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황금알 블록체인] ⑤성공 열쇠는 '대상의 구체화'

 
 
기사공유
10년 전 한 논문에 쓰여진 이론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떠올랐다. 거래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이를 차례로 연결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열풍을 타고 IT기술의 프레임도 벗어 던졌다. 편리한 분산저장 기술은 숱한 거래를 일으키며 시장규모를 2022년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까지 키울 전망이다.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글로벌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린다. 이제 블록체인은 네트워킹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세다. <머니S>가 블록체인이 불러올 미래와 현주소, 수혜주를 조명했다. 또 블록체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블록체인 개념도. /사진제공=블로코

가상화폐에 이어 블록체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관련업계와 학계의 의견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제 당사자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구체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23일 개최한 ‘과학기술과 ICT로 열어가는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2018년 업무보고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의 안전성과 거래효율성을 높이는 미래 유망기술인 만큼 모든 산업분야로 확산시킬 시범사업과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 시범사업 추진 42억원, 핵심기술 개발에 100억원을 책정했고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올 상반기 중 수립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발표에 쓴소리가 쏟아졌다. 관련업계와 학계는 가상화폐를 규제하면서 블록체인을 키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블록체인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가상화폐여서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부가 가상화폐의 법적 ‘정의’와 ‘지위’부터 명확히 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까

가상화폐 광풍은 ‘거품’ 여부를 떠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수면 위로 끌어낸 일등공신임은 분명하다. 어려운 기술적인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은 널리 퍼진 상태.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어떻게 쓰일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한 비전은 명확치 않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4차산업혁명을 앞세우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갑자기 ‘블록체인’을 언급하는 중이다. 회사의 핵심기술을 이 기술과 연계하고 이를 통해 여러 과정에서 투명성과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앞세워 미래가 밝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놓고 있다.

관련업계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ICT회사가 블록체인에 주목한 이유로 개방성과 신속성을 꼽는다. 그동안 중앙은행 등 기관의 법적 권한을 통한 신뢰기능은 절차가 복잡하고 속도가 느렸다. 개방된 시스템인 블록체인기술을 도입하면 보안상 허점을 보완해 ‘탈중앙화’를 구현하면서도 빠른 처리가 가능해진다.
양환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과 정병선 연구개발정책실장이 지난 1월23일 ‘과학기술과 ICT로 열어가는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과기정통부 2018년 업무보고를 했다. /사진=뉴스1 오장환 기자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개발업계는 장밋빛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기술 구현대상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기업 대부분이 블록체인기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경향을 경계한 것.

블록체인업계 1세대로 꼽히는 김종환 블로코 상임고문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 확립”이라며 “현재 일어나는 많은 문제(거래소 규제, 과세, 기술육성 등)가 결국 법적 지위가 확실히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암호화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눠 처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려면 이에 참여하는 당사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가상화폐’의 정의가 바로 서야 기업들이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금융권조차도 대체인증수단으로만 활용하는 배경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어떤 데이터에 왜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면서 “최근 논란이 된 프라이빗·퍼블릭 방식은 병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구현하려는 대상의 구체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블록체인 전문가 밋업 (스파크 체인). /사진=블로코 제공

◆진화하는 기술에 정책방향 맞춰야

퍼블릭 블록체인은 불특정다수가 참여해 특정한 데이터와 흐름의 올바름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가상화폐다. 하지만 블록이 늘어나면 다시 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확장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된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나 플라즈마(Plasma) 등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진행 중이다.

대안으로 꼽힌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속도가 빠르지만 데이터의 손실이나 해킹 등의 문제에 취약하다. 따라서 최근엔 두 방식을 적절히 섞어 꼭 필요한 데이터만 퍼블릭 블록체인에 올리는 형태(앵커링)가 각광받는다.

블록체인업계는 우리 정부의 이해도나 방향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미 기업이 직접 구현하기 어려운 블록체인 기반 사물인터넷(IoT) 보안, 금융권 테스트베드 등 여러 검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또 AI 머신러닝과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의 규제 대상인 ICO(가상화폐공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의 경우 기업을 제재하는 상황이어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해외법인이나 재단을 세워 ICO를 진행하려 한다는 것.

김종환 상임고문은 “공인인증서에도 비슷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만큼 한국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분야의) 월스트리트가 될 기회라 본다”면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만 규제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도 ICO규제를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금융권처럼 성격(증권이냐 재화냐)에 따라 여러 기관이 나눠 감독하는 방안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았다.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외국에서는 증권 성격의 씨큐리티코인과 기타 성격의 유틸리티코인으로 구분한다”면서 “대부분 국가가 해당하는 성격에 맞춰 정해진 절차를 밟도록 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성격 자체가 모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증권이나 클라우드펀딩 모두 투자자 손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만큼 가상화폐도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 해당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는 당장의 가상화폐 광풍을 잠시 잠재우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열쇠는 정부가 쥔 상황.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되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451.52상승 37.2402:30 02/26
  • 코스닥 : 874.78상승 4.5602:30 02/26
  • 원달러 : 1077.20하락 7.302:30 02/26
  • 두바이유 : 59.84하락 0.4502:30 02/26
  • 금 : 1354.30상승 23.902:30 02/2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