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동조선에 쏟은 '혈세 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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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4조원이다. 정부는 혈세 4조원이 투입된 성동조선해양을 법정관리에 넘기기로 했다. 국민이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대목이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은 재무실사와 산업컨설팅을 벌인 결과 생존가능성이 희박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자율협약)을 종결키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동조선은 법원의 주관 아래 실사를 진행한 뒤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조선업 불황여파로 2010년 4월 노사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이 기간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은 성동조선에 4조원을 투입했다.

당시 채권단은 성동조선의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2000억원)보다 높다는 지난해 1차 컨설팅 결과를 근거로 법정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컨설팅을 진행하며 결정을 미뤘고 구조조정 골든타임은 지나버렸다. 수은 등 채권단이 지원한 4조원은 돌려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설상가상 성동조선은 청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중단돼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성동조선은 한진해운처럼 돈줄이 막혀 법원에 의한 파산 또는 자체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조선업계에서 맹위를 떨쳤던 성동조선에 한진해운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이유다.

정부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부실기업에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생존 가능성이 어둡다는 점은 이미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IB업계에선 ‘구조조정 기업은 살려도, 죽여도 비판을 받는다’는 정설이 있다. 그만큼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수조원의 혈세를 좀비기업에 쏟아부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수은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구조조정의 키를 정부가 쥐고 있더라도 수은이 정책금융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성동조선의 몰락은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또다시 나락에 빠트리는 위기다. 2년 전 한진해운이 법원의 손에 맡겨져 파산된 여파는 지금도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운송수지는 47억801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교역시장은 글로벌 대형해운사들이 장악했고 경쟁사들은 배를 불렸다.

정부가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방향을 바꾼 만큼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실수는 그만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계획표를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더 이상 사후약방문식 구조조정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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