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디로] ①기세 꺾인 시장, 급한 불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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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천정부지다. 서민은 꿈도 못 꿀 가격까지 치솟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자의 일념에 분양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비싼 집값이 끄떡없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미 상당수 강남 재건축단지는 안전진단을 끝내 규제를 비껴가서다. 반면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던 서울 양천구 목동, 강동구 일대 등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편집자주>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 중 하나는 '부동산 버블'이다. 문재인정부가 강력한 규제정책을 쏟아내는 이유는 이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흔들고 대출을 옥죄며 분양시장 가격을 제한한 정부는 재건축에도 규제의 재갈을 물렸다. 불패신화로 불리는 강남 등 ‘핵심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재건축 규제가 집값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재건축 못 잡아 양극화 키웠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지 10개월. 그간의 수치만 놓고 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주택값은 결국 올랐다. 한국감정원 월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대비 올 2월 전국 주택가격은 1.5% 상승했다. 전체 주택가격 상승폭을 놓고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지역별 양극화가 부동산 시장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 기간 동안 지방 주택가격은 0.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수도권은 2.7%나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4.6%나 올랐다.

규제가 집중된 아파트만 놓고 보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 상승했는데 수도권에서 3.2%, 서울에선 무려 6.3%가 뛰었다. 지방 아파트는 오히려 0.6% 떨어졌다. 정부가 규제를 집중한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값 인상이 전체 주택가격 상승을 이끈 것이다. 정부가 ‘핀셋규제’ 처방을 내린 서울 강남지역 동남권(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1.4%에 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나타난 부동산 과열 양상은 강남 재건축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4구가 이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가 바로 ‘재건축 예정 아파트’라는 것.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최적의 입지요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최고의 미래가치를 가졌다”며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는 외려 투자가치가 확실한 재건축 아파트에 수요를 집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DB

◆‘4중 옥죄기’ 돌입한 정부

‘강남발 아파트값 과열현상은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했다’는 명제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재건축 옥죄기에 돌입했다. 정부가 그간 재건축에 대한 규제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재건축조합원지위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규제책을 내놨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막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과 지난 5일부터 적용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이다. 먼저 초과이익 환수제의 경우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해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는 제도다.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날부터 재건축사업 준공인가일까지 주택가액을 계산해 조합원당 평균 이익에 따라 최대 50%까지 초과 이익을 환수한다. 올해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은 재건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의 본래 취지는 구조안전성 확보와 주거환경 개선”이라며 “그간 이 절차가 과도하게 완화돼 기능이 훼손되고 형식적으로 운영됐는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차례의 보수정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은 사실상 완화됐다. 50%였던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이명박정부에서 40%로, 박근혜 정부에서 20%까지 낮췄다. 이 때문에 30년의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아파트 대부분이 안전진단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2006년 50% 수준이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비율은 2015년 이후 90%대에 달했다.

정부는 안전진단을 받는 단지에 대해 20%로 낮췄던 ‘구조 안전성’의 비중을 50%까지 높였다. 이와 함께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실효성도 강화했다. 안전진단 결과 총 100점 만점에 55점(A~C등급)을 넘으면 ‘재건축 불가’, 30~55점(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미만(E등급)이면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기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은 별다른 제약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반면 이제부턴 의무적으로 공공기관(시설안전공단 등)의 검증을 한번 더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명목상으론 재건축 남발과 자원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사실상 재건축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과도한 기대감 해소, 장기안정은 ‘글쎄’

업계에선 이 같은 정부 조치가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 둔화를 불러왔다고 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첫주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04% 하락했다. 지난해 9월 둘째주 이후 24주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0.13%로 전주(0.25%)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재건축 아파트단지의 상승폭이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이런 흐름을 타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도 4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정부의 규제정책이 효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심리’가 크게 꺾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앞으로 재건축 연한만 채우면 재건축이 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로 인한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권의 시장 조정 국면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재건축 규제가 장기적으론 강남의 수급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또다시 가격급등을 낳을 수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할 정책도 함께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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