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S토리] ‘다목적’으로 다시 태어난 미니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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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니발. /사진=기아차 제공

‘봉고차’를 아느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머뭇거리는 이도 있다. 단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의 자동차인지 몰라서다.

봉고는 1980년대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가 일본 마쓰다의 트럭 봉고를 들여와 만든 게 시초다. 이후 1981년 봉고 미니버스가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1980년대 중반에는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 델리카 베이스로 국내생산한 그레이스를 내놓자 기아차는 봉고 후속으로 베스타를 출시하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원박스(옆에서 봤을 때 보닛, 캐빈, 트렁크가 한덩어리로 구성된 형태) 승합차라는 형태적 상징성 때문인지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긴 차를 ‘봉고차’로 통칭했다. 고유명사인데도 일반명사처럼 쓰인 것이어서 봉고차라는 말이 입에 착착 붙는다면 연령대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세대는 미니밴(Minivan)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
미니밴은 다용도로 활용하기가 좋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실내. /사진=시트로엥 제공

◆수요 만들며 진화하는 미니밴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니밴은 SUV와 함께 RV(Recreational Vehicle)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몇 명이 함께 탈 수 있는지, 어떤 플랫폼(승용·상용)을 기반으로 했는지에 따라 차의 성격이 구분된다. 하지만 최근엔 특정 목적에 맞춰 튜닝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예전과 달리 플랫폼에 따른 경계가 희미해지는 추세다.

미니밴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4~5명을 태우는 게 전부지만 미니밴은 버스처럼 허리를 길쭉하게 늘려 많은 시트를 담았다. 기본적으로는 3열 이상의 좌석배열을 갖춘 차가 미니밴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토요타 시에나 2열 vip시트. /사진=토요타 제공

예전에는 9인승, 11인승 등 많은 사람이 함께 타는 게 주된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반대로 불필요한 시트를 덜어내고 편의성을 극대화한 7인승도 주목받는다. 업무효율을 높이려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회의하는 것을 권장하는가 하면 VIP 의전용으로도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여유로운 여행을 염두에 둔 이들도 7인승을 주목한다.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대형 SUV가 미니밴의 재주를 흉내내는 것처럼 최근 출시되는 미니밴도 SUV의 장점을 배우고 있다. 핸들링이 쉬워야 하며 어디든 다닐 수 있는 듬직함도 필수다. 큰 범주에서 RV로 함께 분류되는 만큼 서로의 장점을 접목하기가 쉽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여럿이 타는 승합차가 아니라 넉넉한 다목적차(MPV)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MPV는 9인승 미만의 소형 승합차를 의미하는데 3열 시트를 접어 넉넉한 5인승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7명이 함께 탈 수 있으면서 9·11인승 미니밴보다 크기가 작고 세단보다 시야가 높아 운전하기가 쉬운 특징이 있다.

이처럼 이용목적이 다양해지면서 파워트레인도 함께 달라졌다. 엔진은 개별 차종의 성격에 따라 소형디젤부터 대형 가솔린까지 탑재되며 해외에선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출시됐다. 일반적인 승용차처럼 쓰이는 만큼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며 기어 단수도 5단, 6단을 넘어 8단, 10단까지 적용되는 추세다. 아울러 전륜구동(FF), 후륜구동(FR), 사륜구동(4WD) 등 구동방식도 다양해졌다.
혼다 오딧세이. /사진=혼다 제공

◆갈수록 뜨거운 국내 미니밴시장

국내시장에서 판매 중인 미니밴은 넓은 의미로 볼 때 7종이다. 국산은 기아 카니발, 쌍용 코란도투리스모가 대표적이며 MPV로는 기아 카렌스, 한국지엠 올란도가 있다. 르노삼성은 7인승 MPV 르노 에스파스를 수입해 판매하려다 보류 중이다.

수입 미니밴은 북미시장에서 경쟁하던 차종이 국내서 다시 격돌하는 모양새다.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가 대표적이며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는 북미시장에서 퍼시피카로 이름이 바뀌면서 수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오딧세이가 8인승, 나머지는 7인승이며 가솔린 3.5ℓ급 엔진을 탑재한 게 특징. 카니발은 기아 세도나라는 현지명으로 경쟁 중이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 날아온 7인승 MPV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수입 미니밴 중 유일한 디젤차다.

판매량을 보면 기아 카니발의 입지가 독보적이다. 지난해 쌍용자동차의 코란도투리스모는 3746대, 토요타 시에나 883대, 혼다 오딧세이 360대,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339대가 팔리는 동안 무려 6만8368대를 팔아치웠다.
스타렉스 어반 실내. /사진=현대차 제공

이는 기아차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개별 모델을 내놓기보다 카니발을 기반으로 목적을 달리한 라인업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결과다. 한 차종 안에서 7인승 리무진과 9인승, 11인승 등 다양한 변화를 줬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차종들은 개성을 바탕으로 판매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카니발이 갖추지 못한 점을 집중 공략, 나름의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엔 현대차가 2018년형 스타렉스를 출시하며 9인승 최고급형인 ‘어반’을 추가했다. 쌍용 코란도투리스모 2018년형이 출시되기 직전이었다. 이미 고급 미니밴으로 자리 잡은 카니발의 가격을 낮춰서 이미지를 떨어뜨리기보다 상용 승합차 이미지가 강한 스타렉스의 상품성 강화 모델을 내놓음으로써 빈틈을 채우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이다. 가격 측면에서 경쟁사 제품에 맞불을 놓으면서 승용 미니밴 라인업이 없는 현대차의 차종을 다양화하는 효과까지 노린 묘수로 평가받는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사진=시트로 엥 제공

이와 관련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니밴시장은 특정 회사가 독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분석해보면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실제 사용자들의 입소문이 중요한 시장인 만큼 브랜드와 제품체험에 집중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니밴은 일반적으로 패밀리카로 인식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차에 타는 건 기본이다. 때론 친척이나 다른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도 미니밴만한 게 없다. 최근 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된 점도 SUV와 함께 미니밴 판매량이 상승한 배경이다. 반대로 그만큼 가격저항이 적은 독특한 시장이고 언제든 다른 브랜드의 다른 모델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북미의 미니밴, 유럽의 MPV가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시장이 국내시장”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SUV보다 상대적으로 미니밴의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소비자 행동을 더욱 치밀하게 연구해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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