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되짚어본 2017년의 위대한 발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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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인류가 잘 먹고 잘 살게 된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는 어딜까. 정치·경영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이념이 늘 충돌하면서 어떤 사람에게는 올바른 이론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정치적 사상과 경영의 법칙은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 반면 열역학 제1법칙, 제2법칙을 비롯해 수많은 자연과학법칙은 시대를 초월해 진리로 남는다. 뉴턴의 만유인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밝혀진 이후 근본원리가 흔들린 적은 없다.

자연과학의 원리는 정치와 경영의 원리와 달리 부자와 가난한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자연과학에서 발견된 현상은 인간 실생활에 활용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의 밑바탕이 돼 인류 전체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도록 기여했다.

지난해 자연과학분야에서는 수많은 발견이 있었다. 과학 관련 매체는 지난해의 가장 위대한 발견 몇가지를 선정했다. 과학 전문지에서는 ‘2017 Breakthrough of the Year’로 두개의 중성자 별이 병합되는 것을 사상 최초로 관측한 ‘우주융합’을 선정했다.

특히 지난해 8월17일 전세계 과학자들은 전례없는 현상을 목격했다. 1억3000만광년 떨어진 두개의 중성자 별이 장엄한 폭발로 서로 얽히는 것을 감마선 탐지기와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했다. 나선형을 그리며 돌던 중성자별들이 충돌하면서 생겨나는 중력파를 탐지함으로써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가설들이 증명됐다.

우선 폭발을 통해 몇가지 천체 물리학모델을 확인하며 무거운 원소들의 출생지를 밝혀냈다. 또한 중력파가 천천히 움직이지 않고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했다. 이는 우주의 오랜 불가사의를 규명하며 천문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또 다른 과학 전문지는 과학적 발견 10가지를 ‘2017년 가장 멋진 과학적 발견’으로 올렸다. 그중 일부를 들여다보자.

◆기존의 설보다 오래된 인류의 기원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우리의 종족인 호모 사피엔스가 20만년 전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그보다 10만년이나 더 오래된 3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 5개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이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의 고대 유적지 제벨 이르후드에서 발견했다.(2017년 6월7일 <네이처>)

화석이 발견된 퇴적층에는 사냥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석기와 얼룩말·버펄로 등 동물 뼈 화석 수백개도 함께 있어 어떤 도구로 어떤 동물을 사냥해 먹었는지 추정됐다. 예전에 아프리카 남부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연결되는 26만년 전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고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에서 19만5000년 전 현생 인류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었기에 아프리카 서부에서 발견된 화석을 통해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 전역에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현재의 거대한 사하라사막이 그 당시에는 호수와 강이 있는 초원지대였기에 여러 동물이 아프리카 전역을 옮겨 다녔을 것이다.

◆남극 대륙붕에서 떨어져 나간 거대한 빙산

지난해 1월에는 영국 스완지대학 연구팀이 남극 서부에 있는 라센 C 빙붕의 균열이 빨라진 것을 발표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개월 안에 붕괴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7월 균열의 길이가 200㎞를 넘어서면서 완전히 갈라졌다. 남한 면적의 절반, 서울의 10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직 모르지만 따스해지는 바닷물로 인해 조각이 깨져 녹을 가능성이 있다. 온난화가 이 빙산과 다른 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주목해야 한다. 

◆양의 인공자궁 출산 성공

미국 필라델피아 병원에서는 일찍 태어나 정상적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없던 새끼 양을 비닐 팩처럼 생긴 인공자궁 안에 넣어 키우는 데 성공했다.(2017년 4월2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실제 양수처럼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들어있는 멸균상태의 액체가 ‘바이오백’이라 불리는 인공자궁에 매일 새로 공급됐다. 탯줄과 튜브로 연결된 기계가 혈액, 산소, 영양분을 새끼 양에게 전달했다. 몇년 후에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미숙아에게 인체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여성 자궁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면서 크기가 손바닥만한 인공자궁을 3D프린팅기술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인공자궁에는 이브의 아바타(분신)란 의미로 ‘이바타’란 이름이 붙여졌다. 인공자궁 상용화는 10년쯤 후 가능해질 전망이다. 여성의 자궁을 대체하는 인공자궁의 상용화는 새로운 생식혁명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피라미드서 거대 수수께끼 공간 발견

국제연구진 ‘스캔 피라미드 미션’ 팀은 지난해 11월 외계로부터 지구에 밀려드는 우주 입자를 사용해 4500년 전 건설된 이집트 기자 지역 ‘대 피라미드’에서 놀라운 관측을 했다. 기원전 2509~2483년에 이집트를 통치한 쿠푸 왕의 무덤인 피라미드에 비행기가 들어갈 수 있을 크기(30m×15m)의 공간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피라미드 안에 이만한 크기의 공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우주선의 촬영 기술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수명이 100만분의2초로 매우 불안정한 입자인 아원자 뮤온은 돌이나 두꺼운 콘크리트를 관통할 만큼 투과력이 뛰어나다.

투과하는 물질의 밀도에 따라 입자 수와 에너지의 양이 달라져 물질의 밀도를 알아낼 수 있다. 피라미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X-레이 촬영하듯 피라미드 내부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된 성과를 통해 입자 물리학의 발전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됐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발견된 행성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2월 지금까지의 외계 행성 탐사에서 가장 놀랄 만한 발견을 했다고 발표했다.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1’이라 불리는 항성을 도는 행성을 무려 7개나 발견한 것. 일곱개 행성은 지구와 크기가 거의 비슷하며 일부 행성에는 물로 이뤄진 바다와 지구와 같은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생명의 존재도 기대된다.

트라피스트-1은 물병자리에 위치하는 작고 희미한 별로 나이가 5억년 정도로 태양보다 훨씬 젊고 지름은 태양의 약 11%로 목성과 비슷한 크기다. 이 항성에는 철이 매우 풍부해 무거운 원소로 구성된 지구형 행성을 많이 가진 것으로 보인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라실라 천문대의 TRAPPIST 망원경으로 찾은 첫번째 별이라는 뜻에서 TRAPPIST-1로 명명됐다. 은하에 존재하는 무수한 행성 가운데 인간과 비슷한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

기존 컴퓨터는 비트 또는 일련의 0과 1을 조작하는 하드웨어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반면에 큐비트는 양자적 특성에 기반해 00, 01, 10, 11의 상태가 중첩된다. 단위의 저장정보에서 차이가 나기에 속도가 수제곱 빨라진다.

IBM은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가능성을 2012년에 시사했으며 2016년 5큐비트 양자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인 지난해 5월 16큐비트 프로세스를 선보였고 11월에는 “일반 비즈니스와 과학분야에 도입될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 ‘IBM 큐(Q)’ 시스템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20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탑재해 엄청난 연산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로 인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컴퓨터 회로의 크기가 전자만큼 작아지고 ‘꿈의 컴퓨터’로 불릴 정도로 연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트코인의 암호화 시스템마저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지난해는 양자 컴퓨팅이 시작된 획기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몰랐던 현상이 밝혀지고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던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학의 발전이 삶 구석구석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태도에 따라 새로운 부의 이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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