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평창올림픽 금메달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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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가르는 ‘과학의 힘’
운동 원리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승리 지름길

모든 스포츠는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동계스포츠는 과학적 원리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그 종목을 잘하는 길이다.

◆원심력 버티는 '쇼트트랙'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 쇼트트랙에서는 원심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전운동이나 곡선운동에서는 원의 중심이나 곡선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원심력이 나타난다. 쇼트트랙 총 길이 111m 중 54m가 곡선구간이고 전체 주행의 약 80%가 곡선주행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승부는 원심력이 작용하는 곡선 구간에서 판가름 난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깥쪽으로 몸이 튕겨나가는 원심력이 더욱 커지므로 몸을 최대한 기울여 무게중심을 안쪽으로 쏠리게 해 균형을 잡는다. 곡예에 가까운 몸놀림은 몸싸움과 더불어 큰 볼거리다.

키가 클수록 원심력으로 인해 튕겨나가기 쉽고 키가 작으면 한번 얼음을 지칠 때 나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아 170∓5cm 정도가 최적의 조건이다. 통상 스노보드는 작은 키가 유리하고 아이스하키는 키와 덩치가 모두 클수록 유리하며 스키점프 선수는 키가 크고 몸무게는 가벼워야 좋다.

쇼트트랙 선수는 원심력을 잘 버티기 위해 하체 근육 강화 운동을 많이 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보다 허벅지가 두껍고 단단하다. 곡선을 돌 때 허리에 부착한 고무벨트를 바깥쪽에서 다른 사람이 잡아 당겨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훈련한다.

쇼트트랙 스케이트 날은 왼쪽으로 휘어져 있으며 곡선 구간을 돌 때 몸을 왼쪽으로 많이 기울이는 만큼 날이 부츠의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부착돼 있다. 유체역학적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날렵한 모자와 타이트한 복장을 착용한다. 몸을 기울이면서 왼손을 얼음에 짚게 될 때 손과 얼음 사이 마찰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가락 끝에 매끈한 소재를 동그랗게 만들어 붙인 특수 장갑을 낀다.

◆'스키점프'의 에너지보존법칙

/사진=이미지투데이

스키 모양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바탕이 된다. 스키는 보통 앞쪽 폭이 가장 넓고 가운데가 약간 들어가며 뒤쪽에서 다시 넓어진다. 눈 속에 묻히지 않으면서도 눈과의 마찰로 생기는 물기는 빠져 나오게 해 미끄러짐이 극대화되는 형태다.

스키 판 바닥은 중력과 마찰력, 두 가지 힘을 적절히 조절해 미끄러지거나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경사진 곳에서 중력에 의해 내려올 때 움직임을 저지하는 힘인 마찰력이 클수록 속도가 줄어든다. 마찰력이 없으면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궁극적으로는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안전하게 속도를 통제하려면 마찰력을 잘 조절해야 한다.

스키를 옆에서 볼 때 중간에 위로 약간 올라가 있는 아치형 커브를 ‘캠버’라 하는데 부츠를 신고 올라서면 몸무게에 눌려 캠버가 지면에 닿는다. 평평해진 스키 판은 마찰력이 줄어들어 잘 미끄러지게 된다. 중력에 의한 가속도로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려오다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턴을 시도하면 스키 판 양쪽 날인 에지가 눈 속에 파고든다. 캠버가 수평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 현상이 발생하고 마찰력이 커져 방향 전환이 수월해진다. 이 같은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회전 기술에 익숙해지면 스키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스키 경기의 꽃은 스키를 타고 활강하다 도약대에서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가 착지하는 스키점프다. 화려한 비행에서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희열이 느껴진다. 활강과 도약으로 이뤄지는 스키점프에는 ‘에너지보존법칙’이 적용된다.

처음에는 위치에너지만 있고 운동에너지는 없다.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면서 높이가 낮아져 위치에너지가 줄어든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을수록 운동에너지로 많이 전환돼 속도가 커진다.

상체와 활강면이 수평일 때 공기저항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최소가 돼 속도를 높이는 데 가장 유리하다. 활강면은 직선이 아니고 도약을 위해 끝 부분이 곡선으로 휘어져있어서 수평 자세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 좋은 도약에는 ‘무릎 펴기’가 가장 영향이 크고 그 다음이 ‘허리 펴기’다.

과거에는 다리와 발을 붙이면서 스키를 나란히 하는 11자 자세가 공기 저항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자세로 알려졌다.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 선수가 스키 뒷부분은 겹치도록 모으고 앞부분은 벌리는 형태의 V자세 비행을 해 비웃음을 받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멀리 날아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은 풍동실험를 통해 ‘11자세’에 비해 ‘V자세’에서 양력이 28%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힘을 받는 면적이 더 넓은 V자세에서 양력이 커져 비행거리가 10m 이상 길어지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1992년 알레르빌 올림픽부터는 모든 선수들 비행 기본자세가 V자세로 바뀌었다.

일본 쓰쿠바대 건강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는 활강할 때 공기 흐름의 변화를 연구해 공기 저항으로 마찰력이 크게 발생하는 신체 부위가 종아리를 포함한 다리 50%, 팔 15%, 머리 12%, 허벅지 9%인 것을 알아냈다. 전체 저항의 절반을 다리의 저항이 차지하므로 활강할 때 다리 간격, 각도 등 다리의 형태를 적절히 만드는 것이 전체 저항값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키에 따른 최상의 자세도 과학적으로 규명 가능하다.

김광용 인하대 교수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국인에 맞는 최적의 공중 각도를 찾아냈다. 키 171㎝의 선수가 월드컵 스키점프 대회 참가자들 평균 속도인 초속 28m로 도약할 경우 스키와 수평방향의 각도가 12.3도, 스키와 선수 다리의 각도는 26도일 때 양력이 가장 커지고 항력은 가장 작아져 안정적으로 멀리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에지의 과학 '피겨 스케이팅'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피겨 스케이팅은 음악에 맞춰 아름답고 자연스런 연기를 평가하는 예술 점수와 스텝, 스핀(회전), 점프 등을 평가하는 기술 점수를 합해 채점이 이뤄진다. 기술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점프 동작은 피겨 스케이트 날(에지)에 과학이 담겨져 있다.

날 밑 부분에는 홈이 파져 있고 앞부분에는 톱니가 나와 있다. 홈이 깊게 파져 있으면 홈의 양쪽 끝 부분이 얼음에 파고들면서 점프할 때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고 방향 바꾸는 것이 용이해진다.

선수들은 위로 점프하기 전에 얼음 위를 더욱 힘 있게 나가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맞바람의 저항을 줄여 속도를 높인다. 앞날에 나와 있는 톱니로 얼음을 찍어 누르면서 공중으로 점프하고 팔과 다리를 벌리면서 회전 관성을 얻어낸다. 몸이 돌기 시작하면 몸에 팔을 밀착시켜 공기 저항력을 줄인다.

도약 직전 속도가 빠를수록 도약시 회전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고 공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회전수를 늘려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다. 회전수와 회전 속도를 잘 조절해 원하는 회전수에 맞춰 무난히 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팔을 펼쳐 천천히 돌면서 안정적인 착지가 이뤄지게 한다.

피겨스케이트 날의 두께가 스케이트 중에서 가장 두꺼운 것은 착지에서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에 가장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종목인 스피드 스케이팅에 쓰이는 날이 가장 얇고 날렵하다.

◆첨단과학 결정체 ‘봅슬레이 썰매’

/사진=이미지투데이

동계스포츠 장비 중 첨단과학 결정체는 값비싼 소재와 각종 첨단기술을 적용해 만드는 봅슬레이 썰매다. 대당 가격이 1억~2억원대인 봅슬레이를 '억 소리'나는 스포츠로 부르기도 한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 제작사들은 만드는 방법을 비밀로 한다. 주재료는 굵기가 머리카락의 5분의 1 정도로 가늘면서 쇠보다 1000배나 단단하고 섭씨 1000도에도 견딜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탄소섬유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독일의 BMW, 이탈리아의 페라리, 영국의 멕라린에서 봅슬레이 썰매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선진국에서 만든 썰매를 빌려 타야 하는 봅슬레이 선수들을 위해 현대차에서 2014년에 제작하기 시작했다. 3차원 스캔 기술을 활용하고 레이저를 이용한 풍동 실험을 해 강성이 높으면서도 진동이 적은 동체를 설계했다.

이처럼 속도로 승부를 가리는 동계스포츠 경기에서는 1등과 2등 차이가 0.01초 이하로까지 줄어들어 인간의 감각기관이 감지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스포츠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과학기술은 더욱 중요해진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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