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우롱하는 '카드수수료 인하'

 
 
기사공유

금융당국이 껍데기에 불과한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허울만 좋을 뿐이다.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은 조금 복잡하다. 밴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수수료 ‘인하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22일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오는 7월 밴수수료 지급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정액제는 결제건수에 따라 일정액(약 100원)을, 정률제는 결제액 크기에 따라 차등된 금액을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카드수수료 원가 분석 시 정률제로 변한 ‘환경’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조정된다. 이를 위해 올해 카드수수료 원가분석을 하는데 원가항목 중 하나인 밴수수료를 정률제에 기반해 계산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면서 소액결제가 많은 일반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속 빈 강정이다. 신한카드가 2015년 7월 정률제로 개편한 이후 모든 카드사가 밴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정액제를 시행 중이지만 결제금액을 구간별로 나눠 밴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구간정액제여서 정률제나 다름없다. 새 수수료율 산정을 위한 카드수수료 원가 분석기간인 올해 정률제를 처음 반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국은 이 ‘당연한 일’을 마치 정부가 선심 쓰는 것처럼 하고 있다. 몇몇 업종을 대상으로 한 재산정 기간을 내년 1월에서 올 7월로 앞당겼을 뿐이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배경은 뭘까. 지난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월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고 확언했고 금융위는 같은 날 오후 A4용지 2장짜리의 짧은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위가 대통령 발언 직후 설명자료를 낸 건 대통령 주재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안을 소개한 2016년 3월을 제외하고 최근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급조책’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부터 국회 및 여신협회와 충분히 논의한 결과”라고 해명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환경상 카드수수료 인하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을 금융위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 밴수수료 체계 개편이었다. 명확한 수수료 인하가 아닌 “인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재산정되기 전 인하효과는 없다. 다른 원가 항목으로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당국은 이제라도 국민 기만을 멈춰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451.52상승 37.2406:40 02/26
  • 코스닥 : 874.78상승 4.5606:40 02/26
  • 원달러 : 1077.20하락 7.306:40 02/26
  • 두바이유 : 59.84하락 0.4506:40 02/26
  • 금 : 1354.30상승 23.906:40 02/2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