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시대] ④'요건' 손보고 '기관투자자'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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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시즌’이 왔다. 지난해 섀도보팅(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된 후 처음 맞이하는 주총이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섀도보팅 제도 대안으로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이에 <머니S>는 진정한 소액주주시대를 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1998년 3월 13시간17분간 진행된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한국 주총사의 큰 전환점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지금 한국 증시는 다시 전환점에 서 있다. 섀도보팅(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된 후 첫 주총을 맞는 3월 소액주주 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이를 위해 예탁결제원은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로도 이용 가능한 전자투표 시스템 서비스를 구현했고 섀도보팅 폐지에 떨떠름했던 기업들도 서둘러 전자 주총 도입에 나섰다. 

섀도보팅 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전자투표, 주총 분산 개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놨지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주총 시즌에 앞서 <머니S>는 소액주주를 비롯해 학계, 연구원 등 관련 전문가 5인에게서 진정한 소액주주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장기적으론 긍정적… 시행착오 불가피

전문가들은 섀도보팅 제도 폐지에 따른 전자투표 제도 도입의 방향에 대부분 긍적적인 평가를 내렸다.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시각이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기획정책실 연구위원은 “올해가 섀도보팅 제도 폐지 후 첫 주총이라는 점에서 한동안 과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사 입장에선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 부담스러운 면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그간 기업들은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독려하기보다 손쉬운 정족수 확보수단으로 섀도보팅을 이용해 왔다”며 “이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의결권 행사의 왜곡을 가져오고 소수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던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투표 제도가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및 주총 분산 개최가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유도에는 긍정적이지만 섀도보팅 폐지의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모든 주주의 의사결정을 반영하는 것은 국내 기업의 경영 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섀도보팅 폐지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안 본부장은 “주주총회 일정을 4~5월로 분산하는 것은 주총 참석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정책 등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결 정족수의 역설… 없애자니 딜레마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일환으로 섀도보팅 제도를 폐지하자 이제껏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온 기업들이 주총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다소 역설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식이 고루 분산돼 ‘지배구조가 좋다’고 평가받는 기업일수록 성원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될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도 “지배구조가 비교적 튼튼한 상장사에 소액주주 지분이 많아 주총을 열기 어렵다는 모순적인 면이 있다”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주총 의결 정족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준선 교수는 “현재 주주총회 보통결의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는 의결정족수 요건과 별개로 찬성표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을 넘어야 한다”며 “‘4분의1 요건’이 실질적으로 의사정족수 기능을 하고 있어 주총 결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의사정족수 요건은 과도하다”며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정족수를 두지 않거나 회사 정관에서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며 “한국도 발행 주식의 25%나 3분의 1같은 규정을 없애고 출석한 주주들의 결정에 맡기도록 상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독일,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정족수 기준이 아예 없다. 주주 한두명만 참석해도 주총을 열 수 있다. 또 한국에선 찬성이 반대·기권보다 많아야 안건이 통과되는 과반수 방식인 것과 달리 이들 선진국은 찬성이 반대보다 많기만 하면 되는 다수결 방식이다. 일본은 의사정족수 요건이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으로 한국보다 오히려 엄격하지만 기업마다 정관을 바꿔 요건을 완화할 수 있게끔 자율성을 부여했다.

최 교수는 “의사정족수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삭제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주총결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동식 대한소액주주연합회 대표는 특별결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임원의 해임, 정관의 변경, 합병승인,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매매 등에 대한 결의 요건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면서 “다만 진성 투자자를 가려내려면 일반 결의 요건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연구위원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섀도보팅 제도 폐지와 전자투표 도입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연구위원은 “요건을 갖추기 위한 상장사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의결정족수 요건 완화는 당초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점을 찾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는 게 최선책이란 얘기다.


(맨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송동식 대한소액주주연합회 대표,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

◆전자투표 활성화하려면

단기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투자 현실도 전자투표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주총 소집 당시 주주들이 주총을 열기도 전에 주식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 주총 불참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더라도 단기투자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란 분석이다.

송 대표는 “한 회계연도가 끝나기도 전에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버리는 단기 투자자가 많다”며 “이들은 단기 차익을 바랄 뿐 대부분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대표, 사외이사 등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 대표는 “단순히 주식수가 아니라 보유기간에 따라 의사 표현을 하고 이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가치투자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면서 “전자투표 시스템 역시 단기 투자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보유 기간 등의 기능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주총장에 가지 않고 시간, 장소 제한 없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에 대해 일반투자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며 “홍보를 강화해 주총의 참여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빅마우스’로 거듭날까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간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거의 내지 않아 ‘예스맨’ 오명을 썼던 기관이 '빅마우스'로 거듭날 것으로 관측된다.

박 교수는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이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경향이 두드러져 이들의 의결권 행사 내용은 소액주주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안 본부장은 “분석력과 정보력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공적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는 소액주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주총회 전에 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 내역을 공시하는 것도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을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공적 연기금이 최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주총 전 의결권 찬반을 먼저 공시하도록 하면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주주 ‘의결권 3%룰’에 대한 탄력 적용을 제시했다. 다만 투명경영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출 ▲기관투자자 5% 대량보유 공시 특례 적용 등을 꼽았다.

안 본부장은 또 “전자투표가 활성화되고 기업과 주요 기관투자자의 대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소액주주의 주주권익에 반하는 경영 결정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기업(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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