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행복한 직장] ③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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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100세 시대 현대인은 ‘이상적인 직장’을 꿈꾼다. 단순히 일만 하는 곳(Office)이 아니라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일할 삶의 터전(Work Place)을 찾는다. 최근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젊은 세대의 사회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복지제도’가 이상적인 직장의 조건으로 떠올랐다. 정년보장은 물론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도 요구된다. 삭막한 사내 분위기와 조직문화는 직장인의 기피대상이다.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동료와 일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조직문화를 선호한다. <머니S>는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포털 ‘사람인’과 ‘이상적인 직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인, 공무원, 구직자, 대학생 등 성인 1196명이 온라인 설문에 참여해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을 제시했다. 아울러 세대별로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 직장생활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편집자주>


2030세대는 경제의 뿌리다. 이들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로 전체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이 뿌리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움직임이 감돈다. 2030 청년들은 업무에 대한 가치관부터 직장을 선택하는 조건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과거세대와 다르다.

반면 그들이 처한 현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기성세대는 이런 사회현상을 개인의 문제와 능력부족으로 돌리며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어렵사리 발을 들여놓은 직장의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큰 괴리를 보인다.

◆야근·고용불안… 총체적 난국

지난 반세기 고도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풍족해졌다. 하루 세끼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70년대 고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 금리는 두자릿수에 달했고 대학 졸업장만 있어도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전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기업에서는 대규모 명예퇴직이 이어졌고 신규채용은 자취를 감췄다. 가끔 등장하는 채용은 살인적인 ‘스펙’을 원했다. 평범한 이웃의 청년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실업률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20대 실업률은 10.8%로 역대 최고수준을 경신했다.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한 9.1%를 나타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 문턱을 넘어서면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린다. 2030세대가 꿈꾸던 직장과 현실의 차이다. 사회에 처음 몸담은 그들은 높은 연봉보다 부수적인 사내복지시설 혹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근무환경을 원한다. 최근에는 이를 일컫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머니S>가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을 통해 1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직장인이 일자리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복지제도로 나타났다. 복지제도는 20대에서 48.9%, 30대에서 37.8%로 집계돼 높은 연봉(20대 24.9%, 30대 28.9%)을 모두 앞질렀다.

2030세대가 가장 희망하는 근무조건으로는 유연근무제(20대 19.8%, 30대 21.5%), 근무시간 단축(20대 24.4%, 30대 21.5%), 워라밸 보장(20대 20.8%, 30대 24.1%) 등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높은 연봉보다 충분한 휴식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2030 근로자의 바람과 거리가 멀다. 2030세대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반복되는 야근, 고용불안 등 악조건에 시달리다 이직과 퇴사라는 도피를 택한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청년층의 기업근속연수는 평균 3.9년에 불과하며 입사 1년 미만 신입사원의 퇴사율도 30%에 달한다.


◆벼랑 끝에 선 2030세대

여기에 근로계약 문제와 기성세대와의 갈등도 청년층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 결과 2030세대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입사 2년차를 맞은 비정규직 A씨(28·여)는 “파견직, 촉탁직 등을 경험하면서 매번 고용불안에 시달렸다”며 “어차피 2년 후에 떠날 곳이고 내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업무를 소홀하게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청년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청년의 고충을 무시하고 눈높이를 낮추라며 나무란다. 2030세대가 “왜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냐”고 주장하면 기성세대는 "남탓, 사회탓 하지 마라. 너희들이 나약한 것이다. 나 때는 말야…"라는 말로 일장연설을 시작한다.

오찬호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현재는 단순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성실하게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감당해야 할 무게가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다”며 “청년층의 분노는 개인의 열정과 성실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와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돌파구는 없을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양질의 직장 혹은 일자리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택광 문화평론가 겸 경희대 교수는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나쁜 일자리만 늘어나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사회구조적 문제는 추상적이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들보다 뛰어나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데 좋은 일자리를 가진 기성세대가 눈에 보이니 세대갈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노도 열정이라는 감정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질의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면서 2030세대의 상황이 악화되자 심각성을 절감한 문재인정부도 청년 일자리 해법을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로 설정, 관련 정책 수립에 나섰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에는 일자리 인프라 구축과 5년 로드맵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올 하반기엔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늦어도 3월 중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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