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무역전쟁] ④미국 규제, 슬기로운 탈출법

 
 
기사공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 보호를 내세워 무역 관문에 빗장을 걸면서 해외 국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보복조치까지 검토하고 있어 글로벌 무역환경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편집자주>

“한미 FTA가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1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입장이다. 미국은 2010년 이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상한 조치로 본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가동했다.


한국만 타깃은 아니었지만 우리 정부와 경제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보호주의 기조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미국을 비롯, 각국의 무역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제대로 된 수출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기술 우위·한미간 경제동맹 필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세계화 기조에 따라 많은 국가가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무역거래의 평균 관세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회복 둔화가 본격화되고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이 발생하면서 각국은 자국의 산업 및 일자리 보호를 위한 관세장벽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을 상대로 한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조치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을 모두 합한 수입규제조치를 살펴보면 2015년 1월 166건에서 2015년 12월 175건, 2016년 12월 18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수입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의 타격도 커진다. 중소기업은 특정 품목 및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교역요건이 악화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수입규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환리스크 관리가 취약하고 환율 변동에 대한 완충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술우위를 통해 무역전쟁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품목 다변화로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실한 기술적인 우위를 갖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장기적인 기업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품목 다변화, 제품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외부환경 급변에 대한 완충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기술제휴 등을 사전에 추진해야 각국의 보호무역 규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무역규제를 막을 방안으로 경제동맹 강화를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이 함께 추진하는 미래협력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 신산업을 발굴해 추진하면 경제 측면에서 동맹이 보다 강화돼 무역규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지난해 문 대통령 방미 시 한미간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한 바 있다. 이에 제약산업 등 일부 산업협력체제 구축 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상태다.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경제협력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강경'보다 '적극' 대응 필요

터키 정부는 2014년 12월 수입산 휴대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주요 대상은 터키 휴대폰시장의 50%가량을 점유했던 삼성전자였다. LG전자 역시 점유율 7%로 7위를 기록하며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자국에서 영향력이 커져가는 수입산 휴대폰의 점유율을 제한하려 한 조치였다.

결국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터키 경제부장관 면담, 조사 대상국이었던 중국과 베트남, 대만과 함께 의견서 전달 등의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고 2016년 3월 조사를 종결시켰다.

이번에도 이런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상향 조정국에서 한국을 제외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한 상태다. 2차 설득이 시도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7일 한국경제연구원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에 참석한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은 행정부보다 의회의 힘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국제무역법원에 제소 후 의회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교수는 충돌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이번 조치로 미국도 손해가 있겠지만 아쉬운 입장은 우리”라며 “미국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강경대응’보다는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는 ‘적극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WTO 단독 제소는 성과가 있더라도 미국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중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와 함께 공동 제소해 미국 내에서 무역규제에 대한 ‘반 무역규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제소를 통한 승소가 아닌 미국 경제정책 의사결정권자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62.77상승 9.809:01 12/12
  • 코스닥 : 664.76상승 3.7509:01 12/12
  • 원달러 : 1127.80하락 2.309:01 12/12
  • 두바이유 : 60.20상승 0.2309:01 12/12
  • 금 : 58.37하락 1.8509:01 12/12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