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덫] ④'외자 특혜',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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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시절 부도위기에 내몰린 한국 기업에 심폐소생을 했던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면세를 비롯한 각종 특혜로 호황을 누리다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사업철수를 볼모로 우리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등 ‘슈퍼 갑’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그간 외국자본이 시세차익만 챙긴 뒤 한국을 떠나거나 알짜 기술만 빼돌린 채 공장을 폐쇄해 대규모 실직사태를 유발하고 지역경제를 해치는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됐다.<편집자주>


1998년 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취득세, 등록세, 법인세 등 각종 세제를 감면 또는 면제해주는 특례제도다. 1997년 외환위기로 줄줄이 쓰러지는 기업들에 산소호흡기를 달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동안 많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문제는 각 나라의 상황과 제도적 허점을 파악하고 조세 회피 노하우를 갖춘 초국적기업들이 한국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외국자본 유입이 절실했던 한국의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제공한 혜택을 누리면서 제도상 허점을 파고들어 수익을 올렸다. 또 핵심 산업기술을 빼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잠식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나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등이 대표적인 '먹튀 자본' 사례다. 최근엔 미국 GM이 먹튀 자본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머니S>는 학계, 법조계, 연구소 등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먹튀 자본’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책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외국기업뿐 아니라 한국기업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에 투자∙진출한다. 거꾸로 기업이 외국에 진출한 뒤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면 언제든 떠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돈을 못 벌어 떠나는 것은 어느 나라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창출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번 GM사태의 경우 현재 여러 가지 문제와 얽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단 먹튀를 비난하기 이전에 꼼꼼하게 원인을 살펴보고 지금부터라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안책과 예방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자본은 도산한 기업들을 인수할 여력이 없었다. 그때 우리 기업들에 ‘산소호흡기’를 대준 곳은 외국자본이었다. 고용창출이 가능한 그린필드형 직접투자는 더욱 환영받았고 싼 가격의 부지불하에서부터 조세감면까지 패키지형 지원이 주어졌다. 2002년 미국 GM의 투자 역시 이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그는 “과거엔 외국자본 유치가 시급했던 만큼 특혜를 줄 수밖에 없었지만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IMF 구제금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외국인투자관련 정책 및 관련법들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엔 외국인투자 유치가 시급했고 그것이 치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20여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는 GM사태를 계기로 외국인투자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고용 확대, 신규투자 등 상대의 공헌 내용에 비례하는 혜택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정부 ‘자금투입’ 학습한 외국자본

정부가 법정관리 기업 회생을 위해 끊임없이 공적자금을 지원해온 것이 오히려 외국자본의 ‘먹튀’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대폭 떨어뜨리고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GM사태는 수십년간 철저하게 분석한 한국의 제도 및 사회·경제구조의 허점을 이용한 결과”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철수 카드를 내놓고 한국 정부가 끊임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살리도록 유도하는 등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문제에 휘둘려 GM의 요구대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역대 정권의 외국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투입으로 너무 많은 비용과 소중한 시간을 잃었다”며 “시간을 끌다 너무 많은 기업이 망가졌다. 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차라리 빨리 청산(파산)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게 더욱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고용 인질극’ 벗어나려면


또한 분식회계 등 깜깜이 전략으로 기업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정률 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미 법적 장치는 충분하다”면서 “문제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현실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GM의 경우 적자를 기록한 2014년 이전인 2008년에도 이상 징후가 있었다”면서 “2008년 당시 GM대우는 선물환거래로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단순히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헤지(위험분산) 차원이 아니라 본사 측의 환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최배근 교수도 “이번 GM사태는 수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 생태계 재편이 필요했는데 지금껏 구조조정이라는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손을 쓰지 않은 게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GM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지역경제를 볼모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인데 앞으로 신규 투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추가적인 재정 지원은 회의적이라고 본다”며 “과거 쌍용차 사례가 재연되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이 외국기업이나 자본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또는 제2의 한국지엠 사태를 막으려면 산업 생태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우리 시장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3월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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