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무역전쟁] ②미국발 꽃샘추위에 수출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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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 보호를 내세워 무역 관문에 빗장을 걸면서 해외 국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보복조치까지 검토하고 있어 글로벌 무역환경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편집자주>

세계가 무역전쟁의 전운에 휩싸였다. 지난달 미국이 중국·유럽연합(EU) 등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철강 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중국은 최근 전세계 다른 국가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발 무역전쟁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1월22일 삼성과 LG 등 수입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 조치에 따라 국내 세탁기 기업들은 미국에 3년간 매년 120만대씩 총 360만대로 수출 물량이 제한된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40~50%의 관세가 부과된다.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을 기다리는 철강제품. /사진=뉴스1 DB

◆“최종피해자는 미국 소비자”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은 전형적인 무역의존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2016년 기준 63.1%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는 중국과 미국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686억달러(약 73조3402억원)라고 밝혔다.

최근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해 힘겨운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경제는 이번 무역전쟁에서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미 무역의 최전선에 선 수출업계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이미 시작된 세탁기업체는 수십배 늘어난 관세에 울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세탁기 판매량만 해도 연간 240만대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전량을 해외에서 생산하며 LG전자는 약 80%를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에 삼성전자 측은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발 무역전쟁에서 나름의 자구책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중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공장에서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다. LG전자도 올 하반기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100만대 수준의 세탁기 제조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수입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원자재값도 덩달아 오른다. 가뜩이나 비싼 미국 내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모자라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 업체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 정부가 어떤 제품에 얼마나 관세를 부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제품원가 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원가상승분을 얼마나 떠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관업체, 관세폭탄 치명타

철강재 관세폭탄을 맞게 된 철강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대미수출 비중이 큰 강관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고 대형철강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막대한 규제를 적용 중이다. 현재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40건의 수입규제 가운데 철강·금속 분야의 규제는 28건에 달한다. 한국산 철강이 정부의 보조금과 초과생산으로 단가가 낮아져 미국 내에 ‘덤핑’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설상가상 지난 8일 미국이 추가 과세안을 강행하면서 철강사들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미국에 주로 수출되는 품목은 냉연강판과 열연강판으로 대형철강사와 강관업체 모두 취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관업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관업체는 대미수출 비중이 크다. 휴스틸은 대미수출 비중이 52%, 넥스틸은 90%, 세아제강은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방안대로 관세 25%가 추가될 경우 미국시장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셰일가스 채취에 사용하는 유정용강관이나 송유관 수요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어 강관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별도로 업계가 스스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강관 이외 철강제품의 경우 2014년부터 미국시장 의존도를 낮췄기 때문에 이번 철강관세 인상에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형철강사 관계자는 “대미수출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이라며 “1차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비명에 정부도 동분서주

미국이 불을 당긴 무역전쟁의 영향은 세탁기와 철강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에서 철강·세탁기·태양광전지·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은 앞으로 5년간 68억600만~121억6800만달러(약 7조2749억~13조63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가 비명을 지르자 정부도 두팔을 걷어부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한국산 세탁기의 세이프가드 해제를 요청했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한국산 철강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반도체업계는 기술력 우위와 대미 수출 비중 하락 등으로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예측 불가인 만큼 앞으로의 사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특허 관련 분쟁에 미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무역장벽을 쌓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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