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저물가] ①체감물가 요동… "장보기 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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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치솟는다.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인데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정부는 경기가 살아나도 낮은 물가를 문제로 지목한다. 물가는 임금· 실업률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이른바 '필립스 곡선' 현상이다. <머니S>는 물가지표와 반대로 가는 체감물가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저물가 문제의 해결책을 알아봤다.<편집자주>


사진=뉴스1DB
물가가 꿈틀대다 못해 요동친다. 최근 식품·외식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 가계의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 가격인상은 대체로 1월에 다양한 업종에서 이뤄지는 편이지만 올해는 설 연휴 이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대비)이 17개월 만의 최저인 1.0%를 기록했음에도 가격인상이 지속돼 체감물가가 극심한 편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소비자들의 한숨이 올 초 더 크게 들리는 이유다. 3월을 맞아 한파가 수그러들었지만 대한민국에는 때 아닌 ‘물가한파’가 찾아왔다.

◆식탁 한끼 3만원… 즉석식품도 잇따른 인상

#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씨(45)는 최근 대형마트를 찾는 횟수를 줄였다. 김씨는 2주에 한번씩 대형마트를 찾아 각종 반찬거리를 샀지만 이제 3주에 한번 방문할 생각이다. 김씨는 “반찬은 직접 만들어 해먹는데도 한번 장을 볼 때 10만~15만원이 깨지기 일쑤”라며 “마트에 아이들과 동행하면 간식거리에 쇼핑까지 더해져 지출이 몇배로 커진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시름한다. 각종 유통업체들은 원재료 상승을 이유로 야금야금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으며 외식업체들도 최저임금 여파에 가격표를 바꿔 단다. 농수산물도 올해 기습한파로 손해율이 높아져 가격이 대체로 오름세다.

국내 4인 가족 기준(한국소비자원 참가격·지난달 21일 각 품목별 평균가) 저녁상차림으로 된장찌개와 고등어조림 등을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드는 비용은 약 3만원이다.

된장찌개(애호박 1개 2353원+H사 된장 6278원+P사 콩두부(찌개용)3694원+기타 5000원)는 대략 1만5325원이며 고등어 2마리(600~1000g)는 7784원으로 합계 2만5109원의 비용이 나온다. 여기에 과일 등 후식, 기타 반찬까지 더해지면 총 비용은 3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은 재료를 다음 식사 때 활용할 수 있겠지만 부담이 되는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에 나온 2018년 1월 서울시 농축산물 평균가격을 살펴보면 ▲쇠고기(100g)는 9656원에서 1만23원으로 ▲돼지고기(100g)는 2134원에서 2455원 ▲닭고기(1마리)는 5785원에서 6256원으로 ▲감자(1kg)는 4425원에서 5216원으로 ▲고추가루(100g)는 2770원에서 4049원으로 ▲콩(1kg)은 1만502원에서 1만1054원으로 ▲쌀(20kg)은 4만3285원에서 4만9754원으로 전년대비 상승했다. 서민들이 주로 먹는 고기류와 쌀 가격이 오르며 전체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1인가구를 위한 즉석식품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지난 1일부터 6~9% 인상했다. 햇반(210g)이 1500원으로 100원, 스팸클래식(340g)이 5880원으로 400원, 비비고 왕교자(455g×2)가 7980원으로 500원, 삼호 부산어묵 사각(210g)이 1480원으로 100원 올랐다.

지난해 11월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을 평균 9.0%, 참치 캔의 경우 평균 5.2% 올렸으며 코카콜라음료도 지난 1월부터 일부 제품 출고가를 평균 4.8% 인상했다.

외식비용도 오름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인기 외식메뉴인 짬뽕과 짜장면은 각각 5.0%와 4.8% 상승했다. 햄버거의 경우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0원, 치킨의 경우 400원에서 900원까지 인상됐다. 순대국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이달 초 순댓국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과거 ‘1000원 김밥’으로 인기를 모은 김밥천국의 원조김밥은 ‘2500원 시대’를 맞았다. 최근 김밥 프랜차이즈화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2000원을 유지하던 김밥천국의 원조김밥은 이달 일부 지점에서 500원 인상됐다.


◆“소득계층별 새로운 물가지수 필요”

지속적인 물가상승 탓에 서울시의 ‘착한가격업소’도 줄었다. 서울시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을 선정하는 착한가격업소는 2012년 1092곳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815개로 감소했다. 이 업소가 줄었다는 것은 업주가 착한가격을 포기하고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값 상승이 겹쳐 업주들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식물가는 해가 바뀔 때 소폭 오르는 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부터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에 이르기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총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7%다.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영향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이미 정부 통계치를 뛰어넘어 보다 현실적인 물가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통화정책은 소비자물가가 기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물가 때 혜택을 보는 이는 서민이 아닌 고소득층이었다”며 “물가지표를 지역별이 아닌 소득계층별로 다양화해 저소득층에 대한 통화정책을 계층별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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