, 2009년 42만명에서 2010년 56만명, 2011년 58만명으로 증가했다.

일본 정치권은 후폭풍이 거세지자 최고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금융에 끼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우리나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서민대출이 대다수 3년 이상 장기대출인 만큼 최고금리 인하도 장기적 관점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20년에 걸쳐 상한금리를 연 40%에서 20%로 내렸다. 연 29.2%에서 20%으로 내릴 때는 유예기간도 3년6개월 가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8년 만에 상한금리를 20%포인트 낮췄다. 급속도로 내려간 금리에 공급자(금융회사)는 물론 수급자(서민)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고금리 조정폭과 시행시기는 금융회사와 대출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조절이 필요하다"며 "일본은 금리인하로 위축된 대부업체를 금융지주회사가 하나씩 인수해 저신용자 대출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은행과 상호금융회사가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햇살론(정책대출상품)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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