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디로] ④건설업계, 충격파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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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다. 서민은 꿈도 못 꿀 가격까지 치솟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의 일념에 분양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비싼 집값이 끄떡없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미 상당수 강남 재건축단지는 안전진단을 끝내 규제를 비껴가서다. 반면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던 서울 양천구 목동, 강동구 일대 등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편집자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정책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 양천구 목동 등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의 반발을 산 데 이어 수주에 목마른 건설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는 몇년간 이어진 분양시장 흥행으로 실적 호황을 맛봤지만 정부가 폭등한 집값의 원인으로 재건축사업을 지목하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정책을 내놓자 상황이 반전됐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인기지역 재건축사업으로 많게는 수조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수주를 따냈다. 비싼 분양가에도 청약자가 몰렸고 모두 주인을 찾을 만큼 흥행은 누워서 떡먹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를 통해 사업 추진과정을 까다롭게 하면서 먹거리가 줄어들 위기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리모델링이나 도시재생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당장 미칠 여파는 적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인 재건축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안전진단 강화에 여기저기 '아우성'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정책이 발표되자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 주요 재건축추진단지 중 양천구 목동 일대는 법적대응까지 고려하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들은 강남 등 재건축단지의 흥행을 몇년간 지켜봤고 다음은 자신들 차례라는 기대감에 들떴지만 난데없는 안전진단 강화에 재건축이 막히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당사자인 재건축추진단지 입주민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래가 불확실한 해외사업과 달리 국내 분양시장은 몇년간 큰 탈 없이 흥행이 보장됐다. 주요 건설사가 재건축 수주를 비롯한 국내 주택사업 흥행에 힘입어 실적이 상승했다고 설명할 만큼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건설업계에서 수익이 보장된 먹거리이자 풍부한 일감이다.

래미안 루체하임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신반포자이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그럼에도 건설업계가 울상인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로 시공사 선정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지 정세 불안정 등으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비일비재한 해외사업과 달리 국내 주택사업은 수익이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확실한 흥행카드가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정책 발표 이후 위축된 건설업계 분위기는 수치에도 드러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과 비교해 0.8포인트 하락한 81.5로 집계됐다.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체감경기지수를 말하는 CBSI는 100을 밑돌 경우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지난 1월 CBSI는 전월대비 2.2포인트 오른 82.3을 기록했지만 한달 만에 다시 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2월은 통상적으로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CBSI 수치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0년 이후 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2011년과 2013년 단 두차례에 불과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여파로 체감경기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주택사업 발주량 감소가 확실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발표 이후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주요 건설사의 체감경기가 위축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리모델링이 대안?… “사업성 결여”

“당장 타격은 없지만 몇년 안에 위기가 올 거라고 봅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
“리모델링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져서 대안이 될 수 없어요.” (B 대형건설사 관계자)
“대형사의 먹거리가 줄면 중견사 영역을 노리지 않을까요.” (C 중견건설사 관계자)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정책에 대해 건설업계는 각자의 영역에서 고충을 털어놨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당장의 피해는 없어 관망하는 분위기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몇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정부 정책 여파로 당장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갈수록 일감이 줄어드는 데다 수주를 노리던 사업지의 재건축 추진이 물거품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당장 여파는 없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줄어든 물량을 체감할 거라는 것. 그는 “현재의 위기의식이 실제화되는 것은 2~3년 후일 것”이라며 “정부규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가 많아 물량 확보를 위한 주요 건설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리모델링과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리모델링에 강점을 지닌 일부 건설사는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리모델링사업은 인허가과정 등이 재건축과 별 차이 없이 복잡하지만 사업성은 크게 떨어지고 도시재생사업 역시 소규모 사업이 대부분이라 주요 건설사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는 대형건설사의 영역 침범을 우려했다. C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인기지역 재건축사업은 대부분 대형건설사의 영역이지만 정부규제로 일감이 줄면 중견건설사 먹거리까지 침범하지 않겠냐”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규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동의할 순 없다”고 씁쓸해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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