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흑역사 끊을까] ②혈세 쏟아부은 기업들 ‘결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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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능이 흔들린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우리경제에 끼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진 산은의 역할에 물음표가 붙는다. <머니S>가 산은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했다.<편집자주>


산업은행이 주도했던 기업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미진한데다 지지부진한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을 자초한 해당 기업의 책임도 크지만 위기에 닥친 기업을 정상화시켜 국내 산업을 지킨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현재 구조조정을 맡고 있는 기업 중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곳은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STX, 동부제철 등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주요 기업들은 하나같이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와 함께 매각 타이밍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우건설 사옥. /사진=뉴시스 DB


◆'매각 난항' 대우건설, 7년만에 주가 반토막 

산업은행은 2010년 말 대우건설을 3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인수한 뒤 지난해 3분기까지 부채가 5조8938억원에서 7조47억원으로 1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3조3204억원에서 2조4608억원으로 26% 감소해 부채비율은 177%에서 284%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자산총액은 9조2143억원에서 9조4656억원으로 2%가 늘었다.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7668억원, 영업이익은 437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해외에서 3000억원 규모의 잠재 손실이 반영된 결과로 시장 추정치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대우건설은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직원 수는 2010년 말 4954명에서 지낸해 3분기 말 5910명으로 956명이 늘었다. 하지만 정직원이 10%가 늘어난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42% 증가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저비용 근로자를 늘리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싸늘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산업은행의 인수계약 체결일인 2010년 12월14일 1만2650원에서 올해 첫거래일 기준 5890원까지 하락했다. 7년여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제공=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매각 타이밍 놓쳐 몸값 폭락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구성해 지분을 보유한 금호타이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재무상태는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매각이 본격화된 지난해 영업실적이 부진했다. 매각 타이밍까지 놓쳐 몸값이 폭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0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권인수분까지 1485억원을 주고 금호타이어 지분 27.69%를  취득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50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다.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실적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금호타이어와 함께 국내 타이어 3사로 불리는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7938억원, 18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타이어는 실적악화와 함께 유동성 축소로 경영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노사갈등도 심화됐다.

회사의 몸값도 추락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을 밝혔던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액은 9550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적 기준 몸값이 7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STX조선. /사진=뉴시스 박종민 기자


STX조선, '청산가치'만 높아져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맡은 뒤 실적은 개선됐지만 오히려 기업을 청산하는 것만도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 2013년 11월 산업은행이 684억원을 들여 인수한 STX조선해양은 2013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부채가 10조원에서 1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적자폭이 완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산업은행이 추진한 STX조선해양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중에 나오는 컨설팅 결과를 보고 청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과 함께 실사를 받은 성동조선의 경우 지난해 EY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1차 컨설팅 보고서에서 청산가치가 3배나 높게 나왔다. 세계적으로 부진했던 조선업황을 감안해도 구조조정을 지속해온 산업은행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인수금액과 별개로 구조조정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STX조선해양의 경영위기로 함께 산업은행에 넘겨진 STX는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AFC코리아의 인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STX의 매각이 진행될 경우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맡은 대형사 중 올해 처음으로 매각이 성사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과 재매각을 통한 수익률 향상을 꼽는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매각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같은 지적이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내놓은 혁신안을 통해 당시 132개였던 비금융 계열사를 속도감 있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주요 기업의 매각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정이야 있겠지만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성적은 낙제점"이라며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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