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시대] ①'대주주 그림자' 걷고 영향력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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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시즌’이 왔다. 지난해 섀도보팅(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된 후 처음 맞이하는 주총이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섀도보팅 제도 대안으로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이에 <머니S>는 진정한 소액주주시대를 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섀도보팅(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섀도보팅제 대안으로 떠오른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도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주총일을 분산시키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당국의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상장사의 의사결정을 쥐락펴락했던 과거와 달리 일반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소액주주 시대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당국, 소액주주 영향력 확대 박차

1991년 도입된 섀도보팅 제도가 지난해 말 폐지됐다.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른 주주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주주권리 침해와 더불어 주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들의 주총 활성화 노력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에 2014년 금융당국이 오랜 논의 끝에 섀도보팅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상장사들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보류됐다가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섀도보팅 제도 폐지와 관련해 상장사에게는 슈퍼 주총데이 해소를 위한 노력을, 소액주주에게는 의결권행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당부하고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섀도보팅제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주총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장기업이 주총 정족수 미달로 상장 폐지 등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소 상장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이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의결 정족수에 미달한 경우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만 상장폐지는 되지 않도록 상장폐지 사유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총 정족수 미달로 이사와 감사가 선임되지 않는 경우 상장기업에 경영상 애로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상법상 임시이사 및 감사제도 활용 방안을 상장사협의회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밖에도 증권사 주식거래시스템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전자투표시스템을 연결해 전자투표에 대한 소액주주의 접근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위한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 오픈뿐만 아니라 전자투표에 활용할 수 있는 인증방법도 현행 증권용 공인인증서 외에 다양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예탁결제원도 전자투표 행사 주주에게는 모바일 쿠폰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상장사에는 전자투표 기간 동안 투표현황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제공하는 한편 증권사와 연계해 주총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기업, 주총일 분산·전자투표제 도입 호응

금융당국이 소액주주 권익 신장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도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31일 주주환원책의 일환으로 50대1의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노희찬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당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식 액면분할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이사회에서 50대1 비율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가가 높아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고 액면분할을 실시할 경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총 활성화 및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 1월18일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들의 주총을 분산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SK는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계열사들의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제도로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장회사의 전자투표제 의무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전자투표제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SK그룹에 이어 최근 한화그룹과 LS그룹, CJ그룹 등도 주총 분산개최 또는 전자투표제 도입 계획을 내놓는 등 섀도보팅 제도 폐지에 따른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CJ그룹은 10개 상장사의 주총을 분산 개최하고 일부 계열사는 선도적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CJ그룹은 당초 3월23일 전 계열사가 일괄적으로 주총을 열 계획이었으나 주총 집중 개최일을 피해 3월26일부터 28일까지 총 3일간 분산 개최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또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가 전자투표제를 먼저 도입하고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각 상장 계열사에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이처럼 상장사 스스로 주총 개최 날짜를 분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1000여개사가 주총 날짜를 정하지 못한 만큼 주총 집중도가 얼마나 완화될지가 관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섀도보팅은 상장사들이 손쉽게 주총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어 경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고의로 적은 수의 주식을 갖고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금품을 노리는 ‘총회꾼’(전문주주)을 막는 등 순기능도 있었다”며 “주총을 분산 개최하면 이런 총회꾼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이 강하게 밀어붙이면 상장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아직 과도기라 슈퍼 주총데이가 일거에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선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정 superb@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김수정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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