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바꾸는 금융, '테크핀'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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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_2018 글로벌 지속가능포럼(GEEF)_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금융과 기술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 이 용어가 한창 회자되던 2014년 말 일각에선 기술이 금융을 침범한다는 점에서 ‘테크핀’(Techfin)으로 용어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범용성을 갖지 못했고 전세계적으로 핀테크가 금융계의 화두가 됐다.


테크핀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다. 알리바바가 인수한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016년 12월2일 개최한 세미나에서다. 당시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마윈은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채택하고 기술을 향상시킨다. 반면 테크핀은 기술로 시스템을 재건한다”며 테크핀의 개념을 설명했다.

‘금융(Fin)+기술(Tech)’을 거꾸로 배치한 ‘테크핀’(기술+금융). 언뜻 말장난에 가까워 보이지만 최근 테크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이는 ‘주체’와 ‘중개인’

마윈이 밝힌 핀테크와 테크핀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주체’다. 핀테크든 테크핀이든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금융서비스다. 다만 그 서비스를 선보이는 주체가 전통 금융기관인지 정보통신기술(ICT)회사인지에 따라 용어의 쓰임이 갈린다.

이를테면 시중은행이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선보인 금융서비스를 생각해보자. 분명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이는 은행의 부가적인 서비스일 뿐이다. 은행은 영업창구를 내방하는 고객을 상대로 한 상품가입, 여·수신, 송금 등의 전통서비스를 당장 버릴 수 없다. 반면 ICT업체가 기술에 금융기능을 얹혀 선보이는 서비스는 은행원과 같은 중개자가 필요 없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간편결제서비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간편송금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서 핀테크와 테크핀의 두번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개인이 있는지 여부다. 서비스를 중개하는 사람이 있으면 중개수수료가 붙는다. 금융소비자는 중간비용, 즉 서비스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테크핀 회사는 전통 금융기관과 달리 오프라인 기반의 영업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비대면 거래가 원칙이므로 각종 중개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국내 P2P(개인대 개인)금융기업 렌딧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2018 핀테크를 내다보다-테크핀의 부상’ 세미나에서 김성준 렌딧 대표는 “핀테크 회사는 전통적인 금융모델에 가까운 영업을 하지만 테크핀 회사는 ‘디지털 온리(digital-only) 금융서비스’를 추구한다”며 “오프라인 접점 없이 고객의 일상에 금융서비스가 파고든다”고 말했다.

테크핀은 이미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달 13~1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국제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에서도 테크핀은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테크핀 강국된 배경

전통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영국 런던의 시티, 홍콩의 센트럴이다. 그렇다면 ‘신흥 금융’이라 할 수 있는 테크핀 강국은 어디일까. 전세계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중국의 페이스북’ 텐센트가 그 중심에 있다.

유럽 네트워킹포럼 ‘파이낸셜서비스클럽’ 설립자이자 의장인 크리스 스키너는 최근 발간한 저서 <금융혁명2030>에서 “두 인터넷 플레이어(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세계 혁신의 벤치마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알리바바가 2015년 6월에 세운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뱅크와 텐센트가 같은 해 1월 설립한 위뱅크가 중국을 넘어 세계 금융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발점엔 공통점이 있다. ‘모바일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점이다. 핀테크와 테크핀의 세번째 차이다. 모바일플랫폼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많게는 수억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는 2005년 간편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처음 선보였는데 현재 사용자 수가 중국에서 5억명을 돌파했으며 전세계 기준으로는 9억명 가량이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과 중국판 페이스북 ‘큐큐’(QQ)를 운영하는데 위챗 사용자수는 최근 10억명을 돌파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알리페이·위챗과 같은 모바일플랫폼을 바탕으로 수억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설립해 전통 금융기관을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테크핀 회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기업가치도 높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4933억달러, 4407억달러로 아시아기업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1위였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428억원으로 3위로 밀려났다.

◆개인대출P2P, 새 테크핀 부상

결국 테크핀은 ICT회사가 모바일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비대면 금융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테크핀은 간편결제 또는 송금서비스와 같이 금융의 일부 서비스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P2P금융회사가 새로운 테크핀업체로 주목받는다. 대출심사역(대출 중개인)이 실사를 나가야 하는 부동산대출과 달리 비대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유리해서다.

전세계 P2P업계를 이끄는 미국 렌딩클럽의 지난해 순이익은 5억745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P2P업계는 부동산 관련 상품에 집중된 편이며 개인신용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은 렌딧이 유일하다.

한편 전통 금융기관들은 각종 플랫폼을 앞세워 서비스 사용자 늘리기에 한창이다. ‘디지털회사’, ‘플랫폼회사’를 앞다퉈 주창하기도 한다. 일본 최고의 경영전략 권위자로 꼽히는 미타니 고지는 그의 저서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모델 70>에서 모바일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선 트래픽, 후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서비스 사용량이 증가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선 테크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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