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행복한 직장] ④발버둥 쳐도… ‘낀 세대’의 고달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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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현대인은 ‘이상적인 직장’을 꿈꾼다. 단순히 일만 하는 곳(Office)이 아니라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일할 삶의 터전(Work Place)을 찾는다. 최근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젊은 세대의 사회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복지제도’가 이상적인 직장의 조건으로 떠올랐다. 정년보장은 물론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도 요구된다. 삭막한 사내 분위기와 조직문화는 직장인의 기피대상이다.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동료와 일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조직문화를 선호한다. <머니S>는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포털 ‘사람인’과 ‘이상적인 직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인, 공무원, 구직자, 대학생 등 성인 1196명이 온라인 설문에 참여해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을 제시했다. 아울러 세대별로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 직장생활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편집자주>


#이 정도면 무난한 하루였다. 거래처에서 속 썩인다는 보고도 없었고 상사에게 불려가 호통을 듣지도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늦은 퇴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 보니 아이 방에 불이 켜져 있다.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아이 시험기간이라고 알려 준다. 문을 살짝 열고 공부에 열중한 아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잘 준비를 한다. 씻으러 들어간 욕실 거울에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고 주름살이 여기저기 생긴 피로 가득한 얼굴이 보인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저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에서 묘사한 우리나라 중년 직장인의 일반적 모습이다. 한국사회에서 중년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사에게는 일 잘하는 부하직원, 부하직원에게는 롤모델이 돼야 하는 상사, 동기에게는 든든한 우군이어야 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는 직장생활에서 한발만 삐끗하면 무능한 중간 관리자, 꼰대(앞뒤가 꽉 막힌 개념 없는 어른)라는 비판을 듣기 일쑤다. 은퇴가 멀지 않은 만큼 한집안의 가장으로 은퇴 이후의 삶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중년, 무거운 삶의 무게

삶의 무게는 무겁지만 하소연할 곳은 마땅치 않다. 그렇다 보니 정신건강이 나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공황장애 환자 13만1958명 중 40대가 3만3540명(25.42%)으로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많았고 50대는 2만8672명(21.7%)으로 2위를 차지했다.

조울증 환자는 전체 8만6549명 중에서 1만6231명(18.75%)이 40대로 연령별 비율이 가장 높았다. 50대(17.0%)는 30대(17.4%)에 근소하게 뒤진 3위였다. 우울증 환자는 66만7374명 가운데 50대 환자가 12만4639명(18.68%)으로 가장 많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중년에게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생명줄과 같다.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주고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 또 노후대비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뉴스1

<머니S>가 최근 ‘사람인’을 통해 직장인 1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50세대는 가장 희망하는 조직문화로 ‘서로 챙겨주는 가족적인 문화’(40대 49.3%, 50대 53.0%)를 꼽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유형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동료’(40대 33.3%, 50대 59.1%)라고 답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직장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동료와 함께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년 직장인은 이런 이상적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4050 중년의 관리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사원일 때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주요 키워드는 성과에 대한 압박, 외면할 길 없는 사내 영업,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퇴사다.

이들에게 회사일은 주어진 일을 그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수도 시행착오도 직장 초년생 때보다 더 무겁게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우울함과 억울함을 이겨내며 나름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도 회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한다.

회사는 늘 지난해보다 올해, 지난달보다 이번달,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한다. 때로는 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떠나자니 아내가, 아이가, 노부모가 눈에 밟힌다.

“우리 때는 군대식 표현으로 까라면 깠어요. 요즘은 그렇게 하면 큰일 나죠. 우리 부모님 세대는 죽도록 부모를 섬겼는데 자식들한테 버림받았다고들 해요. 하지만 우리 세대는 직장 내 위치가 그래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지만 때로는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자신의 직장생활을 이렇게 묘사했다. 여기에 퇴직이 멀지 않았다는 불안감은 그를 더 미치게 한다. 법적으로 정년은 늘었지만 경제위기, 구조조정, 명예퇴직과 같은 무서운 단어가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온다.

수명은 점차 더 는다는데, 노후생활비도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 하고,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돈을 더 대줘야 한다는 막막한 이야기까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현실은 아파트 대출금도 갚지 못한 빚쟁이 인생을 사는 이들이 태반이다.

◆낀 세대, 새로움에 도전하라

지금보다 좋은 직장으로 옮기면 많은 고민이 해결될 테지만 중년의 직장인에게 이직은 쉽지 않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중간 관리직인 팀장급 정도면 이직이 애매해요. 차라리 더 높게 치고 올라가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다면 타 기업 임원이나 CEO로 갈 수도 있어요. 아예 직급이 낮아 실무를 하고 있어도 기회가 제법 있죠. 하지만 관리직을 맡은 중년은 이도저도 아니에요.”(40대 직장인 B씨)

실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력부족기업의 과반수 이상이 50~60대 신중년 채용의사를 갖고 있었지만 임금과 숙련의 불일치 등으로 빈 일자리가 많다. 2016년 하반기 기준 사업체 부족인원은 28만명, 미채용인원은 9만명(32%)이다.

여러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중년의 직장인에게 현실적 선택지는 많지 않다. 특히 숙련도에 걸맞은 임금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해법은 눈높이를 낮추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의반 타의반 자영업이나 귀농·귀어·귀촌을 택해야 한다.

40대 중반 전기안전교육관 이득우씨는 ‘선박 전기의장설계’라는 전문 역량을 갖고 있었지만 2015년 말 국내 조선업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후 고향인 부산에서 쉬던 그는 전기안전 관련 기술교육 강사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씨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에서 간병사로서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고 최근 간병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자 간병사가 많이 모자라다고 하니 또 다른 기회로 느껴졌고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는 일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양지원 중년일자리희망센터 수석컨설턴트는 “중장년층 직장인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직무기술 및 능력을 키우는 자기주도적 경력개발과 관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며 “100세 시대, 평생현역으로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능력개발과 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과 제약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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