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시대] ②'가짜 위임·총회꾼·먹튀' 판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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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시즌’이 왔다. 지난해 섀도보팅(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된 후 처음 맞이하는 주총이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섀도보팅 제도 대안으로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이에 <머니S>는 진정한 소액주주시대를 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를 목표로 섀도보팅 제도 폐지와 함께 주주총회 분산개최 등의 대책을 내놓자 상장사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국이 추진하는 주총일 분산개최도 달갑지는 않다.

◆주총 한달 앞두고 ‘일정 변경’ 유도

금융위원회는 TF(테스크포스) 구성을 통해 지난 2월1일 ‘상장회사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주주총회 분산개최, 전자투표 접근성 제고, 주총안내 강화, 참여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기주주총회는 현행법상 3월에 주로 열리는데, 당국이 주총을 한달 앞두고 날짜를 조정하라고 못박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주총이 집중됐던 3월 셋째주, 넷재주 목·금요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그 이유를 밝히도록 했다.

상장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당시 상당수의 상장사가 주총 일정을 이미 예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금융위 통보에 상장사들은 일정을 급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장사 주주총회는 등기이사의 일정조율도 필수적이다. 대표이사의 일정뿐만 아니라 외부인사인 사외이사의 일정도 맞춰야 한다. 상장사 관계자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현직 학계·법조계·재계 인사임을 고려하면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또 12월 결산법인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승인한다. 외부에서 감사받은 내용을 이때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점도 일정 변경을 할 때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경우 3월23일에 주총을 계획했던 기업 200여곳이 일정변경 때문에 큰 혼란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많은 상장사들이 주총일을 분산시켰다. 상장사의 주총일이 가장 많이 겹치는 날은 지난 22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는 3월23일(124개), 코스닥 상장사는 3월28일(153개)이었다. 여전히 특정일에 주총이 몰렸지만 지난해 수준과 빠듯했던 일정을 고려하면 분산개최가 어느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24일에는 413개사(57.4%)가 한번에 주총을 개최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홈페이지에 ‘주총 분산 프로그램’을 공지하고 상장사 간 주총일이 겹치지 않도록 유도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상상사에는 전자투표 수수료 인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시 벌점 감경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에 공문발송과 설명회 등을 통해 주총 분산개최를 요청했다”며 “다소 주총이 집중된 날이 있긴 하지만 상장사들 입장에서도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짜 위임장 판칠까… '총회꾼' 우려도

상장사들은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 방안의 부작용으로 '가짜 위임장'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단기투자 성향이 강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상장사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소유기간은 코스피 6개월, 코스닥 2개월에 불과하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3월 말에 제출돼야 하는 사업보고서 등 제도적인 측면과 소액주주들의 단기투자 성향으로 주주총회에 대한 관심이 낮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상장사의 노력에도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경우다. 의결권행사가 부족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상장사 관계자는 “솔직히 소액주주들이 모일 것 같지 않다”며 “이러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라도 하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나 주총 당일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위임장’을 통해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면서 "‘가짜 위임장’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회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슈퍼주총’이 생긴 이유 중에는 총회꾼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보유한 지분은 33.61%에 달한다. 이들에게 참여를 장려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먹튀’ 우려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는 특정 상장사의 지분을 확보해 단기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의결권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투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증권사 HTS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릴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2월22일 증권사 사장을 모아 놓고 주총일 분산개최와 전자투표의 홍보 등을 독려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사 주주들은 주주총회 개최 전 10일간 온라인을 통한 전자투표로 의결권행사가 가능하다. 주총 개최 전일 오후 5시까지 투표를 취합해 주총 당일 반영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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