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낼모레가 설날인데… '명절특수' 멀어지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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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의 전 골목. /사진=홍승우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예나 지금이나 가정주부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장보기다. 주부들은 2000년대 이전 주로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다. 특히 명절에는 신선한 재료를 구하러 분주히 돌아다니고 조금이라도 싼값에 사기 위해 상인들과 즐거운 실랑이도 벌였다. 명절의 재래시장은 항상 그런 모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생겨나면서 복작거리던 재래시장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후 재래시장 상인들은 골목상권을 지켜내고자 활성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재래시장 현대화를 위한 재정비사업 ▲활성화 예산 지원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 지정 등이 있다. 

또한 재래시장 상인들 역시 신선한 재료 확보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이에 <머니S>가 설 연휴를 앞두고 재래시장을 찾아 명절특수를 누리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고객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재래시장에도 온라인몰 ‘두각’

“서비스 과일 없어요? 가다가 먹게 귤 몇개만 넣어주세요.”
“남는 것도 없는데 서비스만 달라고 하네.(웃음)”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에 있는 한 청과물 상점에서 고객과 상인이 말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가락시장의 청과물 상점은 지하 1층에 모여 있는데 이날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사과나 배로 구성된 설 선물세트나 딸기, 귤 등 제철과일을 내놓고 판매 중이었다. 품종·크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과는 1㎏당 평균 5000원대, 배는 1㎏ 평균 4000원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선물세트를 해도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별도의 포장비(일부 상점 5000원 내외)를 받지 않았다.

상점마다 큰 가격 차이는 보이지 않아 고객들은 지나가다 신선해 보이거나 원하는 품종의 가격을 물어보는 정도였다. 그나마 일부 상인들은 상점 한쪽에서 설 선물세트를 바삐 준비하고 있었다. S상회 상인 A씨(50대)는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내일 배송을 시작할 상품”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은 ‘가락시장24’라는 공식쇼핑몰도 운영한다. S상회 상인이 준비하던 선물세트는 공식쇼핑몰을 통해 주문된 상품이다. A씨는 “예전에는 고객이 직접 찾아와 상품을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쇼핑몰 이용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위치한 축산물 상점들. /사진=홍승우 기자

◆가락시장, 서울에서 가장 저렴

1층으로 올라가면 건어물·축산물·수산물 상점이 줄지어 있는데 지하 1층보다 고객이 많았다. 특히 축산물 상점에 고객이 몰려있었다. 한우 등심의 경우 1㎏당 평균 8만5000원으로 대형마트보다 8~9% 저렴했다. 

국거리용 한우를 구매한 주부 안모씨(49·여)는 “대형마트보다 여기가 저렴해 찾았다”며 “명절마다 이곳에서 고기(육류)를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D축산 주인 B씨는 “많은 양을 도매로 가져오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축소돼 저렴하게 팔 수 있다”며 “우리 매장뿐만 아니라 이곳 상인 모두 품질에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건어물 매장에는 굴비나 마른 멸치, 곶감 등을 판매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상주곶감을 10개에 7000원·1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매장마다 300~400원 안팎으로 차이가 났다. 1개당 700~1200원 수준인데 시세에 비해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다만 낱개가 아닌 ㎏단위로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전년대비 시세가 20~30% 오른 굴비도 여전히 설 선물세트로 많이 나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C건어물 매장 주인은 “굴비가 이번 설에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상자로 포장된 것뿐만 아니라 꾸러미로 사가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 건어물 매장의 영광굴비 평균 가격은 20~21㎝ 기준 1마리당 6500원대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락시장에서의 구매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30일 서울시 물가 조사모니터단(25명)이 설 수요 주요 36개 품목(6~7인 가족 기준)을 조사한 결과 가락시장(가락몰)은 16만2960원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 비해 각각 7%, 27% 낮았다.

수유재래시장 입구. /사진=홍승우 기자

◆수유재래시장 “명절특수 못 본지 오래”

같은 날 저녁 8시가 다 돼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이하 수유시장)을 찾았다. 당시 일부 상인들은 물건을 정리하며 문을 닫고 있었다. 인근 상점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주말 수유시장은 보통 6시 이전까지 손님이 몰리고 6시가 넘으면 한산해진다고 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도중 강정 시식을 권했던 한 강정가게 주인아주머니도 “손님들이 조금 전에 다 빠져 이제야 점심을 먹는다”며 “방금 전에 지나갔으면 시식도 못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수유시장 한 채소가게 주인 C씨(50대·여)에게 명절이 코앞인데 손님이 너무 빨리 끊긴 것 같다는 말에 “어제까지(10일) 시장 자체적으로 설맞이 행사를 진행해 손님이 많이 찾아왔었다”며 “아마 설날 장보려는 손님들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신선식품 수요가 많은 재래시장 특성상 매년 명절 하루이틀 전 손님이 몰린다”며 “대신 그날 일찍 와야 좀 더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유재래시장에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2일 오후 8시께 유동인구가 일부 있지만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었다. /사진=홍승우 기자

하지만 수유시장 일부 상인들은 예전보다 손님이 늘었지만 ‘명절특수’라고 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또한 한파로 신선식품 물가가 상승하고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추세도 명절특수와 멀어지는 데 한몫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해 농수산식품공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자문 및 서울시민 대상 설문을 시행한 결과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릴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67%에 달했다.

또 다른 채소가게 주인 현모씨(62)는 “최근 한파 때문에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랐고 차례상이 간소화되며 고객들이 소량으로 구매한다. 따라서 가게마다 가져가는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며 “마음 같아서는 덤으로 더 많이 주고 싶지만 진짜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명절특수를 보지 못한 건 아마 우리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도 같은 처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재래시장을 방문한 때가 설 연휴를 며칠 남겨둔 시점이긴 했지만 주말이었음을 감안하면 재래시장이 예전의 북적거림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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