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디로] ②"재산권 침해" vs "건전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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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다. 서민은 꿈도 못 꿀 가격까지 치솟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의 일념에 분양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비싼 집값이 끄떡없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미 상당수 강남 재건축단지는 안전진단을 끝내 규제를 비껴가서다. 반면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던 서울 양천구 목동, 강동구 일대 등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의 초점을 재건축 아파트 규제에 맞추면서 해당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은 정부 규제가 재산권과 안전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또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 낙선운동까지 거론한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아파트값 억제와 건전한 부동산시장 육성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빨간불’

국토부는 지난 5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방안을 전격 시행했다. 재건축 허가를 위한 평가 기준을 구조안전성 강화(20%→50%)에 맞추는 게 골자다. 대신 주거환경(40%→15%)과 시설노후도(30%→25%) 부문은 축소했다. 이로써 준공한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연한이 지난 아파트도 붕괴 우려가 없다면 재건축이 어려워졌다.

이는 앞서 정부가 시행한 ‘재건축조합원지위양도 금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재건축 규제안의 연장선에서 내린 조치다. 투기를 막고 꼭 필요한 곳에만 재건축을 진행해 사회적 자원 낭비를 막겠다는 의도지만 재건축시장 위축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다 갑자기 발목을 잡힌 서울 양천구 목동, 강동구 명일동, 마포구 성산동, 노원구 상계동 등의 노후 아파트단지 주민 반발이 거세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안전권을 침해하고 개정안 발표, 행정예고 및 시행이 불과 2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져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동 신시가지 주민으로 구성된 양천발전시민연대(이하 양천연대) 관계자는 “기존 재건축 시한인 30년에 맞춰 4~5년 전부터 준비해온 재건축이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화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며 “초과이익환수제와 관련해선 이달 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고 안전진단 강화 방안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연대는 정부의 잇단 재건축 규제 밀어붙이기에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에 법률자문, 미디어, 지구단위 재건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등의 분야로 나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 위해 조직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조만간 비영리단체 등록도 마칠 계획이다.

양천연대 관계자는 “소규모주택 재개발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지만 아파트 등 집합건물 재건축에만 과도한 역차별을 하고 있다”며 “목동의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90%가량이 스프링클러가 없고 주차장이 좁아 2·3중 주차가 일반화돼 소방차 진입에 차질을 빚는 등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또 내진설계가 된 곳도 없어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진희 기자

그는 이어 “붕괴 위험에만 초점을 맞춰 사실상 재건축을 막는 정책은 실거주민의 불안감, 거주환경 불편 등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 면담 외 여권 인사 지방선거 낙마운동 등 다양한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재건축과 관련해 소규모주택과 집합건물을 이원화해 접근하고 있다. 소규모주택은 재건축을 지원하는 반면 집합건물은 규제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지난 1일 소규모 주택에 대해 재건축 사업성 분석 지원, 총사업비의 절반까지 저금리(연 1.5%) 융자, 이주비 융자 지원 등 정비사업 활성화 지원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부 측은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이해관계자가 적고 사업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주거환경을 신속하게 정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저층 노후 주거지를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주요 사업수단으로 보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뿔난 주민들, ‘소송·낙마운동’

아파트 등 집합건물 주민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불합리한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 고덕주공 9단지, 삼익그린맨션 2차, 신동아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강동구재건축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동공대위)도 양천연대와 비슷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재형 강동공대위 위원장은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 2차 아파트의 경우 준공 당시 주차대수가 876대인데 현재 등록된 차량은 3200대가 넘는다”며 “2·3중 주차가 일상화돼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배관·전선도 오래돼 위생·안전 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이 어려워져 법무법인 인본과 함께 재산·안전권 침해에 대한 행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안전진단 강화 규제를 피한 단지와 피하지 못한 단지 간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동공대위 한 조합원은 “1980년대 초반 함께 입주한 이웃단지는 재건축을 빨리 추진해 이미 마무리됐다”며 “30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재건축이 될 줄 알고 기다리던 우리 단지는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을 구조안전성 확보,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의 제도 취지에 맞게 진행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정상화한 것”이라며 “최근 시장 과열과 맞물려 재건축사업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과 열악한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노후·불량정도가 심해 재건축이 꼭 필요한 단지는 강화된 기준에서도 재건축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개정된 기준에 따르더라도 설비노후, 주거환경 등 구조안전성 외 항목에 50%의 가중치를 뒀고 층간소음,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해 주거환경 평가결과가 E등급을 받은 경우에는 다른 평가 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과 제약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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