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무역전쟁] ③FTA 재협상, ‘예봉’ 피하고 역공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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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큰 틀에서 '사소취대'(捨小取大) 전략 찾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 보호를 내세워 무역 관문에 빗장을 걸면서 해외 국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보복조치까지 검토하고 있어 글로벌 무역환경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편집자주>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수입규모 세계 1위인 미국은 중요한 경제파트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잇따라 터트리며 상대 무역국을 자극하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별다른 보복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다. 국제 무역질서를 벗어난 ‘미국 우선주의’ 행보에 대응할 묘안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틀어진 미국과의 무역관계를 개선시킬 대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 완충장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각종 무역에서 미국의 손해를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의 이익만 앞세워 국제 무역질서를 흔드는 행위에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등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한·미 FTA 재협상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속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2차 한미FTA 개정 협상 현장. /사진=뉴스1 DB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를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과 연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NAFTA 재협상은 자동차 부품, 분쟁절차, 정부조달, 일몰조항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커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대규모 무역적자를 갖고 있다”며 “만일 새롭고 공정한 NAFTA 협정이 서명될 경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철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진행 중인 NAFTA 재협상 타결에 압박을 가하는 한편 협상에서 양보할 경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한·미 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에도 의미 있는 발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FTA 재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최근의 ‘관세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 추진 배경으로 FTA 발효 후 5년 동안 미국의 한국 관련 무역적자가 132억달러에서 277억달러로 2배 이상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NAFTA재협상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한·미 FTA 재협상은 협상단의 비밀주의정책으로 앞서 진행된 1차(1월5일)와 2차(1월31일~2월1일)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앞세워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통상정책 보고서, NAFTA 협상동향 등을 분석하고 국내 산업·통상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작성한 ‘한·미 FTA 개정협상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양국의 이익균형보다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FTA 협정 유효기간(5년) 삽입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 비율 및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 ▲미국 농산물 관세 조기 철폐 ▲통신·방송 등 서비스시장 추가개방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속한 합의를 우선하기보다는 보호주의를 배제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 균형’ 중심 협상 전개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 대미 투자확대 등에 대해선 양국의 이익 균형 차원에서 협상을 전개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이익을 강요하는 협상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먼저 제안해 FTA 재협상의 장이 열렸다”며 “결국 주고받기식으로 타결될 수밖에 없을 텐데 FTA 재협상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붙은 불을 끄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어 “한·미 FTA 재협상에서 녹일 수 있는 것은 녹이고 나아가 한미경제동맹을 복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우선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대화에 나서 밀고 당기기를 하며 현안을 처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해(1~9월) 대미 투자액이 131억달러로 FTA가 발효된 2012년(57억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미국의 대 한국 서비스 수지 흑자도 매년 100억달러 이상으로 한국이 미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테이블에서 반덤핑·상계 관세 무역구제조치를 중요한 협상의제로 제기한 상태”라며 “무역구제조치의 실체적·절차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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