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흑역사 끊을까] ④'시장 중심' 구조조정 힘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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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능이 흔들린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우리경제에 끼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진 산은의 역할에 물음표가 붙는다. <머니S>가 산은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했다.<편집자주>

최근 우리나라가 직면한 기업구조조정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당시 기업들은 대부분 사업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환경에 의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요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원인은 글로벌 경제침체와 경쟁심화로 인한 사업경쟁력 약화다. 즉 매출 부진에 따른 부실이므로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처한 위기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구조조정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 세금을 보증 삼아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책은행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는 배경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시장경제 중심의 구조조정 방안도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13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사진=뉴스1 DB


◆사모펀드 참여 유인책 고민해야 

정부는 올 상반기 중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 혁신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자금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이 참여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의 축이 국책은행(정부 중심)에서 사모펀드(PEF·시장 중심)로 전환하게 된다. PEF가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등 자본시장 측면에서 기업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구조조정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진 회사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며 “산은이 가진 기존 회사들을 회생시키거나 민간으로 처분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로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조원 펀드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이 5000억원 규모 모펀드를 결성하고 자본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의 자펀드를 모집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에서 절반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성 교수는 “어떻게 하면 시장 참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민간자본 유도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에 PEF 등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해서다. 또 국내 사모펀드사의 투자 운용기간이 4년 안팎인데 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정성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장 10년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정부는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자들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운용기간을 8년으로 대폭 늘리고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확장된 인센티브 방식 등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PEF 참여를 최대한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성 교수는 “금융 중심이 아닌 산업적인 측면을 최대한 고려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회생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과감히 투자하는 방식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 회생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무차별적인 워크아웃으로 인한 산업구조 붕괴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사례 만들고 충담금 부담 줄여야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은행이 주도하는 워크아웃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시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EF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P-Plan(사전회생계획제도), PEF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식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많이 축적해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처음부터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것보다 소규모라도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놓고 점진적으로 PEF를 통한 구조조정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PEF가 선제적 구조조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 연구위원은 “채권은행 주도의 워크아웃과 PEF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워크아웃 채권에 대한 충당금 부담을 완화시킨 상태에서 워크아웃이 추진돼야 PEF로 연계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돼도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참여가 전혀 없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운·조선업체들의 경우 정부의 지분이 많아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 지분이 적지 않게 들어간 기업의 구조조정을 100% 민간에 맡기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해운·조선 분야의 대기업 구조조정에는 정책금융기관이 오랫동안 개입을 해왔고 산업 전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했다”면서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 전체에 개입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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